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으로 눈 돌리는 재벌기업 … 찬밥 신세 된 케미컬의약품
바이오의약품으로 눈 돌리는 재벌기업 … 찬밥 신세 된 케미컬의약품
LG화학,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장 검토 …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사업 강화

SK케미칼, 글랜우드PE에 제약사업부 매각 추진 … SK그룹 제약사업 무게추 바이오로 이동

“높은 시장 문턱, 재벌기업엔 방어벽이자 경쟁력 … 바이오의약품 사업 선택 어찌 보면 당연”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3.10.10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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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재가공]
[사진=픽사베이 재가공]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약 시장에 진출한 재벌기업들 사이에서 케미컬의약품 사업의 입지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최근 수년 내 제약 시장에 발을 들인 기업들은 처음부터 바이오의약품만을 겨냥해 사업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케미컬의약품 시장에서 입지를 쌓아온 재벌기업들도 기존 케미컬의약품 대신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와 미국의 바이오공정 전문지 바이오프로세스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최근 아게너스바이오가 소유한 캘리포니아주 바카빌(Vacaville) 시 소재 6만 제곱미터(㎡) 규모 부지를 확보했는데, 이 부지를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장 건설에 활용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LG화학은 올해 초 전체 R&D 인력의 10% 가까운 40여 명을 투입해 세포치료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미국 항암 바이오 기업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8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는 200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설립된 회사로 2021년 미국 FDA로부터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 서분명 티보자닙·Tivozanib)를 허가받아 판매 중이다. ‘포티브다’는 경구용 치료제로 저분자 케미컬의약품에 해당하지만, 이 회사가 준비 중인 항암제 파이프라인들은 모두 단일클론항체(mAb) 치료제로 바이오의약품이다.

LG화학은 바이오의약품 등 신성장 동력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 진단사업 분야를 매각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상용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바이오의약품 비율을 약 3분의 2까지 끌어올렸다. 바이오의약품을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케미칼은 SK그룹의 케미컬의약품 사업을 전담해 온 제약사업부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제약사업부를 약 6000억원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인데, 회사의 주력 사업인 그린케미칼 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이 최종 매각되면 SK그룹의 제약 사업은 백신을 포함한 바이오의약품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SK그룹은 백신 사업을 전담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신약 개발사 SK바이오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 SK팜테코, 혈액 제제 전문 기업 SK플라즈마 등 다수 제약 사업 관련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SK케미칼을 제외하면 대부분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특화됐다.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뇌전증 치료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 세노바메이트)와 기면증 치료 신약 ‘수노시’(성분명 : 솔리암페톨)를 선보인 SK바이오팜이 케미컬 신약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나, 이 회사도 차후 TPD(표적 단백질 분해)·RPT(방사성 의약품 치료제)·CGT(세포 유전자 치료제) 등 3가지의 미래기술을 선점해 바이오의약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SK그룹의 제약 사업 무게추가 케미컬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 지난 2018년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한 #CJ그룹은 지난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새로이 설립하고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CDMO 전문 회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세우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따라잡기에 나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송도에 3개의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해 총 36만리터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시설을 갖춘다는 목표다.

 

규모의 경쟁력 갖춘 재벌기업

문턱 높은 바이오의약품으로 차별화

재벌기업이 케미컬의약품 대신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케미컬의약품 시장은 이미 화이자, 노바티스, 로슈 등 다수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점한 상태인 데다, 과거와 달리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이 갈수록 더뎌지는 추세다. 이와 달리,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항체의약품 등 일부 분야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서나가고 있으나, 새로운 기술 개발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미개척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분야는 케미컬의약품과 비교하면 신약 개발 난도가 매우 높고,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하려면 단기간 내에 수조원대 자금 투자가 가능해야 한 것은 물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양질의 인력 모집과 사업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필요하다.

연간 매출이 아직 1~2조원 수준인 개별 제약사 입장에서는 문턱이 높은 것인데, 재벌기업들은 풍부한 자금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이러한 진입 장벽을 회사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삼성그룹은 지난 2011년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불과 11년 만에 연매출 3조원대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로 성장시켰다. 글로벌 점유율(지난해 기준)은 스위스 론자(20.7%), 미국 카탈런트(12.2%), 중국 우시 바이오로직스(10.2%)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3%로 4위를 기록하며 선두 주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2년까지 바이오 사업에 총 7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제2 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하고 4000명 이상을 고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점유율과 입지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 내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률은 32.77%로,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14.35%)를 비롯해 10% 안팎인 주요 계열사들을 압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이자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94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상태다. 영업이익률은 24.14%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웃돌았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높은 문턱은 제약사들에 진입 장벽이지만, 재벌기업에는 방어벽이 될 수 있다.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재벌기업들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며 “경쟁 기업이 많고, 신약 개발이 어려운 케미컬의약품 시장보다 성장 동력이 풍부한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재벌기업이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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