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필요하지만, 지금의 정책은 반쪽짜리”
“의대 정원 확대 필요하지만, 지금의 정책은 반쪽짜리”
연세대 의료원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입장 표명
  • 박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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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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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지만, 지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는 반쪽짜리 의료 정책이다.” “전공의들의 자의에 따른 업무 거부와 근무지 이탈을 막을 수는 없지만, 사직이든, 휴가든 노조법 상 파업이 아니기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은 정부의 급작스런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와 전공의들의 집단 사퇴와 관련, 21일 이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부와 의사 집단 모두를 비판한 셈이다. 

노조는 우선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지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는 반쪽짜리 의료 정책이다. 정원 확대의 목적은 붕괴된 지역의료, 특정 인기과 의사 쏠림 현상 등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시작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원칙적으로 정원 확대에 찬성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증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노조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유감 표명과 함께 조속히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세브란스 전공의들은 하루 먼저 근무지를 이탈하고, 일부 과 전공의들은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해 초기 혼선도 있었다”며 “상응하는 법적 책임도 따를 수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노조는 무엇보다 현재의 증원 철회를 요청하는 집단행동은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공의들 요구 중 하나인 ‘주 80시간 노동 환경개선’은 ‘증원 없이’ 불가능한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모순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노동조합의 의대 증원 확대 요구는 현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동료로서 장시간 노동에 힘들어하는 전공의 당사자들을 보며 느낀 현장의 해법이기도 하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도 의대 정원 확대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 과목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19일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헬스코리아뉴스] (2024.02.19)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며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19일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헬스코리아뉴스] (2024.02.19)

“대체인력으로 PA 언급하며 갈등 유발하는 정부에 동의할 수 없어”

노조는 그러면서 언론 보도와 현 정부의 대응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일련의 혼란 상황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모든 언사와 행동을 반대한다”며 “지금의 혼란을 정부와 의사, 병원과 노동조합, 의사와 간호사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특히 이른바 ‘PA’를 대체인력으로,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언급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정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임상전담간호사들의 제도화 문제는 제도화 문제이며, 집단행동과 무리해 결부지어서는 안된다”며 “임상전담간호사들을 어떻게 제도 내에 편입해 관리하고 지원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집단행동을 기회 삼아 마치 대체제,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것은 감정만 자극하고, 직역 간 갈등을 양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의대 정원 확대와 전공의 집단행동이라는 현 사태를 철저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대의를 기준으로 살펴 봐야 한다”며 “현장에서는 ‘총선용 쇼다’, ‘이미 전공의와 정부 사이 이면 합의가 있다’, ‘2주 간의 휴가 뒤 복귀계획이라고 한다’는 등 온갖 괴담이 돌고 있는데, 이런 괴담이 현실이 되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며, 우리 병원노동자들에게는 크나큰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으로 연세대학교 의료원 산하 강남, 신촌, 용인 지역, 3개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구성된 5500명 규모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전공의 집단 사직 등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진료 차질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노조는 “현재 수술이 긴급히 취소되거나, 진료 지연 정도는 4년 전과는 다르고 심각성도 이전 보다는 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사와 치료 일부는 전공의 공백을 대비해 미리 일정을 당겨 준비한 과도 있고, 진료과 특성상 전공의 이탈에도 불구 전혀 영향이 없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의 입장문 전문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세브란스노동조합 입장

 

- 이른바 빅5병원 중 연세의료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하루 먼저 시작됨에 따라 언론사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 : 권미경)은 계속되는 문의에 노동조합의 입장을 요약해 발표하기로 하였습니다. 반복 질문을 위주로 노조의 입장을 밝힙니다.

-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으로 연세대학교 의료원 산하 강남, 신촌, 용인 지역, 3개 병원에 일하고 있는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5,500명 조합원으로 구성된 교직원을 대표하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입니다.

 

1.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입장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이하:세브노조)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며,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바 있습니다. 다만, 지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는 반쪽짜리 의료 정책이라 평가합니다. 정원 확대의 목적은 붕괴된 지역의료, 특정 인기과 의사 쏠림 현상 등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시작일 뿐입니다.

2.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입장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조속한 복귀를 촉구합니다. 특히, 다른 병원들과 달리 하루 먼저 근무지를 이탈하고, 일부 과 전공의들은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해 초기 혼선도 있었습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형태가 사직이든, 휴가든 노조법 상 파업이 아니기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자의에 따른 업무 거부와 근무지 이탈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상응하는 법적 책임도 따를 수 있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증원 철회를 요청하는 집단행동은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 요구 중 하나인 ‘주 80시간 노동 환경개선’은 ‘증원 없이’ 불가능한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모순된 주장입니다. 노동조합의 의대 증원 확대 요구는 현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동료로서 장시간 노동에 힘들어하는 전공의 당사자들을 보며 느낀 현장의 해법이기도 합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도 의대 정원 확대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3. 언론 보도와 현 상태에 대한 우려

언론의 보도에 우려를 표합니다. 일련의 혼란 상황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모든 언사와 행동을 반대합니다. 지금의 혼란을 정부와 의사, 병원과 노동조합, 의사와 간호사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른바 ‘PA’를 대체인력으로,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언급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정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임상전담간호사들의 제도화 문제는 제도화 문제이며, 집단행동과 무리해 결부지어서는 안됩니다. 임상전담간호사들을 어떻게 제도 내에 편입해 관리하고 지원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집단행동을 기회 삼아 마치 대체제,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것은 감정만 자극하고, 직역 간 갈등을 양산할 뿐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와 전공의 집단행동이라는 현 사태를 철저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대의를 기준으로 살펴 봐주시기 바랍니다. 대책 마련의 주체도 의사와 정부만이 아닌 보건 의료 관련 종사자 모두가 구성원으로 자각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총선용 쇼다’, ‘이미 전공의와 정부 사이 이면 합의가 있다’, ‘2주 간의 휴가 뒤 복귀계획이라고 한다’는 등 온갖 괴담이 돌고 있습니다. 이런 괴담이 현실이 되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며, 우리 병원노동자들에게는 크나큰 상처를 남길 것입니다.

4. 연세의료원 (강남 신촌 용인 세브란스병원) 현재 상황

먼저, 환자들에게 불편이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병원 구성원으로서 도의적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다양한 병원노동자들은 환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수술 연기, 진료 지연 문제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긴급히 취소되거나, 지연 정도는 4년 전과는 다르고 심각성도 이전 보다는 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검사와 치료 일부는 전공의 공백을 대비해 미리 일정을 당겨 준비한 과도 있고, 진료과 특성상 전공의 이탈에도 불구 전혀 영향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업무상 혼선은 부서와 이탈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예상되는 문제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했던 부서도 있는 반면, 기습적 이탈 통보로 초기 혼란이 가중된 곳도 있습니다. 업무 상 혼란은 해결 중에 있다 평가하고 있습니다.

노동 문제는 상반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공의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동시간 증가, 출근일수 증가, 노동강도 증가, 업무 증가로 병원노동자들에게 하중이 집중된 사례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술 건수 감소, 환자 수 감소 등으로 업무가 줄었으니 강제로 휴가를 부여해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례입니다.

또 세브란스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강제휴가를 종용해서 집단행동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는 등의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보입니다.

현 연세의료원의 상황에 대한 노동조합 평가는 당장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의료대란 수준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병원노동자들이 업무 공백의 짐을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있는 형태입니다. 대표적으로 노 교수가 늦은 시간까지 진료를 이어가고, 십여 년 만에 당직근무에 나서고 있습니다. 당연히 장기화되면 언론이 우려하는 대란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한계가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나 이른바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5.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의 제언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조속히 업무에 복귀하기를 희망합니다.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어떠한 형태의 불법의료 행위 지시와 강요를 거부하며, 이미 지침을 통해 거부할 것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노동법 상 위법소지가 있는 강제휴가, 장시간 노동 등은 단속할 것이며 조합원 보호조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병원노동자들을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병원노동자들은 코로나 이후 말로만 ‘덕분에’고, 쓰고 버려졌다며 상처를 이야기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지역 공공병원들은 다음 달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의료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직역을 가리지 않고 병원노동자 처우개선 없이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병원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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