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다가선 암 정복의 꿈 … 대사 항암제 원리 규명
한 걸음 다가선 암 정복의 꿈 … 대사 항암제 원리 규명
한정민 교수팀, 암세포에 영양분 제공하는 수송체 발견
  • 박정식
  • admin@hkn24.com
  • 승인 2019.12.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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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대사 항암제의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20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한정민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의 주 영양분인 글루타민을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에 전달하는 수송체를 발견했다.

암세포는 아미노산 중 글루타민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글루타민은 세포 내 에너지 공장으로 잘 알려진 미토콘드리아에서 작용한다. 그러나 글루타민이 어떻게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기존에 밝혀진 바가 없었다. 기존 연구들은 세포막 글루타민 수송체로서 SLC1A5의 역할에만 주목했기 때문이다.

 

SLC1A5 유전자 변이체(transcript variant) 에 의해 매개되는 미토콘드리아 글루타민 대사 기전도. (그림=연세대학교)
SLC1A5 유전자 변이체(transcript variant) 에 의해 매개되는 미토콘드리아 글루타민 대사 기전도. (그림=연세대학교)

연구팀은 SLC1A5라는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 유전자 변이체가 미토콘드리아 아미노산 수송체로서 글루타민의 수송을 맡고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수송체는 저산소 환경에서 특정한 전사인자(HIF-2α)에 의해 발현이 증가했다. 이 경우 암세포의 글루타민 사용이 높아져 에너지 호흡과 포도당 사용 역시 활발해졌고 결국 암세포 대사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됐다. 나아가 동물실험을 통해서 해당 수송체의 발현을 억제한 경우 암 발생 자체가 억제되는 것도 확인했다.

한정민 교수는 “그 동안에는 암세포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하는 연구들이 주로 이뤄졌지만 저항성이 쉽게 생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략하는 대사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으로, 암 정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글로벌프론티어사업, 교육부·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글로벌박사펠로우십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대사 분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온라인판 12월19일자에 게재됐다.

아래는 연구팀과의 미니 인터뷰.

 

교신저자인 연세대학교 한정민 교수(왼쪽)와 제1저자인 연세대학교 유희찬 박사.
교신저자인 연세대학교 한정민 교수(왼쪽)와 제1저자인 연세대학교 유희찬 박사.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암세포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는 돌연변이 및 우회경로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며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암세포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쉽게 저항성이 생길 수 있는 신호전달 경로보다는 암세포가 성장 및 생존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략하면 효과적인 항암전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암의 대사적 측면을 공략하는 항암전략이 유효할 것인가에 관한 연구가 최근 많이 이뤄지고 있다. 본 연구 또한 암세포가 보이는 글루타민 중독 현상을 공략하기 위해 암세포의 글루타민 수송체에 관한 연구를 그 시작점에 두고 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초기 암세포의 글루타민 수송체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즈음, 세포막 글루타민 수송체와 암세포의 글루타민 의존성에 관련된 주제로 여러 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연구의 차별성을 위해 잘 알려진 세포막 글루타민 수송체인 SLC1A5 라는 유전자에 존재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 변이체에 관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 즈음만 하더라도 연구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해당 수송체가 세포막이 아닌 세포 내부, 미토콘드리아에 발현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연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미토콘드리아 글루타민 수송체로서 SLC1A5 유전자 변이체가 세포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신호전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어렵지 않게 분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루타민이 대사된 산물에 대한 분석은 기술적 요소로 인해 분석이 쉽지 않았다. 이 부분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황금숙 박사님의 협조로 다행히 분석할 수 있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1959년에 이미 암세포를 실험실에서 키울 때 글루타민이 중요한 아미노산 이라는 것이 보고됐다. 그 후 글루타민 대사와 그 대사산물에 관한 생화학 및 분자세포학 연구가 수없이 많이 진행되었지만, 정작 글루타민 대사를 위해 미토콘드리아로 글루타민이 들어가는 수송체의 존재는 여전히 규명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토콘드리아 글루타민 수송체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해당 수송체에 의해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이 조절됨을 보임으로써, 이 수송체가 중요한 항암 표적임을 제시한 것이 가장 차별화 된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해당 수송체를 특이적으로 저해하는 저해제 개발을 수행한 후, 여러 시험들을 거쳐 글루타민 의존성을 보이는 암세포 또는 암 환자들에게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현재 사람 데이터베이스에만 해당 유전자 변이체가 등록이 돼 있다. 후속 연구로서 다른 종, 특히 쥐에서 해당 유전자 변이체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규명하여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를 놓도록 하겠다. 또, 해당 유전자가 대사적 관점에서 또 어떤 중요성을 가질 수 있는지 연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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