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과 성조숙증 치료제 판매 계약을 체결한 LG화학이 앞서 해외에서 도입한 성조숙증 치료제의 임상을 완료하지 않은 채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LG화학은 중추성 사춘기조발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GPP001’의 임상3상 시험의 진행 상태를 최근 ‘종료’로 변경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4주마다 1회, 12주 동안 ‘GPP001’을 투여한 뒤 12주째 GnRHa 자극 검사상 최고 LH 농도가 3IU/L 이하인 대상자 비율(1차 평가변수)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2차 평가변수는 약물 투약 후 24주까지 LH, FSH, 테스토스테론 등 성호르몬 변화량이다.
그러나, LG화학은 지난달 9월 27일 마지막 피험자를 선정한 뒤 임상 설계에 따른 약물 투약 기간인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험을 조기 종료했다. 2차 평가변수를 평가하기 위한 24주를 채우기에는 더욱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완전한 환자 데이터를 얻을 수 없게 된 만큼, 사실상 임상 중단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2일 헬스코리아뉴스와 통화에서 “피험자 모집을 종료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임상 조기 종료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GPP001’은 스페인의 지피팜(GP Pharm)이 개발해 유럽에서 판매 중인 약물이다. 주성분은 류프롤라이드로 만 9세 이하 어린이의 뇌하수체에서 생식선자극호르몬 과다 분비로 발생하는 중추성 사춘기조발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LG화학은 지난 2022년 지피팜으로부터 ‘GPP001’을 도입, 해외 임상1·2상 결과를 토대로 국내 허가를 위해 임상3상 시험에 돌입했으나, 온전히 끝내지 못했다. 사실상 중단이나 마찬가지인 조기 종료로 임상을 끝낸 만큼, 지피팜과의 계약도 해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이 ‘GPP001’의 임상을 과감히 포기한 이유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은 앞서 지난해 11월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인 펩트론과 전립선암 및 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PT105)에 대한 국내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펩트론은 ‘루프원’의 제조하고, LG화학은 판매를 맡아 국내 전립선암 및 성조숙증 치료제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루프원’은 류프로렐린 제제의 1개월 지속형 전립선암 및 성조숙증 치료제다. 펩트론은 오리지널 류프로렐린 제제인 일본 다케다제약의 ‘루프린’과의 약물동력학(PK)을 세계 최초로, 생물학적 동등성(BE)을 국내 최초로 확보했으며, 올해 안에 품목허가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최근까지 임상3상 시험을 진행 중이던 ‘GPP001’과 비교하면 상용화 가능 시점을 크게 앞당긴 것으로, 관련 시장 진출을 서두르던 LG화학이 전략적으로 파트너사를 변경했다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편, 국내 류프로렐린 제제 시장 규모는 약 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대웅제약의 ‘루피어데포’가 매출 1위(아이큐비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시장 후발주자임에도 지난해 30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오리지널인 ‘루프린’(276억 원)을 멀찍이 따돌렸다. 동국제약의 ‘로렐린데포’와 한올바이오파마의 ‘엘리가드’는 각각 170억 원, 163억 원의 매출로 ‘루프린’을 맹추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