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프랑스 생명공학기업 사노피(Sanofi)의 유전성 희귀 질환 치료제가 일본, 유럽에 이어 미국 규제 당국의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 및 환자 접근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31일(현지 시간), 사노피의 효소대체요법제 ‘젠포자임’(Xenpozyme, 성분명: 올리푸다제 알파·olipudase alfa)을 유전성 희귀 질환인 스핑고미엘린분해효소 결핍증(ASMD)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3월, ‘젠포자임’을 전세계 최초 ASMD 치료제로 승인했으며, 3개월 후인 6월에는 유럽 집행위원회(EC)도 시판을 허가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본래 FDA의 심사 기일은 오는 10월 3일이었지만, FDA는 1개월 빠르게 ‘젠포자임’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미국에서도 최초의 ASMD 치료제가 탄생했다. ‘젠포자임’은 전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ASMD 치료제이다.
스핑고미엘린분해효소 결핍증은 스핑고미엘린 지방 물질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 ASM(Acid Sphingomyelinase)을 생성하는 SMPD1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다. 스핑고미엘린 물질이 축적되면 신체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거나, 중증 환자의 경우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영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으며, 성년까지 생존하여도 호흡 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젠포자임’은 ASM 분해효소의 결핍을 대체하기 위해 설계된 재조합 인간 산성 스핑고미엘린 분해효소 대체요법제이다. ASMD 환자의 체내에서 스핑고미엘린 분해효소를 대체해 세포 내부의 지방 축적량을 감소시키고, 관련 증상들을 완화시킨다. 투여는 2주에 한번 정맥 주사한다.
이번 승인은 A·B형 ASMD 환자 또는 B형 성인 환자 36명과 소아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건의 임상 3상 시험(시험명: ASCEND 및 ASCEND-Peds)을 근거로 했다. 시험 결과, ‘젠포자임’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임상적으로 유의하게 폐 기능이 개선됐으며, 비장과 간 부피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에서 관찰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두통, 기침, 발열, 관절통, 설사, 저혈압 등이었다. 다만, FDA 측은 ‘젠포자임’이 아나필락시스를 포함한 중증 과민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하도록 했다.
이날 빌 시볼드(Bill Sibold) 사노피 특수질환 총괄 부사장은 “이번 승인은 연구 및 개발에서 수 년간 미충족 의료 수요에 머물러 있던 ASMD에 대한 혁신 신약을 제공하기 위한 사노피의 약속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젠포자임’은 미국에서 바이알당(1회 투약량) 7192 달러(한화 약 963만 2415 원)로 약가가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조만간 해당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젠포자임’은 이전에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 혁신 신약,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젠포자임’의 매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 자산운용사 제프리스(Jefferies)의 분석가들은 지난해 이 약물에 대해 연간 최대 5억 달러(한화 약 6743억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그 가능성은 50%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희귀질환의 특성상 환자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