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은 재천? ... 질병은 예외
인명은 재천? ... 질병은 예외
  • 임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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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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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수명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죽고 사는 문제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가장 손쉬운 변명일지도 모른다. 질병에 있어서만큼은 예외적인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전에 진단만 되면 치료를 통해 갑작스러운 돌연사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질환이 적지 않다.

심장질환인 ‘비후성 심근병증’과 뇌혈관질환인 ‘뇌동맥류’도 그중 하나다. 중앙대병원 교수 3명의 도움말로 ‘비후성 심근병증’과 ‘뇌동맥류’의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중앙대학교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강기운 순환기내과 교수가  ‘비후성 심근병증’과 ‘뇌동맥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강기운 순환기내과 교수가 ‘비후성 심근병증’과 ‘뇌동맥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으로 불필요한 심장 근육이 과도하게 두꺼워져서 정상적인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방해하는 선천성 심장병이다. 인구 500명당 1명에서 발견되며, 이중 약 70%는 돌연사 위험이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공간 및 출구가 지나치게 좁아져서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져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부정맥 발생 및 이와 연관된 돌연사 또는 심부전 등으로 발전될 위험이 높다.  

순환기내과 강기운(심장혈관·부정맥센터) 교수는 “이 질환은 20~40대 젊은 층의 급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바로 유전적 영향 때문”이라며, “직계가족 중에 돌연사하거나 ‘비후성 심근병증’이 있다면 가족 전체가 심장 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좌심실 수축력을 나타내는 ‘좌심실 박출률(LVEF)’이 50% 미만인 환자는 급성 심장사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연간 사망률은 약 6%로 알려져 있어 많은 수의 환자가 비후성 심근증으로 돌연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정확한 원인 진단을 못하거나 진단을 받았어도 확실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2023년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연구(TEMPO-HCM) 내용을 보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부정맥 발생 사전 감지에 기존의 24시간의 홀터 모니터(Holter ECG monitor)보다 30일 동안 진행하는 확장 심전도 모니터(Extended ECG monitor)가 더 효과적이고 진단이 정확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5개 병원에서 심방세동 선별 또는 심장 돌연사의 위험 계층화를 위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30일 동안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시 모든 부정맥 진단율은 65%였으나 24시간 동안에는 11%에 그쳤다.

심실빈맥 진단율 또한 30일 동안 모니터링 시 62%였지만 첫 24시간 동안에는 8%에 불과했다. 이는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 있어서 지속적인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해야 부정맥 발생 및 이와 관련된 돌연사 또는 심부전 발생 위험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강기훈 교수는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는 과도한 운동으로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켜 급사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베타차단제나 항부정맥제 등 약물치료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두꺼워진 심장 근육으로 인해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는 ‘혈액 유출로’가 폐쇄된 환자의 경우에는 때에 따라 돌연사 예방을 위해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심근 절제술’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근 절제술’은 가슴 앞쪽 한뼘 이하의 작은 절개를 통해 대동맥 판막 아래쪽의 근육을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평균 일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고 2~3주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수술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은 물론 부정맥, 급사의 위험을 줄여 장기생존율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수술 성공률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 홍준화 교수는 “운동 중이나 운동 직후에 흉통이나 어지럼증, 맥박 이상이 느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면 ‘비후성 심근증’일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약물로 증상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뇌동맥류

미리 진단만 되면 돌연사의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뇌동맥류’도 있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일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혈관질환으로 혈관 벽이 약해진 동맥류가 터지게 되면 뇌출혈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머릿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릴 만큼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뇌혈관질환이지만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잘 모르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출혈로 돌연사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데,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약 20%는 파열 후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사전에 진단만 되면 치료를 통해 충분히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동맥류의 진단은 CT혈관조영술과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을 통해 검사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뇌혈관검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라면 50세 전후에 MRA나 CT혈관조영술 중 한 가지를 해볼 필요가 있다. 가족 중에 뇌동맥류, 뇌출혈 등과 같은 뇌혈관질환자가 있다면 30~40대라도 뇌혈관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최현호 신경외과 교수가 코일색전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최현호 신경외과 교수가 코일색전술을 하고 있는 모습.

신경외과 최현호(뇌혈관센터) 교수는 “뇌동맥류가 미리 진단되면 뇌동맥류의 크기, 위치, 모양, 나이 등을 고려해 추적관찰을 할지, 코일색전술 또는 클립결찰수술을 할지 결정해 치료를 통해 돌연사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뇌동맥류로 진단되었다 하더라도 모두가 파열되지는 않고 위치, 모양, 크기, 환자의 연령, 건강상태에 따라 파열 위험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상황을 정확하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클립결찰술’은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을 작게 열어 수술 현미경을 통해 뇌동맥류를 노출해 동맥류의 입구를 클립으로 물어서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 방법이다.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동맥류를 치료하는 비침습적 시술법으로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사용하여 뇌동맥에 접근한 뒤, 뇌동맥류에 백금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함으로써 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최현호 교수는 “뇌동맥류의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약 50% 이상 환자가 사망하거나 정상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진단되어 치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돌연사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도 정기적인 뇌CT혈관조영술이나 뇌MRA 등 뇌혈관검사를 권장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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