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약업계는 웃음이 사라졌다
요즘 제약업계는 웃음이 사라졌다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알고나 있을까?”
  • 권선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0.10.29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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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와 식약청 등 범정부 차원의 리베이트 조사가 대형제약사로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제약사는 제쳐놓고 국내 제약사들만 이잡듯이 뒤지고 있어 현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을 다국적기업 위주로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황당한 우려마저 나온다.

29일 국내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경찰을 포함해 정부기관이 들이닥친 제약사(지점 포함)는  30곳이 넘는다.

그 때마다 업계는 흉흉한 소문에 휩싸여 불안감이 높아졌고,  일선 영업이 위축되면서 실적악화에 시달린 영업사원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하지만 정부 조사에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토종 제약산업에 대한 이미지만 먹칠하는 꼴이 되면서 기업들의 불만만 높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운 현 정부가 강도 높은 약가인하 정책도 부족해 이미 근절된 리베이트를 잡겠다고 사생결단식으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요즘 국내 제약사들은 약을 개발할 정신도 의지도 다 잃어버렸다. 영업사원들이 빠져나가고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실제로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 압박이 지속되면서 국내 제약산업을 이끌어온 상위 제약사의 올해 실적은 형편없이 주저앉았다.  매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뒷걸음질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3분기 현재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은 매출이 고작 1.8% 증가하는,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영업이익 역시 4.29% 증가하는데 그쳤고 순이익은 오히려 역주행(-45.77%)했다. 전년 동기에 견준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약을 개발해온 동아제약의 사정이 이 정도라면,  나머지 기업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백신과 혈액제제 전문기업인 녹십자와 제네릭 제품이 반짝 상승한 종근당을 제외하고, 한미약품, 유한양행, 중외제약, LG생명과학, 일동제약, 보령제약 등 내로라하는 연구중심 상위기업들의 실적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국내 중소제약사의 한 임원은 “상위사가 망하면 한국 제약산업이 붕괴되는 것이고, 복지부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제약사들이 모조리 망할 때까지 압박할 태세”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공정위를 포함해 경찰, 식약청 등 웬만한 정부기관에서 제약업계를 계속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발표가 없다”며 “그 사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이 넓어졌다”고 정부조사의 형평성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말만 시장형” …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 → 제약산업 붕괴

업계 내에서는 의료기관에 할인약값을 보전해주는 시장형실거래가제에 대한 걱정도 높다. 이 제도는 의료기관이 제약회사의 약을 싸게 구입하면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1정에 1000원인 약을 800원에 구입했다면, 그 차액(200원)의 70%인 140원을 건강보험에서 해당 의료기관에 인센티브(공식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식이다.

이 제도가 올해 10월부터 도입되면서 벌써부터 대형 의료기관들은 너도나도 약값 할인경쟁에 나서고 있다. 약값을 많이 깎을수록 정부에서 받는 인센티브가 높기 때문이다.

대신 의약품 가격은 결국 똥값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약값이 할인되는 만큼 보험약가가 떨어지는데다, 의료기관의 의약품 저가구매는 매년 입찰 때마다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제약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국적 제약사는 이러한 제도에서도 자유롭다.  의료기관들이 할인을 요구하는 약이라는 게 대체로 국내사가 생산하는 제네릭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 시장형실거래가제는 누구의 작품인지,  일방적으로 약값을 후려치는 제도를 시장형이라고 할 수 있나. 이 제도는 강자(의료기관)에게 칼자루까지 쥐어준 꼴이다. 의료기관들도 바보짓 하는 것이다.  약값 다 깎고 나중에 받을 인센티브가 어디 있다고?”

“국내 제약산업이 붕괴되고 수입약을 사용하면 태국이나 대만처럼 약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게 뻔하다. 고가약에 건보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도 늘어갈텐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제약업계 종사자들 얼굴엔 웃음이 사라졌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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