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약물시장 분석] 헬스코리아뉴스는 코로나 등 감염병 확산을 계기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약물개발 현황 및 관련 기업들의 동향을 비중 있게 취재하고 있습니다. 본 뉴스가 독자 여러분의 건강관리와 투자 판단 등에 좋은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근육이 서서히 약화되는 자가면역 질환인 중증 근무력증(gMG)에 대한 피하주사형 치료제가 탄생했다.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Vyvgart Hytrulo, 성분명: 에프가르티지모드 알파+히알루로니다제·efgartigimod alfa+hyaluronidas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존 정맥주사 제형은 입원 치료와 함께 약 1시간의 투여 시간을 요구한 반면, 피하주사 제형은 약 1분 내외로 투약이 완료되는 만큼, 환자의 편의성을 대폭 개선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아르젠엑스(Argenx)의 아세틸콜린 수용체(AChR) 항체에 양성 반응이 나타난 전신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치료제로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를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gMG에서 피하주사 제형 치료제가 허가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전 세계 최초이다.
FDA의 허가는 임상 3상 시험(시험명: ADAPT-SC)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해당 임상 시험은 전신 중증 근무력증 환자를 대상으로 정맥주사형 gMG 치료제인 ‘비브가르트(Vyvgart, 성분명: 에프가르티지모드·efgartigimod)’ 대비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의 비열등성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시험 결과,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는 ‘비브가르트’에 비해 소폭 우수한 치료 효능을 입증하며 시험의 목표를 충족했다. 치료 29일 차에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 투여군의 T세포 면역 반응 활성을 유도하는 면역글로불린1(IgG1)의 감소 수치는 66.4%였는데, ‘비브가르트’군은 62.2%였다.
IgG1 감소는 gMG 치료에 있어 주요한 척도이다. 면역 반응이 과발현할 경우, 신경근육접합부에서 근육의 표면에 존재하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대한 항체가 체내에서 생성되는데, 이때 이 항체가 수용체에 결합하여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고, 신경근육접합부의 기능이 저하되어 gMG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의 내약성과 안전성은 양호한 편이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주사 부위 반응(ISR)으로,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 투여군은 대조군 대비 ISR 발생율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룩 트루엔(Luc Truyen) 아르젠엑스 최고의료책임자는 “‘비브가르트’가 FDA의 허가를 받은 지 18개월 만에 더 편리한 치료제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아르젠엑스는 정맥주사 및 피하주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맞춤형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하주사형 FcRn 항체 시장 경쟁 본격 돌입
월 1회 통원, 30~90초 동안 1회 피하 주사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는 정맥주사형 gMG ‘비브가르트’의 후속 약제로, 신생아 Fc 수용체(FcRn)와 결합하여 면역글로불린 G의 자가 항체를 감소시키도록 설계된 FcRn 억제제에 미국 헤일로자임(Halozyme)의 약물 전달 기술인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PH20)를 결합한 약물이다. 약물 용법은 4주 동안 주 1회 통원하여 30~90초 동안 1회 피하 투여(1008mg 고정 용량)이다.
‘비브가르트’는 지난 2021년 12월 미국 FDA의 허가를 받으면서 전 세계 최초 FcRn 억제제로 등극한 바 있다.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는 ‘비브가르트’의 이러한 발자취를 따라 전 세계 최초 피하주사형 FcRn 억제제가 된 셈이다.
한편, FcRn은 상피 세포에 존재하는 IgG의 방어 수용체다. 이 수용체는 FcRn 재순환 기전을 통해 혈장의 IgG와 알부민을 세포 안으로 흡수한 후 다시 세포 밖으로 방출한다. FcRn 재순환은 IgG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보호한다.
하지만, IgG가 과발현되면 중추신경계와 관련된 감염 혹은 100여 개 이상의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한다. FcRn 억제제는 FcRn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이를 억제하고, 리소좀 분해를 통해 IgG의 감소를 가속화한다.
제약·바이오 업계, 쓰임새 제한 없는 FcRn 억제제 주목
FcRn 억제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쓰임새의 제한 없이 적응증 확대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는 특정한 항체만을 표적하는터라 표적 항원에 따라 사용이 제한적인 반면, FcRn 항체는 자가면역 질환에 포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FcRn 억제제를 개발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네덜란드 아르젠엑스(Argenx)를 비롯, ▲벨기에 UCB ▲중국 모멘타 파마슈티컬스(Momenta Pharmaceuticals) ▲미국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Alexion Pharmaceuticals) 등이 있다.
그러나, FcRn 억제제는 대부분 정맥주사 제형으로 개발되는 만큼, 투약 편의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이러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피하주사 제형 FcRn 억제제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피하주사제형 FcRn 억제제 개발에 있어 아르젠엑스를 매섭게 추격하는 기업은 바로 국내 기업인 한올바이오파마이다. 대웅제약이 최대주주(지분율 30.85%)로 있는 이 회사는 피하주사형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HL161(성분명: 바토클리맙·batoclimab)’를 지난 2017년에 미국 이뮤노반트(Immunovant)와 중국 하버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에 기술 수출한 바 있다.
‘HL161’은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현재 임상 3상 시험을 실시하며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따라서 ‘비브가르트 하이트룰로’에 이은 두번째 피하주사형 FcRn 억제제는 ‘HL161’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