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5개국 사용 유산유도제, 한국만 없어 ... 정부, 여성 건강권 외면”
“세계 95개국 사용 유산유도제, 한국만 없어 ... 정부, 여성 건강권 외면”
모임넷, 유산유도제 도입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기자회견 개최

“식약처, 유산유도제 미허가로 약물 통한 임신중지 금지된 상황”

시민들에게 제출받은 약물 도입 촉구 진정서 1625장 식약처에 발송
  • 이지혜
  • admin@hkn24.com
  • 승인 2023.06.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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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 회원들이 26일 오전 11시 광화문에서 유산유도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유산유도제의 도입과 필수의약품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06.26)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 회원들이 26일 오전 11시 광화문에서 유산유도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유산유도제의 도입과 필수의약품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06.26)

[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세계보건기구가 보장하라는 유산유도제, 한국에 도입하라. 보건복지부와 정부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책임을 다하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26일 오전 11시 광화문에서 ‘유산유도제 도입·필수 의약품 지정 촉구 다수인민원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유산유도제의 도입과 필수의약품 지정을 촉구했다. 

모임넷은 유산유도제 도입 및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를 위해 지난 5월 15일부터 약 40일 간 시민들에게 민원 제출을 요청했다. 그 결과 1578명의 진정서가 왔고 오늘 아침 47장의 진정서가 추가되면서 총 1625장의 진정서를 기자회견 후 식약처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1년 1월 1일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졌지만 식약처에서 유산유도제를 허가하지 않아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가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다. 

모임넷에 따르면, 이번 진정서는 미페프리스톤 성분 의약품의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및 유산유도제의 신속한 도입 등 이미 95개 국가에서 수십년 동안 안전하게 사용하는 유산유도제를 한국에서도 공적 방법으로 접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들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던 유산유도제 ‘미프지미소’가 수입사인 현대약품의 자진철회로 도입이 무산됐다. 

현대악품은 지난 2021년 식약처에 임신중지약 ‘미프지미소정’(미프진)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보완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1년 5개월 동안 승인을 미뤘고, 현대약품이 지난해 12월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면서 임신중지약의 국내 도입은 결국 무산됐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은 “지난 4월 172명의 약사들과 함께 유산유도제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공적 도입을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돌아온 답변은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니 안 된다’였다”며 “식약처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문도, 자신들이 직접 발표했던 보도자료나 인터뷰 내용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들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헌법재판소 결정문도 부정 ... 책임감 느껴야”

이동근 사무국장은 “의약품의 허가 진행에서 식약처의 업무처리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번 유산유도제 도입 과정에서 식약처가 믿음에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민원에 참여한 것에 대해 식약처는 책임감을 반드시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를 포함한 정부기관은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식약처는 본연의 임무를 깨닫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일해야 한다. 식약처가 일하지 않는다면 이번 민원을 시작해 식약처를 압박하는 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는 여전히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음성적인 판매가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신중지약 ‘낙태약’이라는 이름으로 불법광고 만연 

온라인 상에서는 ‘미프진’이나 ‘낙태약’이라는 이름의 불법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광고를 통한 음성적 거래는 약물의 품질이나 유통과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국장은 ”낙태죄 폐지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권도, 복지부 장관도, 식약처 처장도 바뀌었지만 임신중지 권리는 여전하다.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며 “다수인 민원의 특성상 직접 서명을 작성해 우편을 발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1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온라인도 아닌 손수 자필로 작성할 정도로 임신중지 권리에 대한 제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 제출하는 진정서에는 시민들의 요구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임신중지를 온전히 시장에 내맡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와 부처기관이 건강권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이 이 기획국장의 설명이다. 

이 기획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건강권의 공백을 바로잡기 위해 지금이라도 나서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며 “유산유도제 도입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성을 위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여느 전문의약품 보다 부작용이 적고 널리 쓰이는 유산유도제를 한국만 도입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료인들은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유산유도제를 한국에서도 사용하고 싶다. 건강권을 위해서 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필수약품지정 요청은 정부가 미루느라 매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질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지 비용 건강보험 적용해야

임신중지 비용을 건강보험에 포함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국장은 “낡아빠져서 없어져야 할 모자보건법에 따른 임신중지만 현재 급여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임신중지의 대다수가 비급여로 이뤄지고 있어 임신중지에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이 심각한데, 그 비용을 통제할 수단이 없어 완전히 시장화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이 부르는 게 값이고 그 가격의 근거가 무엇인지 시민들이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2022년 여성 임금노동자 평균 임금이 월급 268만원이었다. 그런데 시장에서 요구하는 임신중지 가격은 대략 50만원~100만원 선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이 목돈을 쉽게 마련할 수 있겠냐”며 “낙태죄가 진정 모두의 권리로 실현되는 의미에서 폐지됐다면 엄연히 건강을 위한 의료서비스로서 임신중지 비용을 건강보험 급여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임넷은 앞으로도 유산유도제 도입뿐만 아니라 임신중지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및 공공보건의료체계 내에서의 성재생산 건강서비스 보장을 포함한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받을 때까지 강력하게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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