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아일리아’(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aflibercept)의 바이오시밀러로 미국에서 퍼스트 무버를 노리고 있는 셀트리온이 중대 기로에 섰다.
리제네론(Regeneron)은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셀트리온을 상대로 특허침해 혐의 소송을 제기했다. 셀트리온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38건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만약 특허분쟁에서 셀트리온이 승소한다면, 약 8조 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소장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CT-P42’은 ‘아일리아’ 용법 특허 8건, 제형 특허 4건, 제조 특허 25건, 용기 특허 1건을 침해한 것으로 적시됐다.
해당 소송은 ‘생물의약품 가격 경쟁 혁신 법’(BPCIA)에 따라 셀트리온이 올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약식 생물학적 제제 신청(aBLA)을 제출하고, 약 3개월 뒤인 9월 리지네론에 aBLA 사본을 전달한 이후 제기됐다.
BPCIA은 오리지널 업체와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특허침해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특허정보를 반드시 공유하며 협의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바이오시밀러 업체는 FDA 허가 신청서 사본과 함께 바이오시밀러 생산 방법에 대한 정보를 오리지널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오리지널 업체는 자료를 넘겨받은 다음 바이오시밀러 업체에 제품 판매 시 침해될 수 있는 특허리스트를 제공한다. 여기까지를 ‘특허정보 교환’(Patent Dance) 절차라고 말하며, 약 200일 안에 상당히 많은 정보가 매우 빠르고 복잡하게 교환되기 때문에 ‘Patent Dance’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특허 침해에 대한 입장 교환 후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오리지널 업체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이번 소송에서 눈에 띄는 점은 리제네론이 ‘특허정보 교환’이라는 절차없이 바로 셀트리온을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리제네론, ‘CT-P42’ 출시 지연 위해 안간힘
현재 미국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셀트리온의 ‘CT-P42’와 독일 포르미콘(Formycon)의 ‘FYB203’ 등 2개 뿐이다. 두 회사는 올해 6월, 각각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aBLA를 FDA에 제출했다.
아직까지 리제네론이 포르미콘에 특허침해 혐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포르미콘은 ‘특허정보 교환’ 절차를 통해 리제네론과 자료를 주고 받으며 출시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셀트리온은 퍼스트 무버로서의 의욕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해당 소장을 살펴보면, 셀트리온은 FDA 허가 취득 이후 ‘아일리아’의 미국 독점권 판매 시기가 만료되는 2024년 5월 18일 그 즉시 ‘CT-P42’를 발매하겠다고 리제네론 측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리제네론은 ‘CT-P42’의 미국 출시를 지연시키기 위해 법정 다툼을 벌이며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소송에 배정된 클레(Kleeh) 판사는 이전에 리제네론이 미국 마일란(Mylan)을 상대로 제기한 ‘아일리아’ 특허 침해 혐의 소송에서 마일란의 손을 들어주어 2건의 특허를 ‘침해 혐의 없음’으로 판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해당 특허 2건은 ‘CT-P42’의 특허 침해 혐의로 적시된 38개 특허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셀트리온은 소송에서 승소하여 ‘CT-P42’의 미국 출시일을 가장 먼저 확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은 “성실히 준비하고 대응해 당사 제품 승인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앞서 비슷한 분쟁을 겪은 바 있다. 이 회사는 자사의 ‘리툭산’(Rituxan, 성분명 리툭시맙·rituximab)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Truxima)의 미국 시장 진입을 추진하던 도중, 오리지널 업체인 스위스 로슈(Roche)로부터 지난 2018년 1월, 특허침해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양사는 같은 해 11월 합의를 통해 소송을 취하했고, 이후 ‘트룩시마’는 ‘리툭산’의 미국 퍼스트 시밀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트룩시마’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약 20%의 안정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아일리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블록버스터 안구질환 치료제다. 지난해 ‘아일리아’는 96억 달러(한화 약 12조 8000억 원)의 수익을 거두었는데, 이중 미국 매출액은 전체의 60%인 62억 달러(한화 약 8조 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