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고려제약] 오너 2세 경영권 승계 ... 정부 신약과제 중단 위기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고려제약] 오너 2세 경영권 승계 ... 정부 신약과제 중단 위기
  • 곽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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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0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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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고려제약 본사 전경.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고려제약 본사 전경.

 

치매국가책임제 수혜주로 떠오른 제약회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종합감기약 ‘하벤’으로 잘 알려진 고려제약은 문재인 케어 치매국가책임제의 수혜주로 떠오른 제약회사 가운데 하나다. 치매치료제 ‘뉴로메드’ 등 중추신경계(CNS:Central nervous system) 약물로 올리는 매출이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520억원)의 40%를 웃돌 만큼 높다.

물론 이 회사가 처음부터 CNS 약물로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1980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86년 국내 종합감기약 빅3 중 하나인 ‘하벤’을 출시하며 OTC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1992년 치매치료제 ‘뉴로메드’, 1997년 위궤양치료제 ‘란시드’, 2000년 빈혈치료제 ‘산타몬’과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클라로마’, 2003년 알레르기치료제 ‘가바틴’ 등을 시장에 내놓으며 ETC(처방의약품)와 OTC(일반의약품)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어 2017년 6월 씨트리와 퇴행성 노인질환 치료제의 공동판매 및 연구에 관한 상호협약을 체결하면서 치매와 파킨슨병 치료제 등 신경계 약물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당시 공동 판매계약을 맺은 약물은 고려제약의 파킨슨병 치료제 ‘아만타정’과 ‘로피맥스정’, 그리고 씨트리의 치매치료제 ‘엑셀씨 캡슐’이다. 양사는 신제품 및 개량 신약 연구 개발도 공동으로 진행키로 협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신경계 질환 치료체 개발 및 판매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두 회사가 손을 맞잡음으로써 치매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이 실릴 것으로 분석했다.

 

창업주 박해룡 회장, 사재 털어 미술관장으로 변신

이런 고려제약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창업주 박해룡(84) 회장이다.

1935년생인 박해룡 회장은 성균관대학교 약대를 졸업하고 1959년 종근당에 입사, 20년 넘게 근무하다 1980년 고려제약을 창업했다. 월급쟁이에서 제약회사 창업주로 거듭난 그는 25년간 회사를 경영해오다 지난 2005년 회사 경영권을 아들 박상훈(53) 사장에게 일부 넘기고 화가로 인생 3막을 시작하면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미 그림 그리는 CEO로 유명했던 박 회장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 300여점의 작품을 남겼고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여는 등 화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술품 컬렉터로서 약 700점 이상의 작품을 모으는 등 작가 후원에도 앞장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올해 5월에는 경기 여주시에 사재 100억원을 털어 ‘여주미술관’을 개관, 미술관장으로 깜짝 변신을 하기도 했다. 여주대 인근 1만㎡ 부지에 들어선 여주미술관은 지상 1층 건물 두 동과 2층 건물 한 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상설전시관, 특별전시관, 어린이 미술교실, 세미나실, 조각공원,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경영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박 회장의 변신은 이미 지난해 예견됐다. 고려제약은 지난해 5월 공시를 통해 박 회장의 지분 10% 중 5%를 개인미술관 설립자금대출용으로 담보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두 차례 주식 증여 ... 최대주주는 오너 2세 박상훈 사장

공식적으로 대표이사 회장에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미술사업에 집중하며 경영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는 부친 대신 고려제약의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은 박 회장의 아들 박상훈 대표이사 사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1966년생인 박상훈 사장은 성균관대학 약학대학원 박사 과정을 거쳐 스위스은행 워버그에서 근무하다 1998년 고려제약에 입사, 2005년 5월 대표이사로 선임되어 현재까지 부친인 박해룡 회장과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아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주식을 증여했다.

2008년 4월 11일 136만주(12.36%)를 증여한 것이 첫 번째다. 이 때 박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37.00%에서 24.64%로 줄어들고 박 사장의 지분율은 10.93%에서 23.30%로 증가했다. 큰 폭의 증여가 이뤄졌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최대주주는 여전히 박 회장이었다.

최대주주의 자리가 바뀐 건 2009년 4월 9일 두 번째 증여 때였다. 박 회장이 보유주식 약 161만주(14.64%)를 2대 주주였던 박상훈 사장에게 증여하면서 박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24.64%에서 10.00%로 줄어들고 박 사장의 지분율은 23.30%에서 37.48%로 늘어났다. 경영권 승계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고려제약은 증여가 이뤄진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최대주주와 2대 주주의 지분율에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이밖에 박 사장의 모친이자 박 회장의 배우자인 윤희구씨(1.36%), 박 사장의 아들인 우진군(0.45%), 박 사장의 누나와 여동생인 순주씨(0.45%), 선영씨(0.45%)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50.19%에 달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은 견고한 모습이다.

 

고려제약 지배구조.
고려제약 지배구조.

 

지난해 실적 하락 ... 50억원 정부지원 골다공증치료제 개발 사실상 실패 

고려제약은 총수 일가의 탄탄한 회사 지분율과 40년 가까이 이어온 역사에 비해 매출과 실적에서의 성장폭은 크지 않다.

전체 매출액 중 최고치는 2017년 달성한 550억원으로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제약은 지난해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매출(520억원)과 영업이익(35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도 부진했다. 순이익은 66억원으로 같은 기간 중 가장 높았다.

회사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2018년 매출액 감소와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33% 감소했으나 투자법인의 평가이익 발생으로 당기순은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의약품 규제 등으로 주력제품의 매출이 소폭 감소했으나 기존 주력제품 및 영양제와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균형 있게 발전시킨 한 해였다”고 자평했다.

[고려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459

465

439

416

454

474

553

554

520

영업이익

45

53

25

10

28

25

61

53

35

당기순이익

33

38

15

7

22

18

50

47

66

R&D비용

17

16

15

16

19

24

33

34

34

R&D비율

3.71

3.39

3.40

3.93

4.29

5.07

5.93

6.13

6.56

다만 고려제약은 매출액 대비 6% 안팎의 비용을 연구개발(R&D)에 사용하는 등 R&D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다.

2010년 매출액 대비 3%대에 불과했던 연구개발 비율은 2015년부터 5% 이상으로 올랐다. 그러나 전체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보조금에 기대고 있는 것에 비해 상응하는 결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고려제약은 2014년부터 정부로부터 5년간 50억원을 지원받아 진행 중인 천연물 소재 골다공증치료제 ‘KDC-14-1’에 대한 프로젝트가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말 5년만에 전임상을 완료했지만 독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1상 진입에 빨간불이 켜진 것. 이에따라 2022년 3상 진입이란 목표도 불투명해졌다.

‘KDC-14-1’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연구용역과제로, 고려제약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국내 토종 작물인 곰보배추를 이용한 골다공증 치료제의 산업화’라는 과제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고려제약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 프로젝트의 전임상 완료 소식과 함께 임상 1·2상에 대한 진행 계획을 밝혔지만 독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 반기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는 관련 연구 소식이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고려제약이 이처럼 수년째 지지부진한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면서 정부 용역비만 날린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투자자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약물의 연구용역기간이 5년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체 사업에는 적극적 ... “복합제 신약 개발 전력 다할 것”

반면 고려제약은 자체 약물 개발 등에는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고려제약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연구개발 분야는 정부 과제 외에도 항혈전 복합제, 근이완제, 항혈소판제, 항파킨슨제, 항전간제, 항궤양제, 당뇨치료제, 근감소증 개선제 등 다양하다.

초고령화로 인한 노년층의 건강 및 삶의 질과 연결되는 연구분야의 폭이 크다. 고려제약은 노인 치매치료제와 CNS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CNS 제품 등을 핵심역량으로 치매 및 근감소증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제약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중추신경계용약의 라인업을 지속하고 기존 거대품목 단순 복제가 아닌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제형의 개발, 외국과의 라이센스를 통한 복합제 신약 개발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본지는 고려제약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부재 중”이란 답변 이외에는 별도의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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