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치매, 알고 보니 우울증?
얼핏 보면 치매, 알고 보니 우울증?
치매예방센터 방문한 환자 100명 중 9명 우울증
  • 연병길 교수
  • 승인 2007.10.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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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병길 교수
노인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은 치매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치매와 유사한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장애가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 10명 중 4명은 치매가 아닌 노인성 우울증이라는 학계보고도 있다.

[사례] 아파트에 단둘이 살던 70대 노부부. 부인이 자궁암으로 사망한 후 상실감에 빠진 남편은 거의 1년 동안 바깥출입을 끊고 술로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친척이 찾아가보니 지인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고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했다. 주위에선 당연히 ‘치매’일 거라 했지만 병원에서 진단된 환자의 병명은 뜻밖에도 ‘우울증’이었고, 서둘러 입원치료를 시작했다.

2개월 후 우울증 증상이 호전되면서 퇴원을 하게 된 환자는 스스로 입원비를 계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2006년 6월~2007년 5월까지 기억력 감퇴를 이유로 강동성심병원 치매예방센터를 찾은 환자 100명을 검사한 결과 이중 9명이 우울증으로 판정 받았으며, 그 외 18명이 치매를 비롯한 다른 질환에 우울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과 치매, 상호작용 통해 서로 악영향=노인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치매와 유사한 인지기능장애를 노인성 치매와 구별하여 가짜 치매라고 해서 ‘가성치매(pseudodementia)’라고 부른다. 우울한 노인의 15%에서 가성치매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률이 80%나 되지만 치매로 착각하면 우울증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노인성 치매는 서서히 수년에 걸쳐 발병하는 것에 비하여 가성치매는 진행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가성치매 환자는 인지기능 저하로 인한 치매증상보다 우울한 기분, 의욕저하, 식욕저하, 불면, 초조감, 신체증상 등 우울증 증상이 더 먼저 나타난다.

가성치매 환자는 과거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 중에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치매 환자의 30~40% 정도가 우울증 증세를 함께 보이는데 이 경우에는 활동장애나 지적 장애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때문에 치매의 예방뿐 아니라 치료에도 우울증 치료는 중요한 요인이다.

◆노화한 뇌, 스트레스에 취약=노년기에는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질환들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이로 인한 장애나 합병증이 있을 경우 우울증이 생길 위험성이 증가한다.

노화로 인한 능력의 감소에 관한 자각,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또는 절망감 등의 문제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시력저하, 청력 저하, 보행 장애 등 노화로 인한 신체적 장애 등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주위의 형제, 친구, 배우자 등의 죽음으로 인하여 상실의 경험을 하게 되는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도 있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뇌 자체도 노화하여 실제로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 일부에 양적 변화가 나타나며, 이러한 화학물질들의 부조화의 결과로서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나이 탓만 하다가 치료시기 놓칠라=본인조차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의 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나이 탓이라고 치부해버리기 쉽다. 특히 유교적 사고방식을 가진 한국 노인들은 서양 노인들과 달리 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툴기 때문에, 환자의 감정의 변화를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기도 한다.

노인 우울증은 기분이 가라앉음, 절망·우울감 등 마음의 고통뿐만 아니라 두통·복통이나 위장 장애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울증을 진단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노년기엔 몸건강이 곧 마음건강=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주변 가족이나 이웃, 단체 구성원들과의 건강한 관계 유지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친목단체, 경로당, 종교단체 등의 단체 활동에 참여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긴다든지 노년기에 맞는 간단한 직업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상실감이나 좌절감을 줄이고 성취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노화에 따른 장애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시력 교정, 보청기 등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사나 수면 등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지나친 흡연이나 음주를 피하고, 적절한 영양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성 우울증의 경우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무엇보다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통증을 만성적으로 호소하는 환자라면 일단 연령을 불문하고 우울증 여부를 검사해 봐야 한다.

◆치매와 우울증의 구분법=치매와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일단 진짜 치매는 시작된 시기가 애매하지만 가성치매는 ‘3개월 전’ 등으로 시기가 명확한 편이다. 또 어느날 갑자기 기력이 떨어지고 의욕 저하와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면 가성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하면 노인성 치매 환자의 경우 최대한 자신의 인지기능 저하를 숨기기 위해 검사에 열심히 임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가성치매 환자는 검사 동기나 의욕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검사를 귀찮아하거나 대강대강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불분명할 경우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많다.

인지기능 검사상 가성 치매에서는 주의력과 집중력 장애의 기복이 심한 데 반하여 노인성 치매 환자에서는 지적 수행 능력의 저하가 전반적이며 일관되게 관찰된다. 가성치매의 경우 언어장애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노인 우울증 5가지 체크리스트]

노인이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 우울증을 의심해보고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 뭘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며 건망증을 보일 때
• 평소와 달리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고 할 때
• 잠을 잘 못자고 입맛이 떨어진다고 할 때
• 평소 좋아하던 일을 하기 싫어할 때
• 자주 어쩔 줄 몰라 하며 초조해 할 때

[연병길 교수(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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