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암인데 환자마다 다른 항암치료를 하는 이유
같은 암인데 환자마다 다른 항암치료를 하는 이유
중앙대병원 오충렬 교수 “유전자 변이 발현 여부 따라 치료제 달라”

NGS검사로 암 조직 유전자 변이 확인해 맞는 치료제 찾아 투약해야

4기 폐암환자에서 PD-L1 고발현 환자 면역치료제에 좋은 반응 기대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3.08.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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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병원 암센터 오충렬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같은 암환자 인데도 서로 다른 항암치료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암센터 오충렬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같은 암환자 인데도 서로 다른 항암치료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한때 우리는 암 진단을 받으면 사망선고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망의 공포를 느끼는 환자는 많지 않다. 항암제와 수술 등 모든 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면서 생존율이 그만큼 높아진 덕분이다. 환자들의 삶의 질도 대폭 개선되었다.

암은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 우선 크게는 국소치료와 전신치료로 나눌 수 있다. 1기를 포함한 초기 암 등 낮은 병기의 암은 수술적 절제를 포함한 국소치료가 주된 치료법이다. 하지만 2~3기 이상의 진행성 암 및 원격 전이를 동반한 전이성 암(4기)은 전신 약물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신 약물치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약제는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면역관문억제제)’ 등이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약물은 세포독성 항암제이다. 제약회사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종류의 세포독성 항암제를 개발했다. 그중 일부 약물은 현재까지도 암 환자의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항암제의 경우 정상 세포까지 파괴한다는 점이다. 중앙대학교병원 암센터 오충렬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단어 그대로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도 크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한다.

이 항암제는 주로 골수나 모발, 장내 상피세포와 같이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비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설사, 점막염, 구역, 구토 등의 위장관계 증상과 호중구감소 등의 골수 억제, 탈모와 같은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암 세포 만을 정밀 타격하게 만든 표적치료제이다. 표적 항암제의 등장은 DNA 구조가 밝혀지고 80~90년대 이후 분자 공학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암세포 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규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연변이가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표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표적 항암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되었고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계열의 약물은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비교하여 암세포에 대한 보다 높은 특이성을 갖기 때문에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충렬 교수는 “표적치료제는 크게 경구 약제인 ‘소분자억제제’와 주사제인 ‘단일클론항체’로 나눌 수 있다”며, “각 암종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돌연변이 및 세부 아형에 따라 그에 맞는 서로 다른 약제들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에는 암의 발생과 진행이 인체의 면역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고 이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면역 활성을 억제하는 T-세포의 수용체 혹은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 이른바 ‘면역관문억제제’가 개발되었다. 이러한 약물들은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 감시를 회피하는 것을 막고, 암세포에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증가시키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직접 암세포에 작용하여 독성을 나타내는 기존의 약물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오충렬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정상 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에 대한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만큼 종양에 대한 반응이 다른 약제에 비해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역기능이 과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종류의 면역 관련 부작용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이렇듯 항암제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각자 고유의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약회사나 의료계가 암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 환자별로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제 혹은 그 조합을 찾아내는데 주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 교수는 “암의 종류나 특성, 질병 및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개별화, 세분화되어야 하며, 심지어는 같은 암종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현 여부 등에 따라서 사용하는 약물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같은 4기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라고 하더라도 어떤 환자는 경구 표적치료제를, 어떤 환자는 면역치료제를, 어떤 환자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오충렬 교수는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중 예를 들어 EGFR 혹은 ALK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경우, 각각에 해당하는 경구 표적약물(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을 복용해야 하며, EGFR 및 ALK를 포함하여 별다른 표적치료 대상 돌연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 암세포에 있는 단백질인 ‘PD-L1’ 발현도에 따라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혹은 면역관문억제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병합해서 투약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PD-L1 발현도가 50% 이상으로 높은 환자는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치료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요즘은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비소세포성폐암의 치료기술도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KRAS, ROS1, BRAF, MET, RET 등 약물치료가 가능한 표적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서는 유전자 돌연변이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이라는 유전자 정보분석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오충렬 교수는 “같은 암종이면 획일화된 약물로 동일하게 치료했던 과거와는 달리,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결과를 통해 해당 환자의 암 조직에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 투약하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며, “암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이른바 ‘정밀의료’가 점차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그러면서 “암이 진단되었더라도 개별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여 치료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절망하지 말고 암 전문 의료진과 치료에 대하여 충분히 상의하고 대처한다면 예상외의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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