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허울뿐인 '프리스틱' 제네릭 독점권
[잠망경] 허울뿐인 '프리스틱' 제네릭 독점권
명인제약 등 4개 제약사 우판권 획득 … 80억 시장 쪼개먹기

특허도전 성공 제약사 대부분 확보 … 후속 제네릭 등장 가능성도 희박

우선판매품목허가 실효성 의문 … 식약처 개선작업은 지지부진
  • 이순호
  • 승인 2020.04.1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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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화이자가 판매 중인 우울증 치료제 '프리스틱서방정'(데스벤라팍신숙신산염일수화물)의 제네릭 허가를 받은 국내 제약사들이 우판권을 확보해 앞으로 9개월 동안 제네릭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그러나, 시판허가를 획득한 모든 제약사가 우판권을 가진 데다 후속 제네릭 진입 가능성도 적은 상황이어서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인제약·환인제약·한림제약·넥스팜코리아 등 4개 제약사는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데스벤서방정', '데팍신서방정', '프리넥사서방정', '데스베라서방정'에 대한 우선판매품목허가를 각각 획득했다. 우선판매 기간은 이달 9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다.

현재까지 '프리스틱서방정'의 특허(O-데스메틸-벤라팍신의 신규한 석시네이트 염) 도전에 성공한 제약사는 이들 4개 제약사와 삼진제약 등 모두 5곳이다. 만약 삼진제약까지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게 될 경우, 특허도전에 성공한 모든 제약사가 우판권을 확보하게 된다. 제네릭 독점권에 따른 시장 지배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후속 제네릭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제네릭 독점권의 혜택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코오롱제약, 아주약품, 경동제약, 동화약품, 드림파마(현 알보젠) 등이 제네릭을 출시하기 위해 존속기간연장 무효심판을 진행하고 있으나, 승소 확률은 '0'에 가깝다.

대법원이 지난해 초 단순히 염을 변경한 것만으로는 연장된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이후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 존속기간연장 무효심판 청구 건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 심결 또는 판결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존속기간연장 무효 전략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는 존속기간연장 무효심판뿐 아니라 일반적인 특허 무효심판도 진행하고 있으나, 제네릭 독점권이 유지되는 향후 9개월 안에 특허 도전에 성공하고 식약처 심사를 거쳐 제네릭 허가까지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식약처, 제도개선 논의만 1년째
시민단체, 우판권 허가 폐지 주장

우선판매품목허가는 한미 FTA 체결에 따라 지난 2015년 3월 도입한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의 가장 중요한 규정 중 하나다. 최초로 특허심판을 청구해 승소하고 가장 먼저 시판허가를 신청한 제약사에 제네릭 시장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우선판매 기간에는 후속 제네릭 판매가 금지된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첫 특허 도전(승소 전제)이 있던 날로부터 14일 이내에만 특허심판을 청구(승소 전제)하면 모두 최초 심판청구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어 우선판매품목허가가 난립하는 상황. 공동생동이나 위탁생산을 통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제약사가 제네릭 독점권을 누리는 탓에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프리스틱서방정' 제네릭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한 명인제약·환인제약·한림제약·넥스팜코리아 등 4개 제약사가 특허심판을 청구한 날짜는 지난 2017년 8월 17일(환인제약)과 같은 달 29일(명인제약·한림제약·넥스팜코리아)로 12일이나 차이가 난다. 

환인제약이 심판을 청구한 날로부터 14일 뒤인 2017년 8월 31일 심판을 청구한 삼진제약도 가까스로 최초 심판청구 지위를 확보했다.

식약처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초 우판권 개선작업에 나섰으나,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안에 개선안을 행정예고할 방침이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우판권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불거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특허청, 식약처, 제약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민단체 등의 실무자들이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정책소통 협의체'를 구성해 2번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으나, 의미 있는 결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스틱서방정'의 매출은 8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을 여러 개 제약사가 나눠 먹게 된 것"이라며 "국내 우선판매품목허가 제도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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