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대 '집단 소송' 나선 제약사들
정부 상대 '집단 소송' 나선 제약사들
36개사, 건보공단 구상권 행사에 '반발'

"정부 규정대로 제조 … 책임 전가 부당"
  • 안상준
  • 승인 2019.12.0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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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발사르탄 사태'로 정부로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청구받은 제약사들이 집단 소송에 나섰다. 소송을 제기한 기업은 모두 36곳으로, 이들은 지난달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유해 물질이 함유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책임을 물어 정부가 행사한 구상권에 대해 제약업계가 집단으로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고혈압약 원료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제약사 69곳에 총 20억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을 청구한 바 있다. 이는 발사르탄 사태 이후 환자들에게 제품을 교환해 주며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보건복지부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제약사 "책임소재 가리자" vs 政 "당연히 책임져야"

하지만 구상금은 건보공단의 계획대로 걷히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구상금 고지 결정·징수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26개 제약사가 4억3600만원의 구상금을 납부하는 데 그쳤다. 징수율은 21%에 불과했다.

36개 제약사는 구상금을 납부하는 대신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발사르탄 파동에서 검출된 발암 가능 물질(NDMA)이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유해 물질이어서 NDMA 검출 위험성을 인지할 수 없었다는 게 소송의 주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A 제약사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약사 입장에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게 분명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다만,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의약품을 제조·판매했는데 나중에 불순물이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해서 이를 모조리 제약사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제품 회수와 폐기 비용으로 제약사가 큰 손실을 봤는데, 정부가 재처방·재조제에 따른 구상권까지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금액의 문제를 떠나 법적으로 면밀히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 제약사 관계자도 "아마 소송을 제기한 제약사는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당장 얼마 전 이슈가 된 '라니티딘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가 제약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법원의 판단을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건보공단은 인체에 유해한 발사르탄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은 당연히 제약사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조업자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는 제조업자가 배상해야 한다는 '제조물 책임법'이 건보공단의 구상권 청구 근거다.

건보공단 급여사후관리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제조물 책임법에서 정의하는 '제조상의 결함'에 해당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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