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늘부터 간호사들에 의사업무 무더기 허용 ... 현장 간호사, 불안감 호소
정부, 오늘부터 간호사들에 의사업무 무더기 허용 ... 현장 간호사, 불안감 호소
보건의료노조 “환자생명 위협, 정부 지침 거부할 것”

“이럴 거면, 차라리 간호사들에게 의사 면허 발급해야”

“진료공백 해소책이 환자생명 위협책이 되어서는 안 돼”

“의료기관장에게 법적 책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정”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4.03.08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정부가 오늘(3월 8일)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이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의사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조치를 취하자, 보건의료노조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장 간호사들은 불법 의료행위를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르면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행위 중 엑스레이, 관절강 내 주사, 요로전환술, 배액관 삽입, 수술 집도,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결국 의사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무더기로 허용하는 것이 골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8일 ‘간호사에게 의사업무 대폭 허용 지침에 대한 입장’을 통해 “환자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 지침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보의료노조는 회원의 절반이상이 간호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간호계의 목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정부 지침은 전공의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수술 집도와 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일부를 제외하고 환자생명과 직결된 고난도·고위험 시술까지 의사업무 중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다. 

 

흉통 부정맥 가슴통증 심장괴사 심방세동 심근경색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PA간호사)에게 수술 부위 봉합과 매듭, L-tube(비위관) 삽관, Tube irrigation(세척), 흡인드레싱(curavac), 중심정맥관 관리, 동맥혈 채취, 석고 붕대, 부목, 복합 드레싱, 체외 충격파 쇄석술, 유치 도뇨관(foley catheter) 삽입 등을 허용했다. 심지어는 검사·약물 처방과 진료기록, 검사 및 판독 의뢰, 협진 의뢰,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검사 및 시술 동의서, 수술기록과 마취기록 초안까지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명의로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여기에다 전문간호사에게는 중심정맥관 삽입, 전신마취를 위한 기관 삽관, 중환자 기관 삽관, 조직 채취, 뇌척수액 채취까지 허용했다.

심지어 일반간호사에게까지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 마취제 투여, 코로나19 진단, A-line을 통한 동맥혈 채취, 유치 도뇨관(foley catheter), 혈액배양검사, 심전도 및 초음파 검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실상 의사업무가 무제한으로 간호사에게 떠넘겨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 현장에 있는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이럴 거라면, 차라리 간호사에게 의사면허를 발급하라”, “앞으로 의사 되려면 간호대학을 나와도 될 같다”는 자조섞인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여 환자생명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의료사고 위험과 함께 환자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의사단체에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위기 해법 마련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2024.03.07]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의사단체에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2024.03.07]

정부 지침은 의료기관장이 간호부서장과 협의를 거쳐 간호사 업무범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허용함에 따라 의료기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고, 진료에 오히려 혼선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아무리 의료현장의 진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시범사업이라고 해도 정부는 간호사의 업무범위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이고, 업무범위 결정권은 의료기관장에게 맡겨진다”며,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책무이지, 의료기관장에게 임의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사의 업무범위 설정을 의료기관장의 재량에 맡기면 업무범위의 혼란과 진료의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의료기관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환자안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역행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A대학병원의 한 간호사는 “의료법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자격과 면허를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의료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특수분야이기 때문”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법과 원칙, 환자의 안전과 생명도 아랑곳하지 않는 난장판 의료의 전형”이라고 직격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업무를 간호사가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간호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사고 소송은 의료기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제기되기 때문에 설사 의료기관장이 법적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의사업무를 수행한 간호사 역시 소송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건의료조노는 “의사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간호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의사업무를 수행하면서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이 명확하게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도 없이 의사업무를 대리하는 불법의료행위자로 내몰리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대리 처방 ▲동의서·의무기록 대리 작성 ▲대리 처치·시술 ▲대리 수술 ▲대리 조제 등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에서 “의료기관별로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환자생명과 직결된 의사업무를 간호사 업무 범위에 포함하지 못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정부의 어떤 지침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