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좋은 암젠 ... ‘엔브렐’ 특허 특혜 40년 유지
억세게 운 좋은 암젠 ... ‘엔브렐’ 특허 특혜 40년 유지
암젠, 미국서 ‘엔브렐’ 특허덤불 전략 성공

12개국 시밀러 출시에도 미국만은 난공불락

산도스·삼바에피스, 미국 제품 출시 좌절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12.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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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상황이지만, 유독 미국에서는 복제약 빗장이 풀리지 않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가 있다. 미국 암젠(Amgen)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 ‘엔브렐’(Enbrel, 성분명: 에타너셉트·etanercept)이다.

‘엔브렐’은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종양괴사인자(TNF) 사이토카인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체 약물이다. 암젠은 북미 시장, 미국 화이자(Pfizer)는 그외 지역에서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각 1998년 2월, 2003년 10월, ‘엔브렐’을 처음 허가했다. 

이 약물은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한 통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서 출시 이후 블록버스터 약물 반열에 올라섰다. ‘엔브렐’은 2015년 88억 7000만 달러(한화 약 11조 5000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중 북미 시장 수익은 53억 달러(한화 약 6조 8000억 원)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암젠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
암젠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업체는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를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시밀러 제품은 현재 12개 국가에서 출시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화이자가 ‘엔브렐’로부터 거두는 수익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화이자가 집계한 ‘엔브렐’의 매출은 2억 3600만 달러(한화 약 3000억 원)에 그쳤다.

반면, ‘엔브렐’의 북미 시장을 꽉 틀어잡고 있는 암젠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전 최고치에 비해 다소 감소했지만, 2022년은 41억 달러(5조 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엔브렐’의 북미 시장 매출이 꺾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밀러 제품의 미국 출시는 오는 2029년 4월 이후 가능할 전망인터라 ‘엔브렐’의 시장 독식은 향후 5년간 더 지속될 예정이다.

 

암젠, ‘엔브렐’ 특허덤불 전략 성공

생물학적 제제 출시 이후 독점 판매권 기간은 보통 10년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협정)에 따르면, 특허의 유효기간은 특허 출원일로부터 20년이다. 기업이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 및 출시하는 약 10년의 준비기간을 빼면 사실상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은 나머지 10년이 전부다.

‘엔브렐’의 물질 특허는 미국과 유럽에 각각 1992년과 1995년에 출원, 그 유효기간이 2012년, 2015년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엔브렐’의 제조법 특허가 2029년 4월까지 연장되면서 무려 40년 가까이 미국 독점 판매권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암젠이 시장 독점권 유지를 위해 무수한 특허권을 등록하는 일명 특허덤불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위스 로슈(Roche)와 제조법을 다룬 특허권 라이선스 이슈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진입 차단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엔브렐’은 본래 미국 이뮤넥스(Immunex)가 개발했던 약물이다. 당시 이뮤넥스는 설립된 지 10년 밖에 안 된 소규모 바이오 기업인터라 ‘엔브렐’ 출시 이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급난에 시달렸다. 이에 이뮤넥스는 1999년 로슈로부터 ‘TNF 차단 융합 단백질 제조 방법’ 특허권을 라이선스 인 했다. 해당 특허는 1995년 출원만 됐을 뿐, 등록되지 않았다.

이후 암젠은 2003년 이뮤넥스를 인수하고 이듬해 2004년 로슈에 약 4500만 달러를 지불하여 ‘TNF 차단 융합 단백질 제조 방법’ 특허에 대한 로열티 지급 규정을 삭제, 기존의 로슈 특허에서 조금 수정된 ‘엔브렐’ 제조법에 대한 특허 2건을 미국 특허청(USPTO)에 출원했다.

USPTO은 ‘자명성 유형 이중 특허(ODP)’ 규정을 근거로 해당 특허 등록을 거절했다. ODP는 새롭게 출원된 특허가 기존에 출원된 특허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유사성이 자명하여 이들이 특허 법적으로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 등록을 거절하거나 무효로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여기서 미국 특허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보통 특허청 당국은 동일한 특허의 연속 출원을 차단하고, 특허 거절 불복심판 청구 횟수를 제한한다. 일례로, 유럽 특허청(EPO)은 특허 등록이 거절되면 신청인이 최대 2회 불복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러한 제한 규정이 없다.

암젠은 USPTO가 ‘엔브렐’의 특허 등록을 거절하자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불복심판을 청구, 지난 2012년에 마침내 특허등록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1년 TRIPS 협정에 독특한 조항이 추가됐는데, 2001년 이전에 출원된 특허는 등록 이후 TRIPS 협정에 따른 의무를 17년간 면제 받는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엔브렐’의 제조법을 다룬 특허는 1995년 출원되었지만, 2012년 특허가 등록되자 유효기간이 2029년 4월까지 연장된 것이다. 

 

산도스·삼바에피스, 특허 공략 실패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이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미국 FDA로부터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취득하면서 미국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모두 실패로 끝마쳤다.

스위스 산도스(Sandoz)는 지난 2016년 ‘엔브렐’의 첫 바이오시밀러인 ‘에렐지’(Erelzi)를 허가 받았다. 뒤 이어 우리나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에티코보’(Eticovo, 국내 제품명 ‘에톨로체’)의 FDA 허가를 취득했다.

‘에렐지’와 ‘에티코보’의 허가 이후 암젠은 양사가 ‘엔브렐’의 유효성분 및 제조법 특허를 침해했다며 뉴저지연방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그 결과, 법원은 산도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엔브렐’의 특허내용 침해에 대한 무효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암젠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산도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현지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제동이 걸리게 됐고, 바이오시밀러 출시 가능 시점은 2029년 4월 이후로 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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