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종근당] 한국제약기업의 표본 ... ‘최초’와 ‘최고’의 역사 창출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종근당] 한국제약기업의 표본 ... ‘최초’와 ‘최고’의 역사 창출
  • 곽은영
  • 승인 2019.11.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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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종근당그룹 본사.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종근당그룹 본사.

 

‘한국제약산업의 거목’ 고촌 이종근 선생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이름부터가 남다른 종근당은 한국제약기업의 모범생이라 할만하다. 연구개발(R&D)과 생산·판매, 글로벌시장 개척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국내의 모든 제약회사들이 종근당처럼만 해주었다면 우리나라는 벌써 제약강국의 대열에 오르고도 남았을 일이다. 

일반인들에게 두통약 ‘펜잘’로 잘 알려진 종근당은 사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ETC)에서 더욱 강한 회사다. 그것도 일명 제네릭이라 불리는 복제약이 아니라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신약과 개량신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제약기업의 사명인 연구개발(R&D)에 매진해온 결과다.

1941년 고 이종근 회장에 의해 설립된 종근당은 78년 업력의 정통성 있는 제약회사답게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가득하다. 1949년 국내 최초 튜브 연고 제품 ‘다이아졸’ 출시, 1965년대 국내 최초 원료합성공장 설립, 1968년 국내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획득, 1972년 국내 최초 중앙연구소 설립 등 일일이 나열하는 것 자체가 벅찰 정도로 "선도적 기업은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오늘날 한국제약기업의 표본으로 평가받은 종근당의 역사는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약업보국의 사명감으로 종근당을 세운 고촌 선생은 한국제약산업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세계에 알린 인물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래서 ‘한국제약산업의 거목’으로 불린다.

 

종근당 창업주 고(故) 고촌 이종근 회장.
종근당 창업주 고(故) 고촌 이종근 회장.

1919년 9월 9일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고촌 선생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내다 1939년 약품외판원으로 일하면서 제약업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좋은 약을 지어 나라를 돕겠다’는 생각으로 제약업에 꿈을 키워온 그는 1941년 23살의 나이에 서울 아현동에 종근당의 전신인 4평짜리 약국 ‘궁본약방(宮本藥房)’의 문을 열었다. 약업인으로서의 본격적인 발걸음이었다.

고촌 선생은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고 부산으로 피난 갔던 어려운 시절에도 가공장을 짓고 진해거담제 ‘염산에페드린정’, 구충제 ‘산토닌정’ 등의 의약품을 생산해 전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했다. 전후 1956년에는 본인의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종근당제약사’로 바꿨다. 이름을 사명으로 내건 만큼 그는 정직과 신용을 기치로 한평생을 제약업에 올인했다.

 

‘국내 최초’ 타이틀 다수 보유 ... 제약산업 현대화 신호탄

고촌 선생은 “하면 된다”라는 정신으로 국내 제약업의 현대화에도 선도적 역할을 자임했다. 

1965년 원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항생제 원료합성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서 1968년 항생제 ‘클로람페니콜’ 개발에 성공한 종근당은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승인까지 획득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항생제 원료합성공장 준공과 미 FDA 승인은 기술 낙후 및 전문인력 부족으로 정부에서조차 불가능으로 여겼던 제약업종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선생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값비싼 수입약을 대체할 의약품 개발을 위해 내달렸다. 1972년 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세우고 2년 후 국내 최대 항생물질 발효공장을 완공했으며 1980년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항결핵제 ‘리팜피신’ 발효에 성공했다. 이어 1984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페니실린계 살균성 항생물질 ‘염산바캄피실린’ 합성에 성공, ‘바캄씰린’이란 이름으로 국내외에 선보였다.  

1984년에는 현재 소비자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스테디셀러 진통제 ‘펜잘’을 출시하고 이듬해에는 미 FDA로부터 ‘리팜피신‘ 품질 승인을 받고 미주 수출을 개시했다. 종근당이 해외 선진국과 경쟁할 힘을 기른 70~80년대는 가히 ‘종근당의 황금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촌 선생은 자체 기술력을 통한 의약품 개발 외에도 해외 유수 선진 제약사들과의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교류에도 안간힘을 썼다. 종근당의 투자로 설립된 1980년 한국롱프랑, 1983년 한국로슈, 1986년 한국그락소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써 가면서도 한편으로 경영인으로서의 덕목을 잊지 않았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사회와 국가를 위해 유익하게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일환으로 1973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고촌재단은 지금도 다양한 장학사업을 펼치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 재단은 1987년 학교법인 고촌학원을 설립, 후학양성까지 범위를 넓혔다.

한국제약산업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 국민훈장 목련장, 한국능률협회 한국의 경영자상 등을 받은 이종근 회장은 1993년 향년 7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선생의 업적은 사후에도 빛을 발했다. 한국조폐공사는 한국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0년 ‘한국의 인물 시리즈 메달’ 52번째 인물로 고촌 이종근 회장을 선정하고 기념메달을 발행했다. 종근당은 회사 2층에 고촌홀을 마련해 종근당의 역사와 창업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종근당그룹 본사 1층에 있는 이종근기념관 전경.
종근당그룹 본사 2층에 있는 고촌홀 전경.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 지휘자는 2세 이장한 회장

창업주 타계 이후 종근당은 이종근 회장의 장남 이장한 회장(67)이 경영권을 승계해 약업보국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장한 회장은 1976년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언론학 석사(1985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2006년)를 받았으며, 한국로슈 상무이사, 한국롱프랑로라 대표 등을 역임했다. 부친 타계 이후 1994년부터 종근당 대표이사로 선임돼 회사를 끌어오다 현재 그룹 회장으로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고 종근당은 여러 면에서 새롭게 거듭났다. 이 회장은 업계 최초의 종근당 중앙연구소를 1995년 종합연구소, 2011년 효종연구소로 개편하면서 항암제 신약 ‘캄토벨’과 당뇨 신약 ‘듀비에’ 개발에 성공, 200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신약개발대상’을 받았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진행된 변화와 혁신은 연구소뿐만이 아니었다. 종근당은 2013년 11월 2일을 기점으로 투자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존속법인 ‘종근당홀딩스’와 의약품사업부문 신설법인 ‘종근당’으로 인적분할했다. 그해 12월 6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되고 2016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종근당그룹은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를 중심으로 그 아래 11개의 국내 계열사와 4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그룹 내 상장기업은 종근당홀딩스, 종근당, 종근당바이오, 경보제약 네 곳이다.

이장한 회장은 종근당홀딩스와 함께 종근당바이오, 경보제약, 종근당건강 회장을 겸임하며 지주사 최대주주로서 그룹 전체를 지휘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종근당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장한 회장(33.73%)으로 이 회장의 배우자와 세 자녀를 포함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모두 45.84%에 이른다. 이 회장의 자녀들은 아직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그룹 지배구조.
종근당그룹 지배구조.

 

사회적 기업 역할 수행 ... 2세 경영에서도 빛나다 

종근당그룹 이장한 회장이 올해 9월 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고촌 이종근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종근당그룹 이장한 회장이 올해 9월 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고촌 이종근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경영권과 지분을 승계한 이장한 회장은 제약회사 경영 이외에 문화사업과 사회적 나눔 활동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1세기 신자유주의 극복의 대안으로 출현한 일명 ‘사회적 기업’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부친이 설립한 장학재단(종근당고촌재단)의 활동 범위를 더 넓힌 것도 이장한 회장이다. 그는 장학재단을 통해 민간 장학재단 최초로 무상 기숙사인 ‘종근당고촌학사’를 세워 지방 출신 대학생들이 전월세난으로부터 벗어나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13년부터는 저소득가정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학습지도와 교육봉사 멘토링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장학사업 전개와 동남아와 이프리카 등 어려운 나라의 대학생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등록금과 체재비를 지원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46년간 장학금, 학술연구, 교육복지, 해외 장학사업 등의 명목으로 8000여명에게 436억원을 지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종근당고촌재단은 교육복지에 앞장선 공로로 올해 10월 ‘2019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희망멘토링 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재단은 당시 수상단체 가운데 유일한 민간 장학재단이었다.

이 회장의 지원 영역은 장학사업을 넘어 문화예술인에 대한 후원까지 뻗치고 있다. 종근당홀딩스는 지난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6회 종근당 예술지상 기획전’을 개최,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종근당 예술지상’은 종근당홀딩스가 한국메세나협회와 맺은 협약을 통해 2012년부터 매년 3명의 신진 미술작가를 선발, 1인당 3년간 매년 1000만원의 창작금을 지원하고 마지막 해에는 기획전 개최까지 지원한다. 올해까지 총 24명의 미술작가를 지원한 ‘종근당 예술지상‘은 한국 현대미술 발전을 돕기 위한 이장한 회장의 뜻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조 클럽 가입 예고 ... R&D 투자·해외진출로 세 마리 토끼 잡는다

[종근당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4196

4422

5954

863

5441

5925

8320

8843

9557

영업이익

589

724

787

75

539

427

612

781

780

당기순이익

442

491

374

44

352

-68

409

536

426

R&D비용

396

453

505

171

747

914

1022

989

1153

R&D비율

9.4

10.25

10.95

19.86

13.73

15.42

12.28

11.18

12.06

모범적 제약기업이라는 타이틀과 사회적 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성장해온 종근당은 이제 매출 1조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2세 경영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창립 이래 처음으로 반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분기까지 7812억원의 누적매출액을 달성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1조 클럽 가입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력은 다름아닌 R&D 투자다. 이 회사는 매년 10%가 넘는 R&D 투자비율을 유지하며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진행 중인 주력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도 대부분 순항 중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자가면역치료제 ‘CKD-506’은 유럽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헌팅턴증후군 치료제인 ‘CKD-504’는 미국에서 1상을 진행 중“이라며 “바이오 분야에서는 이중항체 항암신약 ‘CKD-702’의 전임상을 마쳤고 황반변성 치료제 ‘CKD-701’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해외 진출 등 겹경사도 이어졌다. 종근당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 항암제 공장을 준공, 인도네시아 최초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종근당은 인도네시아에서 입지를 확보한 후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동, 유럽에까지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은 향후 해외시장 진출에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종근당은 바이오빈혈 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에 대해 지난해 국내 허가에 이어 올해 9월 일본 승인을 받고 현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네스벨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9개국에서 제법 특허를 받은 바 있다. 

신약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한국제약산업에 새로운 역사를 써온 종근당. 창업주 고 이종근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종근당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는 더 높은 세상을 향한 종근당 구성원들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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