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약값만 1억 ··· 죽음과 싸우는 환자들
기본 약값만 1억 ··· 죽음과 싸우는 환자들
희귀암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1회 주사 비용 2600만원

기본 4회 투여시 1억400만원 ··· 약값 부담에 해외 원정치료까지

완치제 아닌 부분적 효과 ··· “죽을 때까지 투여해야하는 약물”

환자들, 신속 승인 및 보험등재 촉구 ··· 식약처, 현재 허가심사 중
  • 임도이
  • 승인 2020.05.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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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1억원이 넘는 약값 부담 때문에 말레이시아 등에서 해외 원정치료까지 해야했던 우리나라의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이 약물의 국내 신속 승인 및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촉구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해당 약물은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성분명:루테튬 옥소도트레오타이드/Lutetium(177Lu) oxodotreotide)이다.

최초의 방사성 항암치료제로 알려진 이 약물은 종양 이외의 부위는 건드리지 않고 종양 부위에만 작용해 기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비해 치료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은 약물의 우수성을 인정해 지난 2018년 1월 ‘루타테라’(Lutathera)를 위장과 췌장 등 신경내분비계 종양(GEP-NETs) 치료제로 전격 승인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췌장, 위장, 소장, 대장 등의 신경내분비세포에 생기는 희귀 암질환으로, 성장호르몬 방출억제호르몬인 ‘소마토스타틴’ 수용체가 신경내분비종양 세포에서 과발현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루타테라’는 다행히 이러한 증상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약물로, FDA가 방사성 의약품을 GEP-NETs 치료용으로 승인한 것은 ‘루타테라’가 처음이다. 예컨대 신경계 또는 소화계에서 작용하는 이 약물은 펩티드 호르몬인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작용, 약물이 종양 세포 내부로 침투해 방사선을 조사하면 해당 세포의 손상을 유도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FDA는 노바티스가 진행한 두 가지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루타테라’의 사용을 승인했다. 첫 번째 시험은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GEP-NETs 환자 229명을 대상으로 ‘루타테라’와 타 약물의 효과를 비교한 것이다. 임상 결과 ‘루타테라’ 투여 환자는 대조그룹에 비해 종양 증식이 느리거나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시험은 GEP-NETs 환자 1214명을 대상으로 ‘루타테라’를 종양 부위에 투여한 것이다. 그 결과 환자의 16%에서 종양 활동이 완전 억제되거나 부분적으로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완치제는 아니지만, 그만큼 이 약물은 죽음과 싸우는 환자에게 있어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치료제인 셈이다. 하지만 일반 환자, 특히 돈이 없는 가난한 환자(Medical Poor)들에게는 ‘그림속의 떡’이나 다름없는 약물이기도 하다. 약값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약이기 때문이다. 

10일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대표 황원재)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주사제로 된 ‘루타테라’는 최소 4회 투여(노바티스 기준)를 원칙으로 하며 1회 투여 약값은 2300만원~2600만원에 달한다. 약물은 보통 2개월 마다 투여하는데, 4회를 모두 투여할 경우, 그 비용은 최대 1억400만원. 부유층이 아니라면 감히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가격이다.  

 

희귀 암질환인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신경내분비종양 환자·34세)가 말레이시아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사진/황원재 대표 제공)
희귀 암질환인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신경내분비종양 환자·34세)가 말레이시아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사진/황원재 대표 제공)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그동안 약값이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인 말레이시아 등에서 해외 원정치료를 받아왔다.  말레이시아의 병원을 방문해 원정투여하는 약물은 1회 비용이 800만원~1000만원 정도로, 노바티스의 ‘루타테라’가 아니라, 성분이 유사한 ‘lutetium Lu 177 dotatate’라는 방사선의약품이다. 그나마 지금은 이 약물마저도 투약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국경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사진/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 제공)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사진/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 제공)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신경내분비종양 환자·34세)는 10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희귀질환인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국내에 1만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지난 2018년부터 대략 100여명의 환자들이 해외에서 원정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4회를 투여한다고 해도 해당 질환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황원재 대표는 “저 같은 경우, 지금까지 모두 8번을 투여했고 이제 9번째 투여를 앞두고 있다”며 “죽을 때까지 투여해야하는 약물”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11월 28일 ‘루타테라’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이때부터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약을 구입할 수 있게 했으나, 고가약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돈을 구할 수 없는 환자들은 죽음 외에 선택지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환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루타테라’의 국내 허가와 건강보험 등재”라고 호소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는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노바티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향해 “‘루타테라’를 신속하게 시판 허가하고 급여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오는 11일(오전 10시)에도 식약처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신경내분비종양환자들이 더 이상 해외 원정치료와 고액 약값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긴급도입의약품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루타테라’에 대해 식약처가 신속히 시판 허가를 해야한다”고 요구할 계획이다.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는 “루타테라의 성분은 하루 아침에 개발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는 100여년 전부터 사용해오던 약물”이라며 “우리나라 제약사들도 능력은 있지만, 환자수가 적어 개발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사진/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 제공)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사진/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 제공)

한편 우리나라 식약처는 지난해 12월2일 노바티스의 신청에 따라 이 약물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에따라 의약품 수입사인 한국노바티스는 임상3상시험 실시 조건으로 임상2상 결과만으로 ‘루타테라’의 국내 시판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식약처는 현재 이 약물에 대해 수입의약품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식약처가 ‘루타레라’에 대한 신속 승인 절차를 마무리한다면, 국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연간 1억 400만원에 이르는 약제비 중 5000만원 이상을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받을 수 있다. 물론 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에 해당한다. 또 부족한 약값 중 일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재난적 의료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이뤄진다면 환자들은 약제비의 5%만 부담하게 돼 고가약의 압박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루타테라’는 원래 프랑스 제약회사인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어플리케이션스(Advanced Accelerator Applications)사가 개발한 의약품으로, 스위스계 다적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사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약물의 주인도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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