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환자의 건강 기록을 근거로 자살 시도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분석 프로그램이 미국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미국 보스턴 어린이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연구팀은 미국 내 5개 의료 기관이 보유한 환자들의 진료 데이터와 실제 자살 시도 기록을 대조 분석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 어린이병원을 비롯해 ▲파트너스 헬스케어 시스템 ▲보스턴 메디컬 센터 ▲웨이크 포레스트 메디컬 센터 ▲텍사스 주립대 보건과학센터 등에서 진료를 받은 10세 이상 환자 371만4105명 가운데 3만9162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자살을 시도한 환자들 중 상당수는 약물 중독(drug poisonings), 약물 의존(drug dependence), 급성 알코올 의존(cute alcohol dependence),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 봉와직염(cellulitis), 에이즈(AIDS) 등도 자살 시도자의 기록에서 자주 확인됐다.
연구팀은 “횡문근융해증과 봉와직염 등의 질환은 (자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예측하기 힘들었던 질환들”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각 질환별 치료 횟수와 치료 기간 그리고 치료 후 자살 시도 시점까지의 기간 등 변수를 종합해 자살 시도 위험을 예측해 사전에 경고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컴퓨터를 통해 전체 데이터의 절반을 분석, 패턴을 알아내 뒤 나머지 절반에 그 데이터를 적용해 정확도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검증 결과, 연구팀은 자살 시도 시점으로부터 평균적으로 2.1년 전에 그 위험을 경고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보스턴 어린이병원 소속 벤 레이스(Ben Reis)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프로그램은 기존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환자들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프로그램에 경고 메시지가 뜬 환자들과 단 몇 분이라도 더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자살 시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스 박사는 “물론 정신건강 문제와 향후 위험도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컴퓨터가 (실제 임상에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의료진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이 프로그램에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면서 남긴 임상 기록을 결합, 자살 시도 위험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