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인도에서 유래돼 확산되고 있는 ‘NDM-1형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은 카르바페넴계 항생제를 포함한 베타락탐계 항생제에는 약효가 없으나 이 균도 감수성을 보이는 항생제가 드물지만 존재한다.
또 최근 일본에서 사망자를 낸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도 병원 중환자실에서 종종 분리되는 세균이지만 병독성은 매우 약한 세균이다. 역시 드물지만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있다.
특히 최근 ‘슈퍼박테리아’라고 명명하고 있는 균들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중환자들에게서 주로 발생하므로 건강한 일반인은 이에 대해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슈퍼박테리아’라는 표현보다는 ‘다제내성균’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이들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균을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법정전염병은 살모넬라, 이질 등과 같이 사람에게 감염됐을 때 급성질병을 유발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잘 되고 전파가 됐을 때 거의 대부분 발병하게 되는 경우에 지정되는 전염병을 말한다.
그런데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은 카르바페넴에 내성이라는 것이지 다른 장내세균보다 더 심한 독성을 갖고 있거나 전파가 더 잘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내세균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인체에 존재하는 세균이고, 주로 악성종양,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에게서 감염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중에서도 다른 계열의 항생제에는 감수성을 보여 치료 가능한 약제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 중에서도 일부만이 거의 모든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다제내성균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여 신고에 중점을 두어서 관리하는 것 보다는 다른 방법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다제내성균 출현을 모니터링하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체계적인 감염관리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 임상미생물학자, 역학조사관, 간호사 등의 전문적인 감염관리 인력의 보강이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 또는 관련학회(대한임상미생물학회, 감염학회,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등) 주관으로 다제내성균의 내성기전 및 역학에 관한 정기적인 조사 연구를 시행하고 다제내성균의 신속한 검출 및 효과적인 확인을 위한 정부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 내에 다제내성균의 관리를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련 학회와 함께 체계적이고 연속성이 있는 다제내성균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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