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주대병원 사태는 우리 모두의 딜레마
[기자수첩] 아주대병원 사태는 우리 모두의 딜레마
  • 서정필
  • admin@hkn24.com
  • 승인 2020.01.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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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와 유희석 아주대학교 의료원장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양측간 갈등의 실상은 지난 13일 MBC가 유 병원장 욕설 녹취파일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해군 순항훈련에 참가했다가 돌아온 이 교수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주대병원의 외상센터 운영 실태를 폭로하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병원 측이 소중한 혈세를 지원받고도 350만 인구의 경기남부권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매년 혈세를 지원받고 센터 건물 건설비용도 정부가 댔으니까 병원 측은 당연히 중증 외상환자를 살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남는 병실까지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 뿐아니라, 외상센터를 골칫덩이로까지 취급했다는 게 이 교수의 입장이다.

이 교수는 “(인력난 속에도) 조금만 더 버티면 지원이 올 거고 지원이 오면 인원을 증원해 어떻게든지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원이 있어도 증원이 없었다”며 “한계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정부로부터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키로 하고 건립비용 300억과 매년 운영비용으로 60억원을 지원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외상센터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다”며 “이미 외상센터 환자에게 배정된 100병상을 채운 상황에서 환자를 다른 병동에 입원시킬 경우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본관 리모델링 공사와 2021년으로 예정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준비도 양측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상급종합병원인 아주대병원은 일반 종합병원에 비해 5%의 수가를 더 받는데 이로 인한 추가 수익은 병원 연간 진료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에서 탈락하면 한해 순수익은 그냥 사라지게 된다.

이 상황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중요 평가지표 중 하나인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 비율이다.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은 입원환자 중 중환자 비율이 높아야 유리하지만, 중증환자 분류에서 외상환자는 인정비율이 낮아 만약 병원이 중증 외상환자를 본원에 입원시킬 경우 전체적인 중증환자 비율이 내려가 재지정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국종 교수는 권역외상센터장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병원 운영 방식을 두고 비롯된 파문이 센터장 사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난 뒤 아주대병원 평교수로 남아 치료와 강의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운영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국종 교수와 유희석 의료원장간에 불거진 이번 갈등은 사실 아주대병원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병원이든 운영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오래된 딜레마다. 우리는 비슷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병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고 정부 당국의 더 많은 지원을 촉구해 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2010년을 기점으로 민간병원에 외상센터, 희귀질환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등 전문센터를 위탁해 운영하고 있으나, ‘환자를 우선 살려야 한다’는 입장과 ‘병원의 경영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설령 이 교수의 센터장직 사퇴로 이번 일이 봉합되더라도 언제든 다른 곳에서 비슷한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중증외상환자 입원비율 하향조정 등 나름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쉽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데가가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지금도 의료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는 ‘치료의 당위성’와 ‘재정적 한계’라는 현실의 부조화 사이에서 보건복지부와 아주대병원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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