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안국약품] ‘불법’으로 얼룩진 2세 경영 ... 위기의 리더십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안국약품] ‘불법’으로 얼룩진 2세 경영 ... 위기의 리더십
  • 곽은영
  • admin@hkn24.com
  • 승인 2019.11.1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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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안국약품 본사 전경.
초겨울로 접어든 13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안국약품 본사가 어둠을 껴안은 차가운 안개비에 휩싸여 적막감을 느끼게 한다. 

 

‘토비콤 신화’의 주역 어준선 회장

안국약품 어준선 회장
안국약품 어준선 회장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눈 영양제 ‘토비콤에스’로 잘 알려진 안국약품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중견제약회사다.

1955년 9월 서울 용산구에 노종형씨가 세운 근화항생약품이 전신으로 1959년 법인체로 전환되면서 사명이 지금의 안국약품으로 바뀌었다. 1969년 9월 어준선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래 2대째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어 회장은 1986년 향남제약공단에 우수의약품 제조기준(KGMP) 공장을 준공하고 1994년 안국약품 부설 중앙연구소를 세우면서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00년 6월에는 코스닥에 주식을 상장하며 사세 확장에 나섰다.

안국약품은 1995년 회사의 간판제품 ‘토비콤에스’, 2000년 국내 최초 빈혈치료제 ‘헤모골드정’, 2006년 고혈압 치료제 ‘레보텐션’을 발매한 데 이어 2011년 국내 5호 천연물 신약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시럽’을 출시하며 업계 내 위상을 공고히 했다. 연구개발의 성과를 인정 받으며 2012년 6월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 회장은 회사 경영 외적인 활동으로도 주목 받았다.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동대학원에서 명예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제15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07년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2009년 동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슬하에 2남 3녀를 둔 어준선 회장은 일찌감치 장남에게 안국약품을, 차남에게 안국건강을 물려주며 경영권 다툼이 없도록 교통정리를 마쳤다.

 

경영권 승계한 장남 어진 부회장 ... 지배구조서도 정점

안국약품은 현재 어준선 회장과 그의 장남 어진 부회장(55)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어진 부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노터데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신증권을 거쳐 1992년 안국약품에 입사했다.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등장한 것은 부친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1998년 9월로 취임 당시 34세 최연소 CEO로 업계의 주목을 한눈에 받기도 했다.

어 부회장은 경영 일선 등장 이후 진해거담제 ‘프로스판’과 소염진통제 ‘애니펜’ 등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착실하게 성과를 내온 어 부회장은 2016년 초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승계 굳히기에 들어갔다. 당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이 합류하면서 3인 대표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지만 4개월여만에 다시 부자경영 체제로 돌아왔다.

어 부회장은 승진과 함께 2016년 말 최대주주(22.68%)에 올라서며 실권을 거머쥐었다. 부친인 어준선 회장이 배우자인 임영균씨 외 4명에게 42만주(3.22%)를 증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어 부회장의 보유 지분율이 높아진 것이다. 어 회장은 현재 2대 주주(20.53%)로 어 부회장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동생 어광 안국건강 대표도 안국약품 지분 3.74%를 보유하는 등 안국약품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무려 49.75%에 달한다. 말 그대로 탄탄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어진 부회장과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상대 회사 지분을 교차 보유하고 있지만 서로 독립경영체계를 갖추고 있다. 

 

안국약품 지배구조.
안국약품 지배구조.

 

자사 연구원 대상 불법 임상시험 의혹

창립 60주년 기념식날 2세 경영자 구속

안국약품 어진 부회장
안국약품 어진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이 순탄하게 이어지는 듯 했던 안국약품은 장자 승계 3년 만에 어 부회장이 불법 임상시험 및 불법 리베이트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조사부는 지난 9월 3일 약사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어진 부회장을 구속했다.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허가받은 대상자가 아닌 자사 직원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을 한 혐의다. 공교롭게도 어 부회장은 안국약품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구속되었다. 창립기념일에 대표이사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해당 수사는 지난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안국약품 중앙연구소에서 불법 임상시험이 벌어진다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안국약품이 특허 기간이 지난 의약품 개량 신약 개발 과정에서 사내 연구원들의 피를 임상시험에 이용하고 ‘비글견’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한 것처럼 허위 문서까지 꾸몄다는 것이 제보의 주요 골자였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초 이 사건을 서부지검에 이첩했고, 어 부회장은 사건 이첩 20개월여 만에 구속됐다. 어 부회장은 9월 19일 구속적부심에서 조건부 석방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가 되었지만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어 부회장 등은 2016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에게 혈압강하제 약품을 투약했다. 당시 연구소 직원 한 명당 20회씩 총 320회의 채혈이 이뤄졌으며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진행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6월 어 부회장 등은 연구소 직원 12명에게 항혈전응고제를 투약해 한 명당 22회씩 모두 264회 체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원들에게 투약된 혈압강하제 및 항혈전응고제는 쇼크 등 부작용의 위험이 커 의사 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이다.

시험에 동원된 연구원들은 동의서는 물론, 검강검진도 받지 않은 채 시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임상 시험 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응급 의료진도 없었으며 대신 의료인 자격이 없는 일명 ‘주사 아줌마’가 채혈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심지어 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5월 항혈전 응고제 개발 과정에서 비임상시험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하자 기존 시료 일부를 바꿔치기하고 재분석하는 등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안국약품은 어 부회장이 구속된 당시 공시를 통해 “어진 대표이사가 약사법 등 위반의 혐의로 현재 구속되어 수사 중에 있으나 혐의와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실은 없다”면서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의료법과 약사법을 위반한 데다 생명윤리법까지 위반한 것은 생명을 구하는 제약업에 몸담고 있는 경영인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하며 재판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까지 ... 윤리경영·위기관리 능력 도마 올라

어 부회장의 비뚤어진 경영권 행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지난 7월 어 부회장 등 3명과 법인을 약사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의사 85명에게 90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다. 첫 공판은 지난 10월 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서 열렸으며 어 부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85명 역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중 의사 1명은 뇌물수수죄로 구속됐다.

안국약품은 지난 2014년에도 고대 안산병원 의사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국내 제약사 최초로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안국약품은 일부 의약품에 대한 판매업무 정지 처분과 함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런데 또다시 불법 리베이트 논란이 불거지면서 어진 부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너 일가의 윤리경영에 대한 불감증이 불러온 예견된 오너 리스크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몇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2세 경영 이후 실적 악화 지속

동생 어광 안국건강 대표와 대조

업계에서는 이번 불법 리베이트가 실적부진에 대한 압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 성장을 거듭하던 안국약품은 어 부회장이 최대주주이자 부회장으로 승진한 2016년 매출이 급락했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점을 찍었던 2015년의 실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국약품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082

1299

1408

1541

1679

1977

1740

1836

1857

영업이익

167

107

55

101

98

129

42

104

154

당기순이익

150

67

36

69

-15

89

13

82

132

R&D비용

104

141

137

174

213

158

156

134

133

R&D비율

9.6

11.7

10.4

11.3

12.9

7.9

8.9

7.2

7.2

안국약품은 2016년 매출 1740억원, 영업이익 42억원, 당기순이익 13억원으로 전년(1977억원, 129억원, 89억원) 대비 모두 급락세를 보였다. 어 부회장이 실적 만회를 위한 나름의 돌파구로 불법적 리베이트에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국약품은 올해 상반기 매출(715억원)도 전년동기(842억원)보다 15.08% 떨어졌다. 특히 이 기간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순이익 역시 전년 48억원에서 7300만원으로 곤두발질했다. 

2012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을 만큼 활발하던 연구개발 역시 2015년 이후 인색해진 모습이다. 2014년 12.9%에 달하던 R&D 투자비율은 2015년 7.9%까지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도 7%대에 머물러 있다.

불법 경영에 실적악화까지 겹치면서 어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동생인 어광 안국건강 대표에 대한 평판은 비교적 호의적이다. 

1993년 안국약품 내 식품사업부에서 시작해 2002년 안국약품 계열사로 설립된 건강기능식품회사 안국건강은 지난 2013년 12월 자회사에서 떨어져 나와 계열분리가 되면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회사설립 직후인 2003년부터 안국건강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큰 잡음없이 매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주력제품인 ‘안국루테인’의 성장세로 지난해에는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인 290억원을 기록하며 작지만 내실 있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형제의 리스크 관리 능력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이 안국약품의 각자대표를 맡고 있긴 하지만 어 회장이 80세가 넘는 고령으로 실질적인 경영은 어 부회장이 도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위기 발생 시 어광 안국건강 대표가 구원투수로 투입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다. 다만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안으로 향후 안국약품 경영권에 대해서는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 구속에 임상중단 우려도 ... 경영 안정화 과제

경영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는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은 호재도 있었다.

안국약품은 지난 8월 인공항체 ‘리피바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레피젠’과 신약 후보물질 이전 및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으로 안국약품은 리피바디 기술을 활용한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과 전 세계 독점적 상업권을 확보한 바 있다. 2026년 치료제 시장이 전세계 약 14조원 규모로 예측되는 가운데 중장기적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어 부회장 사태로 일부 신약개발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임상시험으로 문제가 된 항혈소판제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의 블록버스터 ‘브릴린타’의 제네릭(복제약)으로 안국약품이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을 획득, 특허가 만료되는 오는 2021년 11월 21일부터 2022년 8월 20일까지 제네릭을 우선 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불법 약물 투여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임상 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 향후 재판결과에 따라 위법사유가 확정될 경우 해당 제네릭의 임상중지는 물론, 우판권 역시 취소될 수 있고 이 경우 개발비에 대한 손실도 피할 수 없다.

불법 리베이트, 불법 임상시험, 대표 구속이라는 악재가 겹친 안국약품. 혐의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실은 없지만 대표이사에 대한 수사는 그 자체로 회사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안국약품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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