10대 제약사도 문 닫는다고?
10대 제약사도 문 닫는다고?
  • 노영조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1.11.14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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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제약사 중 경영난으로 문 닫는 곳이 나올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정부의 ‘8.12 약가인하’ 조치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3년 내 10대 대형 제약사 중에서도 매출감소에 따른 경영수지 악화로 한 곳 이상이 도산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이재선 위원장이 지난주 주최한 ‘정부의 약가정책’ 세미나에서다. 제약업종 전문 회계법인이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분석과 전망이기에 신뢰도가 더 높은 만큼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번 세미나의 좌장을 맡은 정세영 약학회장이 회계법인의 발표 후 재확인이라도 하듯 대형 제약사 도산 가능성 내용을 요약해 말하자 장내는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불안감에서 약가인하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결국 올 것이 오는구나”라는 탄식마저 들렸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50년,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100대기업 중 30년 이상 지속하는 기업은 30%에 불과하다. 최근 1, 2년사이 분야별로 세계 선두 주자였던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 닌텐도, 영국음반사 EMI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웅변해준다.

이들 기업은 자기 업종의 새로운 흐름을 예측치 못해 혁신에 실패하고 기존의 사업패턴에 안주한 탓에 경쟁에서 뒤처진 채 쇠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 위기의 원인은 이와 전혀 다르다. R&D투자를 확대하고 신약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약가인하라는 폭탄을 맞아 휘청거리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수술도 환자 체력 고려해 하는 법

약가인하의 불가피성이 일정부분 있다 하더라도 그 시기를 잘 선택했어야 옳았다. 수술도 환자의 체력이 견뎌내지 못하면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이번 세미나에서 정부측과 제약업계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자신의 길만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플라톤의 대화편 ‘변명’을 연상시킨다.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은 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제 각자의 길을 갑니다. 나는 죽음의 길로, 여러분은 삶의 길로. 어느 길이 진정 옳은 길인지는 신만이 아실 겁니다”라고 최후의 진술을 했다. 그러나 이 땅의 현실은 제약업계가 독배를 마신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내년 초 대폭적인 약가인하 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는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에 들어간 터다. 업계 1위인 동아제약조차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을 정도다. 대부분의 업계가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등 인력조정, 원가 낮추기, 판매관리비는 물론 연구개발비마저 축소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몇몇 중소제약사는 매물로 내놨지만 구매자가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상위 제약사까지 일부 의약품의 외부 위탁생산을 검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의 둥지에 알낳는 뻐꾸기 행태

복지부 지적대로 제약산업의 현실은 정말 볼품없다. 업계 1위 동아제약의 매출이 화장품업계 1위의 3분의 1에 불과하니 말이다.

원료와 의약외품까지 포함해도 제약산업의 총 생산액은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95%다. 국내총생산(GDP)에 비해서는 1.5%에 머물고 있다. 114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지만 실물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국내 제약시장은 연간 12조8000억원 규모다. 정부는 8.12 일괄 약가인하조치와 이미 실시되고 있는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사업으로 연 매출이 2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 시장규모로는 이 정도의 매출감소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는 터이다.  내후년부터는 영업이익의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또 약가인하로 제약업계 근로자 8만명 중 2만1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점도 적지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약가인하를 강행하는 것은  약품비 급증으로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복지부 해명이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남의 둥지에 알 낳는 뻐꾸기 행태일 뿐이다.

건보재정은 2015년에 5조8000억원, 2020년에는 17조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아무리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지만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요, 행정권의 남용이다.

정면으로 대처하는 게 순리임을 알아야 한다. 약품 과다사용과 고가약위주 처방을 억제하는 게 먼저다.

이어 건보료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하고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만년 을’의 입장인 제약업계에 짐을 떠넘기는 것은 정부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약값을 깎아 건보재정을 절감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에 불과하다.

약값에 거품이 끼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타당한 근거를 갖고 조정하면 될 일이다. 법원이 이미 판단했듯 정부가 정책수단으로 꺼내든 약가인하를 리베이트 근절 및 건보재정  건전화라는 정책목표와 결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신 약가제도로 인해 10년 이내에 국내 10대 제약사 중 8개사가 도산할 것”이라는 한 다국적제약사의 전망을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적어도 자국 산업을 도산으로 몰아넣는 정부는 없는 법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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