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원격의료의 성급한 도입을 반대한다
<성명> 원격의료의 성급한 도입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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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1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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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의료산업화정책의 일환으로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를 합법화시키는 의료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원격의료는 현재 도입을 전제로 그 방법과 제반 조건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공식적으로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혔다. 전국의사총연합은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기술의 변화가 의료에도 도입되어 국민건강 향상에 긍정적 효과가 미치도록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 입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원격의료의 성급한 도입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명백하게 반대함을 밝히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원격의료의 도입과 관련한 논의를 즉시 중단할 것과, 원격의료의 도입이 의료사회에 가져올 충격과 위험성에 관한 충분한 검토 후 보다 신중히 도입을 재차 논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원격의료가 의료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간, 거리,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음으로써 수진자의 진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재진을 막론하고 수진자가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국내의 모든 의료기관은 상호간 무한대의 경쟁을 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과거 아파요닷컴 사건의 사례처럼 의료시장을 교란함으로써 의료 시장의 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원격의료의 또 다른 위험은 일차의료기관의 몰락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법적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수가체계로 인하여 대형병원들이 고난이도의 치료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외래진료에 집중하고 있으며 동네 의원보다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적 성향과 맞물려 총 급여 진료비에서 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넘어선 상태이다. 더욱이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로 인하여 많은 의원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이다. 원격의료가 동일 질환에 대하여 재진 환자에게 한정한다고 하여도 국민들이 의원보다는 병원의 원격진료를 선호할 것이 명약관화하며 이것은 일차의료기관의 상대적 위축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일차의료기관의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부는 향후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회피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회피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고 앞으로도 그 전망은 매우 어둡다.

이같이 큰 위험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는 원격의료를 정부는 위험성을 간과하고 의료산업의 시장 확대 효과와 고용창출의 효과 등 긍정적 효과만을 바라보고 의료계에 그 수용을 강요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원격의료와 관련한 시범사업 등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원격의료의 시범사업에 의원이 참여한 예는 단 한 예도 없다. 그리고 대한의사협회는 의원 중심의 원격의료가 시행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설사 의원 중심의 원격의료가 시행된다 해도, 단 한 예의 시범사업조차 진행하지 않고서 향후 발생할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한 위험을 오로지 개인적 추측으로만 예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원격의료의 성급한 도입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원격의료의 도입 필요이유로 내세운 정부측 주장이 비합리적이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도소와 도서지역 등 약 450 만 명에 이르는 의료서비스 소외지역의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도소의 재소자들에 대한 불충분한 의료서비스는 적정예산증액으로 1차 진료를 담당할 의사를 확보한 후 각과 전문의를 연계병원으로 지정하여 전문의의 소견이 필요한 경우 의사-의사간 원격상담으로 각과 전문의의 전문적 진료를 확보함으로 해결하거나 교도소를 원격진료 금지의 예외지역으로 지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서비스 소외지역의 원격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 해 4천 여명의 의사를 배출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30개 OECD국가 중 세 번째로 빠르게 의사가 증가하는 나라로서, 전국에 27,000여개 산재하는 의원은 읍,면,리 단위까지 퍼져있으며 그 숫자 또한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서비스 소외지역은 극히 제한적이다. 즉 원격의료를 도입해야 할 당위성을 주장하는 정부측 명분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원격의료의 도입이 관련 의료산업의 확대와 고용창출 등 의료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의료산업이 의료시스템의 붕괴 위에서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격의료의 도입과 관련한 논의를 즉시 중단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원격의료의 가장 중요한 공급자인 의사들이 원격의료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포털 닥플닷컴에서 2009.9.11일부터 13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원급만 허용된다는 조건 아래 수용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15%인데 반해 전체 응답자 339명의 대다수인 74%(256명)가 원격의료는 의료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많아 조건에 관계 없이 무조건 반대한다고 답하여 대다수 의사들이 원격의료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측 안에 대하여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이러한 결정은 대다수 의사회원들의 의사에 반한 결정으로 향후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의사회원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회원의 뜻을 물어 정부를 설득한다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외면하고 오히려 정부의 스케줄에 맞추어 회원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는 의료산업화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중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지만 비대면 진료를 인정한다는 것이나 의료기관간 새로운 형태의 무한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는, 즉 의료의 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추진함에 있어 정부와 의료계 모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원격의료가 미리 짜여진 스케줄에 맞추어 졸속으로 진행된다면 이 나라의 의료체계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며 국민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의 도입과 관련한 정부측과의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원격의료가 가져올 위험성과 회피방안에 관련한 충분한 준비를 갖춘 후 재논의할 것을 정부측에 요구해야 한다. 의료의 주체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포기하고 회원들의 의사를 외면하며 정부측의 일방적 추진에 대하여 끌려 다닌다면 대한의사협회는 즉시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이며 회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민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의사도 건강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고도의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고 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의 피해를 입은 의사들이 자신의 전공과 의사로서의 본연의 치료업무를 포기하고 미용분야의 비급여진료에 집중하는 등 왜곡된 의료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원격의료가 선진국으로 달음질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원격의료의 성급한 도입을 즉시 중단하고, 의사들을 옥죄고 있는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폐지, OECD국가 평균의 1/4에 이르는 비현실적인 의료수가의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의료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009. 9. 14 전국의사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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