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Leclaza, 성분명 : 레이저티닙·lazertinib)가 유럽에서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현재 사전 제출(pre-submission) 단계로 파악되는데, 이르면 내년 1분기께 정식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현지시간으로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회의에서 ‘렉라자’를 의제(agenda)로 상정하고, 심사관(Rapporteurs)이 작성한 브리핑 노트와 회사 측의 신속심사(accelerated assessment) 요청에 대한 심사관의 권고를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렉라자’는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에서 1차 치료제로서 아미반타맙(amivantamab, 제품명 : 리브리반트·Rybrevant/로슈·Roche)과 병용요법을 적응증으로 이번 회의 의제에 포함됐다.
이번 안건 상정은 정식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이뤄지는 사전 제출 절차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EMA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려면 사전 제출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사전 제출 절차는 품목허가 신청 일정을 비롯해 법적, 규제적, 과학적 문제 등을 미리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통상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7~18개월 전에 시작된다.
신속심사 요청은 이러한 사전 제출 절차에서 이뤄지는데, EMA는 품목허가 신청서 제출을 최소 2~3개월 앞두고 신속심사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렉라자’의 유럽 품목허가 신청이 이르면 내년 1분기께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신속심사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210일이 소요되는 CHMP의 심사 기간을 150일로 단축할 수 있다. 내년 안에 ‘렉라자’의 유럽 품목허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렉라자’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상용화 절차에 들어선 상태다. 피터 레보비츠(Peter Lebowitz) 존슨앤손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J&J Innovative Medicine) 항암제 부문 대표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리뷰’(Enterprise Business Review)에서 “우리는 FDA에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1차 치료요법의 ‘롤링 서브미션’(rolling submission)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롤링 서브미션’은 품목허가 신청 시 필요한 자료들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준비된 자료부터 순차적으로 제출하면 FDA가 제출된 자료를 수시로 검토하는 제도다. ‘롤링리뷰’(rolling review)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모든 자료가 제출돼야 심사가 시작되는 일반 허가신청과 비교해 제품 허가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국산 신약 31호인 ‘렉라자’는 폐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EGFR 수용체의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3세대 표적치료제다. 뇌혈관장벽(BBB)에 대한 투과도가 높아 뇌전이 환자에게서도 강력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2차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올해 6월 30일에는 EGFR 돌연변이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11월 J&J의 자회사이자 글로벌제약사 얀센에 ‘렉라자’를 총 1조 4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면서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 및 판권을 이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