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첫 번째 1000년기 중반, 질병의 원인에 대한 포괄적 연구는 주술과 의학 사이의 갈등을 낳았다. 질병은 귀신이나 마귀의 장난 혹은 죄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무당 등)들과의 알력은 서로 죽고 죽이는 극한 상태까지 갔을 것이다.
이러한 투쟁은 기원전 540년 고대 중국에서 식이요법과 운동의 효과를 권유하는 의사가 나오면서, 그리고 5세기 후반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의 서기들’이 신전주술사들 대신 의술을 독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추(錘)가 기울기 시작했다. 아직도 여전히 그것이 과학적이라 불리기에는 너무 원시적 치료법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신전이나 점집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원인과 이유, 그리고 치료법조차 알 수 없는 괴질들이 여전히 존재하거나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학자들은 이를 '불가사의 신드롬'으로 분류하고 연구 중이다. 이런 괴질들은 인류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이런 병이 실재하지만 치료제가 드물거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제약사의 이득과 가장 깊은 관계가 있다. 이런 병에 걸린 사람들이 극소수이다 보니 약을 개발해도 손해만 보게 돼 아예 개발을 하지 않는다.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기엔 환자들의 불행이 너무 크다.
이런 희귀질병 중에는 웃거나 울지도 못하는 병도 있다. 이른바 ‘코넬리아디란지 신드롬’으로 심하게 웃거나 울면 기도가 막혀 질식사로 사망한다. 웃거나 울지도 못한다면 그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엘러스-단로스 신드롬’은 피부 표피 밑에 있는 결합조직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질환인데 피부에 탄력이 없어져 축 처지며, 잡아당기면 쭉 늘어난다. 또 관절이 활처럼 휘어진다. 피부가 약해서 멍이 잘 들고, 상처가 생기면 잘 낫지 않고 흉터가 남는다.
물에 닫기만 해도 물집이 생기는 병도 있다. 이른바 ‘물 알레르기’로 이 병에 걸리면 물을 마시기도 어렵다.
안면신경 마비로 인해 얼굴 표정이 없는 ‘뫼비우스 신드롬’은 독특한 얼굴 기형이 특징으로 표정관리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그만한 고통도 없다.
‘코타르 신드롬’은 아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죽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해당 환자들은 자신의 내장이 모두 썩어 없어졌고 육체는 빈 껍데기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희귀질환이 발견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견될 것이다. 그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나 훼손으로 인한 질병 발병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병들은 다른 종들과 경쟁하고 지형을 바꾸며, 자연을 선택적으로 재구성하고 뜯어고치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신의 형벌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불가사의한 증후군은 인류가 지속하는 날까지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런 병에서 벗어나는 현재까지의 유일한 방법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존재는 한없이 미약하고 초라하고 가엾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