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가슴에 도덕률이 빛날 때
의사들 가슴에 도덕률이 빛날 때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1.08.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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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의료계의 구약성서라면 앞으로 만들어지는 ‘의료계-제약업계의 관계 윤리지침’은 신약성서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이 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주로 제약회사들로부터 얻을 뿐아니라 처방을 할 때도 제약사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사-제약사 관계의 기본원칙 제정과 준수는 의료행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최근 의료계는 리베이트 수수 관련 의사 처벌, 영상장비 수가를 둘러싼 법정 공방, 진료비 지불제도 및 의약품 분류체계 개편, 진료비 허위청구 등 주요 현안과 사고가 잇따르면서 일반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의료계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처럼 땅에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신뢰 위기의 시기다.

이같이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의료관계인들과 의료윤리학회가 지난주 ‘의사-제약산업체 관계 윤리지침’(의료윤리지침)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갖고 신뢰회복을 다짐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순수한 의학적 양심에 기초한 윤리지침이 하루 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환자이익 우선의 원칙 등 행동준칙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윤리적인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지침 제정 이후가 더 주목된다.

치료과정에서 효능이 우수한 의약품을 선택하고 빠른 시일내에 완치시키려는 선의의 대다수 의사들은 어떤 면에서는 실효성도 없는 선언적 의미를 지니는 의료윤리지침을 제정한다는 게 마땅치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반발 심리가 없지도 않을 듯싶다.

그러나 지방도시 한 곳에서 1,000여명의 의사들이 리베이트와 관련 있다는 수사결과가 나왔으며 처방전 한 건 발급하는 데 얼마를 내라고 한 의사가 고발당하기도 했다. 또 제약사 직원의 주도하에 400여명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해당 제약사 의약품에 대한 허위 원외처방전을 발급했다가 적발되는 등 의료인과 제약사간의 비리가 끊이지 않은 게 최근의 현실이다. 그 결과 의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지고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의료인들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보건의료분야에 쓰이는 의약품, 장비, 임상 시술과 관련 서비스는 전문성이 있어 의료인들은 환자와 정보 비대칭 관계이며 치료의 주도권을 의사들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료서비스의 특성상 의료인들에게는 다른 분야 전문가들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하겠다.

정부가 의사 서비스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의료인들의 자율적인 자기통제가 필요하다. 의료윤리지침 제정 움직임은 이같은 측면에서 봐야 할 것이다. 의사가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와 재정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짐으로써 의료 판단에 편향성을 갖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러한 불신은 어느 면에서는 의료인들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더구나 제약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의학연구는 물론 임상분야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제약사들이 ‘악의 제국’이 아님은 물론이다. 생존하고 커지려는 기업의 본능에서 무리수를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있지만 그 정신은 없다’는 비아냥이 적지 않은 공감을 얻고 있음을 의료계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숭고한 의지를 품고 의료계에 들어왔지만, 파우스트가 청춘과 부귀영화를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양심을 팔듯 제약사로부터 부당한 판촉 목적의 지원을 받고 부적절한 처방을 하는 의사로 전락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불행하다.

의사의 처방이 환자의 임상적 상태에 가장 적합한 의약품을 택한 것이 아니라 제약사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소리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이번 의료윤리지침 제정 움직임을 계기로 의료인들은 환자의 이익과 의학발전을 위해 헌신하려는 자세를 더욱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의료소비자들은 우리의 의사들이 ‘나의 삶과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지켜나가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어느 철인의 명언을 빌어 말하면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이듯, 의사들 가슴속에서 도덕률이 빛날 때” 환자이익 우선의 원칙은 누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지켜질 것이다.  물론 의사의 처방권은 누가 뭐래도 침해할 수 없으며,  적정한 수가 또한 인정해 주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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