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 받는 신약? … 업계·정부 ‘간극’만 확인
홀대 받는 신약? … 업계·정부 ‘간극’만 확인
업계 “환자 접근성 높이기 위해 약제비 지출구조 선진화해야”

정부 “약제비 지출구조 개편 환자 이해관계 맞물려 쉽지 않아”
  • 박정식
  • 승인 2019.11.0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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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제비 지출구조의 선진화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단번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신약·희귀 의약품과는 달리 만성질환 등 일부 경증 의약품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부분과 신약 도입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배정분이 적다는 것에는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콜롬비아 대학교 프랭크 리텐버그 교수가 7일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 대학교 프랭크 리텐버그 교수가 7일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혁신 치료제 보장성 강화 위해
지출구조 선진화·인센티브 필요

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다국적제약 업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아이큐비아(IQVIA, 의약품시장조사기업) 부지홍 상무는 국내 건강보험 정책을 언급하며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부지홍 상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이후 모든 정부에서 보장성 확대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신약을 비롯해 희귀 및 중증질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왔다.

실제 미국과 한국의 신약 출시 시기 차이는 2009년 1523일에서 2017년 480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항암제 및 희귀질환 약제의 급여 등재 성공률 역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62% 수준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평균 76% 수준으로 높아졌다.

신약 및 희귀·중증질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수치상으로는 높아지고 있지만, 비(非)만성질환 및 비(非)경증질환 약제를 제외한 스페셜티 의약품의 비중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 부 상무의 지적이다. 부 상무가 언급한 스페셜티 의약품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약제와 소화제, 제산제 등의 경증 약제를 제외한 항암제, HIV(에이즈 바이러스) 등 중증 감염질환, 혈우병 등 희귀질환 약제 등을 말한다.

그는 “스페셜티 의약품의 지출 금액을 A7(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OECD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며, 사용량 측면에서도 절반 이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선도국 대비 약제비 지출구조 및 약제비 지출 중 신약비중은 적어, 이에 대한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 상무는 문제점을 하나 더 지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도국 대비 높은 약제비 비율로 인해 약제비 지출이 높다는 인식이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OECD와 우리나라의 의료비 및 약제비 지출 비교 현황을 제시하며, 약제비 지출이 높아 보이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이고 말했다.

부 상무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이 낮으며, 연간의료비 역시 OECD와 비교해 28% 이상 낮다. 하지만 약제비 지출은 OECD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약제비 지출이 높아보인다는 것.

의약품 단가 측면에서도 선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나 의약품 가격이 보험재정의 지출을 늘리는 주된 원인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OECD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의약품 단가는 의약품 표준단위 당 가격 수준이 42.8%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만을 놓고 봤을 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환자는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접할 수 있어 접근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혁신적인 치료제가 외국에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약 등은 환자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약품 사용량에 대한 지적도 더해졌다. A7, OECD와 비교했을 때 소화제, 항생제 등의 사용량이 약 4배 가량 높다는 것.

이와 관련 부 상무는 “일부 약물에 있어 우리나라는 과용 수준을 보이고 있어 보험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는 사용량 제고가 필요하다”며 “만성질환 및 경증질환 의약품 사용에 대한 지출 합리화는 5개년 계획에서도 언급됐듯, 지출 합리화를 통해 절감된 보험 재정을 신약 및 중증·희귀질환 의약품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강화와 건강보험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약제비 지출 구조를 선진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부 상무의 대안이다.

그는 “비급여 신약의 추가 등재, 국내 미출시 신약의 국내 출시 및 등재, 현 개발 중인 신약의 국내 출시 및 등재 등 약제비 정책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3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가지고 2020년~2030년 건보 재정 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석한 결과 최대 재정 지출 영향은 0.6% 수준으로 건보 재정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다”며 “혁신적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지출구조 선진화와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큐비아(IQVIA) 부지홍 상무가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약제비 지출구조 선진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큐비아(IQVIA) 부지홍 상무가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약제비 지출구조 선진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약품 이용 증가 등에는 공감
신약 비중 높이는 정책엔 난색

급여등록 되면 퇴출 쉽지 않아

신약에 비중을 높이는 약제비 정책의 변화가 향후 건보재정 지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부 상무의 주장에 대해 보건당국은 난색을 표했다. 건보 재정은 결국 환자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제안한 시스템이 과연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약제비 지출구조 개편에 대한 문제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다국적 제약사가 현행 약가체계로 이익을 얻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곽 과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4년에서 5년 뒤 약가가 인하되면서 시장에서 서서히 물러나고, 그 자리를 제네릭 의약품이 대신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 번 급여로 등재되면 퇴출이 쉽지 않다. 또한 만성·경증질환 치료제와 달리 경쟁자가 흔치 않은 항암제·희귀·중증질환 치료제는 제네릭도 많지 않다보니 건보재정의 지속성을 놓고 봤을 때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신약 도입을 위한 건보재정 배정분이 적은 것과 만성질환자 및 고령인구 증가로 일부 경증 의약품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곽 과장은 “현재 신약이 들어갈 수 있는 주머니가 너무 작다”며 “장기적으로는 주머니를 키울 수 있도록 약가지불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결과가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경증 의약품 사용량 증가에 대해 곽 과장은 “약제비 사용량 자체가 의료 이용량과 정비례 관계에 있으며, 이는 국민들 행태와 현장에서 의사 처방권과 연관이 있기에 보험약제과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복지부 전반에 걸쳐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토론회는 전반적으로 자사 약물의 보험시장 진입을 높이려는 다국적제약사와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강화하려는 정부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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