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글로벌 1위 최장기 집권 노린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글로벌 1위 최장기 집권 노린다
거대한 특허 장벽으로 값싼 바이오시밀러 진입 원천봉쇄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 ‘키트루다 제국’ 건설 의도 엿보여
  • 이시우
  • admin@hkn24.com
  • 승인 2024.01.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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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SD의 '키트루다주'
한국MSD의 '키트루다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무호동중리작호(無虎洞中狸作虎). ‘호랑이 없는 골에 삭(이리)이 호랑이 노릇한다’는 의미다.

무려 10여년간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제왕노릇을 했던 미국 애브비(Abbvie)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adalimumab)가 특허만료와 함께 기력이 쇠하자, 이번에는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가 그 자리를 꿰차며 최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 이른바 ‘키트루다 제국’ 건설의 꿈이다. 

얼마전까지 세계 의약품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휴미라’는 그 적응증이 매우 다양하다. 류마티스관절염, 건성성관절염, 강직성척추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베체트장염, 화농성한선염, 포도막염 등 10가지 넘는다. 

그 덕분에 ‘휴미라’는 지난 2002년 12월부터 약 20여년간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지위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2012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1위 자리에 올랐고 이후 10여년간 줄곧 왕관을 벗지 않았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백신에게 한 자리 내주었지만, 207억 달러(한화 27조 14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특허 만료직전인 2022년에는 212억 달러(27조 7995억)로 정점을 찍었다. 

애브비가 2003년부터 2022년까지 ‘휴미라’를 통해 벌어들인 누적 매출액은 최소 2300억 달러(301조 7600억 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저녁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이 ‘지는 해’가 있으면 ‘뜨는 해’도 있는 법. 인류를 공포와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백신 매출이 줄고 ‘휴미라’의 미국 특허가 2023년 1월 31일을 기해 만료되면서 지난해부터 글로벌 1위 의약품 순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아직 정확한 매출 순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3년 세계 의약품 1위는 MSD의 ‘키트루다’가 차지했을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업계 역시 이부분에 의심의 눈초리는 없다. 

‘키트루다’는 이미 2022년 209억 달러(27조 4208억 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1위 ‘휴미라’(212억 달러)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것이 2023년 약 238억 달러(31조 2256억원)에 이어, 2024년에는 270억 달러(35조 3997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P(Evaluate Pharma)의 2024년 바이오파마 전망 보고서.
EP(Evaluate Pharma)의 2024년 바이오파마 전망 보고서.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Evaluate가 2023년 12월 발표한 ‘2024년 바이오파마 전망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 한다. Evaluate는 보고서에서 ‘키트루다’가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세계의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데, 상황은 갈수록 꼬여만 가는 형국이다. [아래 관련 기사 참조]

‘키트루다’의 특허는 원래 미국 특허가 2028년, 유럽 특허가 2030년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MSD는 바이오시밀러 공습을 차단하기 위해 ‘키트루다’에 대한 거대한 특허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53개에 달하는 기존의 등록 특허 외에, 2021년 10월까지 추가로 129개의 특허를 출원하면서다.

MSD는 이후에도 추가 특허를 출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특허가 정상 출원되면 ‘키트루다’의 특허기간은 오는 2036년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와 미국 정가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키트루다’의 특허독점 기간은 무려 35년이상 지속되는데, 애버그리닝(evergreening) · 특허 덤불(patent thickets) 등 특허시스템을 악용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는 세계 의약품 특허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MSD측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MSD는 오는 2025년 피하주사 제형의 ‘키트루다’를 출시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진입을 지연시킨다는 계획이어서 시밀러 개발 기업들의 시장 진출 꿈은 오랜기간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정맥주사 방식 ‘키트루다’는 투약 시간이 30~60분이 걸렸지만, 피하주사제형은 3~8분으로 짧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하주사 제형 특허 등 키트루다에 새롭게 추가되는 특허가 현재 2028년 까지인 특허기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사자인 MSD는 물론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밀러 개발 기업의 입장에서 더욱 답답한 것은 ‘키트루다’의 특허, 특히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의 특허가 정확히 언제 만료되는지, 아직은 그 시점을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키트루다’의 전성기가 앞으로도 최소 1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 전설로 남은 ‘휴미라’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으로, 환자의 약값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향후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아래 관련 기사를 보시면 본 기사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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