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 당선인이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다”며, “현재의 위기를 수습해야할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직격했다. 29일 오전 11시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다.
임현택 당선인은 “한 달이 넘은 의료공백 사태는 정부·여당이 그에 전적으로 반하는 일들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전공의들이 일터로 돌아올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정치 행위를 통해 빨리 큰 위기를 수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정부가 지금)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여당이 그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안룰렛(Russian roulette)은 연발 권총에 총알 한 발만 넣고 총알의 위치를 알 수 없도록 탄창을 돌린 뒤, 두 사람 이상이 차례로 자기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위험한 게임이다.
이어 “의사들은 현재 상황을 빠르게 정상화시키고 싶은 생각”이라며 “정부가 대화의 의지가 없다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임 당선인은 특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빠른 시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능력이 뛰어난 전문의들로부터 단시간에 진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전체적인 것을 봐야한다. 의대 정원은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총파업에 대해서는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당한 정부 탄압이 들어올 경우 의사협회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총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민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신임 의협 회장으로서 파업에 관련된 말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상황,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은 빨리 끝내고 정상화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위기는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가 아닌 정부가 만들었고 정부와 여당으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라며 “사태 책임이 정부 여당에 있는 것은 명백하다. 너무 오랜 위기가 지속됐다. 정부 여당이 빨리 이 큰 위기를 수습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제노동기구, 전공의 강제노동에 긴급 개입 ...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 밝혀져”
국제노동기구(ILO)가 사직 전공의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개입했다”고 전한 서신과 관련, 임현택 당선인은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 드디어 밝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당선인은 “ILO 개입이 결정됐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라며 “헌법상 강제 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명백한 거짓말을 했다. 한국 노동부는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제 노동 협약 침해가 아니고 예외조항이라는 입장이지만 예외조치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ILO 입장”이라며 “국가 기관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편집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고 이런 입장을 내도록 한 결정권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ILO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 금지 위반이라며 긴급 ‘개입(Intervention)’을 요청한 것과 관련, 28일(현지 시간) “해당 사안에 대해 긴급개입했다”고 회신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1만여 명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자 정부는 전공의 1300여명에게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했다.
그러자 대전협은 지난 13일 “의료법에 의거한 업무개시명령은 ILO 29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ILO에 개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ILO는 이틀 뒤인 15일 대전협이 개입을 요청할 자격이 없다면서 종결 처리했다. 대전협이 ILO에 개입을 요청할 수 있는 ‘국내·외 대표적 노사 단체’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자 대전협은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설명을 보완해 ILO에 다시 개입을 요청했다. ‘노사단체’라는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상황 및 활동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을 보충한 것이다.
ILO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에 개입했고,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의료 개혁으로 이해되는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촉구했다”며 “시행 중인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가 보내오는 모든 정보는 알 수 있도록 전송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긴급개입 요청은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대표 임현택)의 도움으로 사직 전공의에 대한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Amicus Medicus(대표 이재희 변호사)’에 최근 합류한 조원익·전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를 통해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ILO는 근로자의 권리와 일자리 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노동 관련 국제 표준을 개발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ILO 협약 제29조의 준수여부를 감독할 권한이 있는 국제기구다. ILO의 긴급개입 절차는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심각한 노동기준 위반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으로 노동기준 위반에 대한 신고나 항의가 접수되면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