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이 폐섬유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혁신 신약 ‘베르시포로신’(개발 과제명 DWN12088)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대한당뇨병학회 공식학술지인 ‘DMJ’(Diabetes & Metabolism Journal)는 최근 ‘Prolyl-tRNA 합성효소 억제제인 DWN12088,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간 손상 완화’(DWN12088, A Prolyl-tRNA Synthetase Inhibitor, Alleviates Hepatic Injury in Nonalcoholic Steatohepatitis)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번 논문은 메티오닌-콜린 결핍(MCD) 사료로 지방간을 유도한 생쥐의 NASH 진행 과정에서 ‘DWN12088’가 어떠한 효과를 나타내는지 확인한 연구 결과에 관한 것이다. 연구는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 센터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그리고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Scripps Korea Antibody Institute)이 함께 진행했다.
논문에 따르면, ‘DWN12088’은 포화지방산인 팔미트산으로 인해 유발되는 지질 축적과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 진행의 핵심 과정인 지방세포사멸(lipoapoptosis)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팔미트산 증가에도 염증반응의 주요 전사 인자인 NF-κB p65(Ser536, Ser276)의 인산화와 전 염증성 유전자(pro-inflammatory genes)의 발현을 억제했으며, 나아가 형질전환 성장 인자 β(TGFβ)에 의해 유도된 전 섬유증 유전자(pro-fibrotic gene) 발현도 저해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 MCD 사료로 NASH를 유도한 생쥐에서 간 지방증, 염증 및 지방 세포사멸은 줄고 섬유증의 진행은 예방됐다”며 “‘DWN12088’은 NASH의 새로운 통합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DWN12088’은 대웅제약이 자체개발 중인 세계 최초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으로, 성분명은 베르시포로신이다.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NASH는 알코올 섭취 없이도 간에서 염증이나 섬유화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대웅제약은 일찌감치 항섬유화제인 ‘DWN12088’의 후속 연구 대상으로 NASH를 예고한 바 있다.
NASH 치료제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도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대웅제약도 올해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의 전임상시험에 돌입한다는 방침인데, 아직 파이프라인을 공개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DWN12088’가 NASH로 인한 섬유화 예방은 물론, 염증 억제 효과까지 보인다는 생쥐 실험 결과가 공개되면서, 대웅제약이 특발성폐섬유증에 이어 NASH 치료제로 ‘DWN12088’ 개발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벨류에이트파마, 글로벌데이터 등 다수 시장조사 기업은 NASH 치료제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당국의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한 NASH 치료제는 없지만, 환자 수가 이미 전 세계 인구(약 81억 명)의 5% 이상인 4억 4000만 명을 돌파한 상황이어서, 신약 상용화 시 수요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일동제약 등이 NASH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은 FGF21과 GLP-1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YH25724’에 대한 글로벌 1상 시험을, 동아에스티는 새로운 G-단백질 결합 수용체 119(GPR119) 작용제 ‘DA-1241’의 글로벌 2a상 시험을, 한미약품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 그리고 GIP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하는 하는 삼중 작용 바이오신약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글로벌 2상 시험을, 일동제약은 FXR 작용제를 기반으로 한 후보물질 ‘ID119031166’의 글로벌 1상 시험을 각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