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엘러간 또 ‘운명적 격돌’ 예고
대웅제약&엘러간 또 ‘운명적 격돌’ 예고
이번엔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

대웅제약 'HL036' 3상 결과 발표

두번째 3상 거쳐 미국 진출 예정

엘러간 '레스타시스'와 전면전 불가피
  • 이순호
  • 승인 2020.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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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에서 질긴 악연을 이어왔던 대웅제약과 엘러간이 이번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최근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3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국의 안과 전문 임상대행기관(CRO)인 Ora를 통해 미국 전역 12개 임상시험 기관에서 637명의 안구건조증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HL036 0.25% 점안액과 위약(Placebo)을 8주 동안 1일 2회 점안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HL036 0.25% 점안액은 각막 전체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종합 반영하는 객관적 지표(Total Corneal Staining Score:TCSS)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성 있는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주관적 지표인 Ocular Discomfort Score(ODS)의 경우, 투약을 시작한 지 2주와 4주에 위약군 대비 뚜렷하게 개선된 결과가 도출됐다. 임상시험 중 발생한 이상반응은 모두 경미한 사항들이었으며, 발생빈도에 있어서도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간 안에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나오자 회사 측도 적잖이 놀란 모양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6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임상 3상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10개월 만에 첫 투약에서 Topline 결과까지 확인하는 임상진행 속도에 놀랐다"며 "한올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도 신속히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는 'HL036'의 치료 효과를 재현 확증하기 위해 두 번째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미국 FDA에 신약 허가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FDA 승인 이후다. 쟁쟁한 기존 치료제의 벽을 넘어서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앨러간 '레스타시스', 샤이어 '자이드라', 산텐 '디쿠아스' 등 3개 품목이 독점하고 있으며, FDA의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에 출시된 오리지널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레스타시스'와 '자이드라'가 전부다.

'레스타시스'는 2002년, '자이드라'는 2016년 각각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레스타시스'는 '자이드라'보다 10년 이상 먼저 시장에 발을 들인 만큼,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레스타시스'는 지난 2018년 기준으로 12억6150만달러(한화 1조4620억785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 세계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의 60% 정도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이 주력 시장으로 미국에서만 전체 매출의 95%에 달하는 11억9700만달러(한화 1조3873억2300만원)를 벌어들였다.

이 기간 '자이드라'의 글로벌 매출액은 3억8800만달러(4496억9200만원)로, 아직은 '레스타시스'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HL036'이 상용화되면 '레스타시스'와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는 곧 미국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에서 대웅제약과 엘러간의 전면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감정의 골이 깊은 두 회사가 또다시 경쟁무대에 선 것이다.

 

'보톡스'로 시작된 신경전
'나보타' 시판후 앙금 싸여

대웅제약과 엘러간의 갈등은 지난 2009년 대웅제약이 판매하던 '보톡스'의 판권을 엘러간이 일방적으로 회수하면서 시작됐다.

대웅제약은 지난 1995년 '보톡스'의 국내 판권을 획득해 연 매출 300억원을 올리는 효자 품목으로 육성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의 보톡스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엘러간이 '보톡스'의 판권을 일방적으로 회수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당시 양사의 계약기간은 2012년 3월까지로 3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이에 절치부심한 대웅제약은 5년여의 연구 끝에 지난 2013년 말 자체 개발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를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로 승승장구하며 지난해에는 미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엘러간과의 악연은 미국에서도 계속됐다.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자 엘러간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 규모는 약 3조원 정도이며, 이 중 미국 시장이 1조500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엘러간의 '보톡스'는 전 세계 시장의 75%, 미국 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 품목이다.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는 앨러간의 '보톡스'와 입센·갤더마의 '디스포트', 멀츠의 '제오민'에 이어 미국 시장에 10년 만에 등장한 보툴리눔톡신 제제다. 특히 분자 크기가 900킬로달톤(kDa)으로 '보톡스'와 같다. '보톡스'를 대신해 처방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이는 곧 '보톡스'의 점유율 하락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엘러간이 '나보타'의 미국 진출에 '발끈'한 이유다.

이 때문에 엘러간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 초기부터 딴지를 걸어왔다. 먼저 '나보타'의 균주 출처를 문제 삼으며 파트너사인 우리니라 메디톡스와 함께 미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된 '나보타'가 미국에 수입될 경우, 현지 보툴리눔톡신 제제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엘러간의 주장이다.

이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민사소송은 국내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된 상태이지만, ITC 소송은 오는 2월부터 정식 재판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이처럼 10년 넘게 갈등을 빚어온 두 회사가 이번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에서 맞붙을 공산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는 '레스타시스'와 '자이드라'가 출시돼 있지만,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고, 작열감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매운 큰 상황"이라며 "'HL036'은 임상3상 결과 각막손상 개선 효과가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각막 전체에서 나타났을 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은 위약과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해볼만한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보톡스'의 바이오시밀러 격인 '나보타'와 달리 'HL036'은 새로운 신약"이라며 "그동안 엘러간에 끌려다녀야 했던 대웅제약으로서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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