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비제약 분야서 상표권 분쟁 '급증'
제약업계, 비제약 분야서 상표권 분쟁 '급증'
엘지생건·한국인삼공사 등 거대 기업과 싸움

제약업계 화장품·건기식·생활용품 시장서 '호실적'

사업 확장 속도 빨라 상표권 분쟁 더욱 늘어날 듯
  • 이순호
  • 승인 2020.06.2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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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어린이 영양제 '미니막스 정글'
동아제약 어린이 영양제 '미니막스 정글'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사들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비(非) 제약 분야에서 상표권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분쟁의 대상은 LG생활건강과 같은 대기업들이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생활용품 시장의 터줏대감인 엘지생활건강을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제기했던 '미니:맥스' 상표권 취소 청구 심판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받았다.

동아에스티는 엘지생활건강이 '미니:맥스' 상표권을 등록해 놓고 3년간 사용하지 않아 '불사용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며, 특허심판원은 동아에스티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번 심판은 동아에스티가 자사의 계열사인 동아제약이 판매 중인 어린이 건강식품 '미니막스'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니막스'는 동아제약이 지난 1984년 국내 최초로 발매한 어린이용 성장 영양제다. 동아제약은 지난달 '미니막스'를 '미니막스 정글'로 리뉴얼 출시했다. '미니막스 정글'은 합성향료, 합성색소, 합성감미료 등 불필요한 화학적인 첨가물을 최소화했으며, 친환경 녹색기술 인증을 받아 재활용된 펄프 용기를 사용해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동아제약은 '미니막스 정글'을 리뉴얼 출시하며 자사의 공식 브랜드 전문몰뿐 아니라 풀무원이 운영하는 친환경 식품 매장 올가홀푸드, 온라인 식자재 판매 사이트인 마켓컬리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기업인 LG생활건강이 '미니막스 정글'과 비슷한 제품명으로 어린이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LG생활건강은 현재 자사의 건강식품 브랜드 '리튠'을 운영하며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상황. 동아에스티가 상표권 분쟁에 나선 이유다. 다만, 동아에스티가 동아제약을 대신해 심판을 청구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동국제약도 자사의 '마데카' 상표권을 지키기 위해 엘지생활건강과 상표권 분쟁을 진행 중이다. 공교롭게도 분쟁 대상이 또 LG생활건강이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7월 LG생활건강을 상대로 '마데카페어', '프리마데카' 등 2개 상표권에 대한 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 치열한 법적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2개 상표는 모두 지난 2018년 8월 등록된 것으로, 치약, 샴푸, 비누, 화장품 등이 지정상품(제3류)이다. 동국제약은 LG생활건강이 자사가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 '마데카 크림' 등의 인지도에 편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데카페어'는 LG생활건강이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치약의 제품명이다. 치약뿐 아니라 화장품 샴푸 등도 지정상품으로 등록돼 있어 향후 이 상표권을 토대로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프리마데카'의 경우에는 아직 제품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7조685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LG그룹 내에서 LG전자에 이어 이익 기여도 2위를 차지한 초대형 기업으로, 최근 2~3년 새 '마데카'와 관련한 다수 상표권을 등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온더바디 마데카소사이딘 바디크림'(지정상품 : 화장품, 치약 등 제3류)을 시작으로 2018년 '마데카페어'·'프리마데카', 2019년 '마데카덴트'(지정상품 : 제3류)·'마데카탁스'(지정상품 : 제3류)·'마데카페어'(지정상품 : 화장용 스펀지·주걱·빗 등 화장용구, 칫솔·혀클리너 등 제21류) 등 '마데카'와 관련해 모두 6개의 상표권을 등록했다.

이 중 지난해 추가로 등록한 '마데카페어'(제21류)를 제외하면 모든 상표권이 화장품을 지정상품으로 하고 있다.

업계는 동국제약이 자사 브랜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나머지 상표권에 대해서도 추가로 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종근당의 건강기능식품 계열사인 종근당건강은 자사의 어린이 키 성장 영양제 '아이커'와 관련해 한국인삼공사와 상표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건강의 '아이커'는 지난 2015년 출시한 제품이다. 주성분인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HT042)은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어린이 키 성장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한동안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으나, 종근당건강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락토핏'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함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제품 리뉴얼 이후에는 3개월 만에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어서며 기존 터줏대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삼공사 역시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인 '아이패스'와 '아이키커'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 따르면 '아이패스'는 2017년 450억원을 기록했고, '아이키커'는 2016년 200억원을 돌파했다.

어린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인삼공사로서는 '아이패스', '아이키커'와 명칭이 유사한 '아이키커'의 성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한국인삼공사는 지난해 말 종근당건강을 상대로 '아이커'(키성장 영양제) 상표권에 대한 무효 심판을 청구해 올해 초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냈다. 종근당건강은 곧바로 특허법원에 항소, 양사는 현재 상표권 분쟁 2차전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아이커' 상표권의 지정상품 중 가공식품용 홍삼추출액, 홍삼농축액, 홍삼분말, 홍삼을 주원료로 하는 건강기능식품 등 4개 품목에 대해서는 특허심판원의 무효 심결을 받아들였다. 한국인삼공사가 홍삼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오랜 시간 인지도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정상품에 대해서는 특허심판원 무효 심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종근당건강의 입장이다.

해당 상표권의 지정상품에는 '아이커'의 주성분인 황기추출물을 비롯해 맥아·건지황·산약·복령·작약·두충·당귀·진피·구기자·오메가3 등 건강기능식품에 많이 사용하는 성분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 상표권이 무효화될 경우, 종근당건강은 다른 기업이 '아이커'와 유사한 제품명으로 제품을 출시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아이커' 상표를 활용해 제품군을 확장하기도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판매하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관련 시장에서 오랜 시간 제품을 판매하던 거대 유통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제약사들의 활동 영역이 비제약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만큼, 거대 기업들과 상표권 분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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