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엄마이자 셋째 임신한 소청과 여의사도 사직서 제출
두 아이 엄마이자 셋째 임신한 소청과 여의사도 사직서 제출
세브란스 전공의 오늘부터 근무중단 ... 의료대란 현실화

지난주부터 수술 연기 ... 예정된 수술 절반만 진행
  • 이지혜
  • admin@hkn24.com
  • 승인 2024.02.19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전경
세브란스병원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빅5 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의 일부 전공의들이 오늘부터 근무를 중단함에 따라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19일 전공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내부에서 수술 일정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빅5 병원(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전원은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하루 앞선 19일 오전부터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1~3년차들이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내고 오전부터 파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493명으로 병원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병원 내부에서는 이미 지난주부터 일부 수술을 연기했으며, 이날부터 본격적인 일정 조정에 나서고 있다. 암수술 등 예정된 수술의 절반 정도만 진행하기로 환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는 등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핵심 인력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진료 현장을 떠나면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집단휴진이 무기한 이어진다면 예정됐던 입원과 수술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이미 입원 중인 환자를 돌보는 데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이날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진료와 수술에 대한 일정 조정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병원 자체에서 비상대응 위원회를 구축해 현재 진료, 수술 등 공백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관련 일정과 세부사항들은 보건복지부의 공식 발표 후에야 확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는 소아청소년과 붕괴 못막아”

소청과 의사 “한국은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치료하기도 어려운 나라”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이자 전공의 4년 차 A씨는 지난 17일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단톡방에 긴 글을 남기며 사직서 제출 이유와 소회를 밝혔다. 의국장은 전공의들을 통솔하는 최고참 전공의를 말한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현재 셋째를 임신 중인 A씨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고 싶어 소청과를 선택했고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지만,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현재 정부의 의료정책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는 빅5 병원 소아청소년과 중 올해 유일하게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의료 붕괴를 대형병원 중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과이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입원 전담의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지원 역시 없어 교수와 강사들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꾸며 이제는 정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며 “필수 의료 붕괴 해결책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500명을 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어려운 나라이지만, 의사로서 아이를 치료하기도 어려운 나라가 됐다”며 “소아청소년과는 붕괴 중이고 이는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A씨는 “의사가 5000명이 된 들 소청과를 3년제로 줄인 들 소청과 의사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현실이 이대로 간다면 세브란스병원 다음으로 다른 빅5 병원 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는데 10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A씨의 글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신촌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입니다.

저는 올해 가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를 앞둔 가을턴 4년차 전공의입니다.
타과를 지원하다가 떨어져서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것도 아니고, 소아청소년과가 3년제로 바뀌어서 지원한 것도 아닙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선택했고, 3년 5개월 동안 전공의 생활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왔으며 작년 보릿고개 전부터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을 자원하여 일하고 있었으며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선택하겠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현재 임신 중인 임산부입니다. 전공의 생활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회사원인 제 신랑은 저 때문에 회사 진급을 포기하고 2년에 달하는 육아휴직을 감내했고, 신랑의 복직 후에는 양가 부모님들의 헌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습니다.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는 대한민국 소위 big five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중 올해 유일하게 전공의 티오가 차지 못한 곳입니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의료 붕괴를 큰 병원 중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으나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과이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입원전담의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지원 역시 없어 교수와 강사들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꾸며 이제는 정말 모두가 지쳐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500명을 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인력부족이 극심하기 때문에 임산부전공의도 정규 근무는 당연하고 임신 12주차전, 분만 직전 12주전을 제외하고는 기존 당직 근무에 그대로 임합니다. 그리고 저는 최고년차이기 때문에 당직도 일반 병동이 아닌 중환자실 당직만 섭니다. 태교는 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습니다. 전공의는 교대근무가 아니므로 당직이 끝나는 7am부터 정규 근무에 바로 임합니다. 

아파도 ‘병가’는 꿈도 못 꾸고 수액 달고 폴대를 끌어가며 근무에 임해왔습니다. 이곳은 중증소아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전공의로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소아코드블루를 경험하고 한달에 한 두 명 이상의 환아의 사망을 경험합니다. 

지난 달 당직 시간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온 환아를 50분동안 심폐소생술한 적이 있는데 가슴 압박을 하면서 내 뱃속 아기가 유산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이기전에 나는 의사니까 지금은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며 임했습니다. 다행히 환아가 살아난 후 오랜 처치가 끝나고 당직실로 들어가서는 뱃속의 아기에게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을 울었고 걱정할까봐 가족들에겐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매년 5000명의 의사를 배출한 들 그 중에 한명이라도 저처럼 살고 싶은 의사가 있을까요? N수가 많아지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할 의사도 정말 많아질까요?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 어려운 나라이지만, 의사로서 아이를 치료하기도 어려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붕괴 중이고 이는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가 5000명이 된 들 소청과를 3년제로 줄인 들 소청과 의사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현실이 이대로 간다면 세브란스병원 다음으로 다른 빅 파이브 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는데 10년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전공의 기간만 버텨내면 이후에 돈 많이 벌 텐데 왜 힘들다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다른 과 이야기입니다. 소청과 교수님들의 삶은 타과 교수님들의 삶과는 너무 달라 보입니다. 그래서 대학병원 교수도 되고 싶지 않습니다. 로컬에 나간 선배님들 중 많은 분들이 소아환자진료가 아닌 피부미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 못 버는 호구 소리 들어도 힘든 현실에서도 그만두지 않고 소청과 트레이닝을 지속했던 이유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제껏 제 앞에서 떠난 아이들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습니다. 엄마들도 보지 못한 아이들의 last normal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의 마지막 말들은 제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소청과를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제 마음 속 무겁게 자리해 꼭 제대로 된 실력 있는 소아과 의사가 되어야 된다고 오뚜기처럼 저를 세워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합니다. 파업을 위한 사직이 아니고 정말 “개인사직”을 위한 사직서입니다. 금번 파업을 하더라도 의대증원수만 줄어들지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하여 무너지고 있는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 같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들은 더는 견디기 괴롭습니다. 

소청과 의사의 밥그릇에 뭐가 담겨 있나요? 소아청소년과를 같이 하자고 후배들에게 더 이상 권할 수가 없습니다. 몇 개월만 수료하면 끝이라 속상하지만 이런 현실이라면 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면허가 있더라도 소아환자진료를 보며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의사 집안도 아니고 모아둔 돈도 없고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생계 유지도 필요하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필요합니다. 엄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50분의 심폐소생술후 살아난 위 아이는 지금 일반병동에서 다음주 퇴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환아의 웃는 얼굴을 보니 오늘도 참 뿌듯했고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못다한 꿈은 의료봉사로 채워보겠습니다.

병원 동료들 선후배님들 교수님들께 죄송하며 이때까지 감사했습니다.

신촌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 올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