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 기간에는 주거 공간에 있는 이들도 사망자가 늘어난다. 이는 너무나 높은 외부 온도에 체온을 조절하는 몸속 기능이 마비되어 발생하는 열사병 때문이다. 너무 땀을 흘려 탈수에 빠져 사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기존에 심장병이나 뇌혈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나 노인들이다. 이들은 높은 기온에 대응하기 위한 혈액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지고, 땀을 분비할 능력도 떨어져, 다른 이들에 비해 혹서 기간에 더 쉽게 사망한다.
그런데 노숙인들은 심장병, 뇌혈관 질환 환자, 노인들처럼 외부 기온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많다. 부실한 영양 상태, 불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신체 기능 조절 역량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혹서기에 이들이 거리로 내몰리면 사망 위험이 매우 커진다. 안그래도 일반인들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노숙인들이 더 많이 죽어갈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다른 대책없이 서울역 잠자리를 없애는 것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서울시 등과 협의하여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조금 불편하다고 하여 그 불편함을 눈에 보이지 않게 없애버리는 것은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 다른 곳이 곪아 터지거나, 문제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대책을 발표하자 지하철 역 관리 담당인 서울메트로 등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 서울시가 뒷짐진 채 한국철도공사의 노숙인 퇴거 대책을 묵인한다면 서울시도 한국철도공사와 한 통속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가 나서서 한국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노숙인 당사자, 노숙인 지원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에 대한 공공적, 인권적 해결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2011. 7. 21.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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