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감염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웨스트나일뇌염'(West Nile Encephalitis) 바이러스와 '지카'(Zika) 바이러스 등 신경계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아 괴사시키는 세포단백질이 미국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 연구진은 현대판 킬러 바이러스로 일컬어지는 이들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세포들에 '네크롭토시스'(necroptosis)라 불리는 세포 괴사 작용이 일어나도록 신호를 보내는 Z-DNA 결합 단백질 ‘ZBP1’의 작용을 쥐 대상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네크롭토시스’란 세포사멸이나 자가포식과는 달리 계획되지 않은 세포의 죽음을 뜻한다. ‘ZBP1’은 미처 바이러스 복제 작용이 일어나기 전에 숙주 세포를 괴사시킴으로서 세포에 기생하면서 자신을 복제하고 증식한 뒤 숙주는 죽게 하는 바이러스의 생존 매커니즘을 깨버리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대판 킬러 바이러스인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와 지카 바이러스의 복제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며 “ZBP1 신호는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함으로써 신체에 항체를 만들고 항체가 작용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수석저자인 조지아 주립대 의과대학 무케시 쿠마르(Mukesh Kumar)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 뒤 만약 이 단백질이 차단될 경우 바이러스가 복제작용을 통해 모든 것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 단백질의 작용에 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쿠마르 교수는 “일단 바이러스가 뇌에 도달하면 약물 치료는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지만, 중추신경계에서 ZBP1가 더 많이 발현되게 한다면 뇌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연구가 뇌에 바이러스가 침범한 경우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모기 태생 질병이자 바이러스성 뇌염의 원인으로 1999년 처음 미국 내 발병이 보고된 이래 5만 명 이상이 감염됐으며 이 중 2330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미생물학 프론티어(Frontiers in Microbiology)’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