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대한약품공업] R&D 투자 ‘0%’대 ... '마이 웨이(My Way)' 수액기업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대한약품공업] R&D 투자 ‘0%’대 ... '마이 웨이(My Way)' 수액기업
후발기업 매출 1조원 달성할때

74년 업력에 매출 1500억원대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9.10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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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에 위치한 대한약품공업 본사.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에 위치한 대한약품공업 본사. 

 

기초수액제로 기틀을 다지다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기초수액제를 생산하고 있는 대한약품공업은 74년 업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해방둥이 제약회사이다.  

창업주인 고(故) 이인실씨가 1945년 설립한 ‘조선약품화학공업사’에서 출발했다. 이후 1948년 ‘대한약품화학공업사’, 1978년 ‘대한약품공업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언에 따르면 창업주 이인실씨는 일제 해방 이후 열악했던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주사제 생산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가 수액 및 주사제 전문기업으로서 기틀을 다지기 시작한 것은 1953년. 수액유리병을 생산하는 ‘한국특수초지공업사’를 설립해 국내 최초의 수액제를 생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68년에는 생산시설을 서울 방화동으로 이전해 수액제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대한약품이 기업경영에 변화를 맞이한 시점은 창업주가 사망하고 1969년 창업주 아들인 현 이윤우(75) 회장이 합류하면서다.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윤우 회장은 입사 이후 제품 다양화를 시도하며 기초수액제 뿐만 아니라 간질환용 수액제 등 특수수액제 생산을 통해 수액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데 주력했다. 의약품수출입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직접 독일을 방문해 국내 최초로 보틀 팩 시스템을 도입, 1978년 루폴렌(PE 용기) 수액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대한약품은 이 회장의 지휘 아래 1982년 안산 반월공단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이듬해 수액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어 1988년에는 중앙연구소와 원료합성전용 공장을 설립했으며, 20여종의 원료의약품 자체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순조로운 오너 3세 승계 ... 경영·소유 정점은 이윤우 회장

대한약품의 차기 경영권은 이 회장의 아들인 3세 이승영(46) 이사에게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02년 대한약품에 입사한 이승영 이사는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오다 2017년 3월 사내이사로 신규선임, 대한약품에서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이승영 이사는 경영수업과 함께 오랫동안 지분 늘리기에도 힘써 왔다. 

몇 년에 걸쳐 수십 차례 소량 매입 형태로 지분을 늘려온 덕분에 입사 초기인 2002년 0.98%에 불과했던 그의 지분은 올해 8월 말 기준 5.62%까지 올랐다. 특히 이 이사는 올해 초부터 8월 말까지 총 50차례에 걸쳐 주식을 사들이는 등 주식 매입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는 가업 승계를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고 있다.  

 

대한약품 지배구조.
대한약품 지배구조.

 

그러나 3세 경영 체제가 언제 본격화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소유와 경영이 밀착돼 있는 대한약품에서 이윤우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13년 한 차례 30만주(5%)의 지분을 매도한 이후 특별한 움직임 없이 비슷한 주식 보유율(20.74%)을 보이면서 최대주주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대한약품 주주 가운데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은 이윤우 회장과 이승영 이사 두 부자가 유일하다. 

이 회장의 형제들 중에서는 이광우씨가 3.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 나머지 형제들은 대부분 지분을 정리해 자녀들에게 상속 증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월 말 기준 대한약품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총 35.02%로 나타났다. 

 

역성장 없는 매출 그래프 ... 자동화 생산라인 한 몫

대한약품은 74년이란 긴 업력에 비해 사업 구조가 단출한 편이다. 따로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은 단일 법인으로 수액제와 주사제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별다른 부침 없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0년 72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2018년 158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억원에서 362억원으로 8배 늘었다. 

 

[대한약품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727

852

966

1068

1117

1243

1394

1444

1587

영업이익

45

67

105

126

139

187

217

323

362

당기순이익

25

45

73

78

104

138

177

248

285

R&D비용

10

4

10

1

0

4

4

4

5

R&D비율

1.42

0.51

1.08

0.09

0.07

0.32

0.31

0.28

0.30

 

특히 지난해 매출 규모는 158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각각 362억원, 285억원으로 최고치를 달성했다. 사측은 이를 자동화 생산라인 덕분으로 분석했다. 

실제 대한약품은 2014년 6월 자동화창고 및 신공장 건물을 완공하고 2016년 수액백 제품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한 이후 원가절감으로 인한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한약품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2018년에 매출 1587억원, 영업이익 362억원, 당기순이익 2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9%, 12.3%, 14.8%씩 증가했다”면서 “기존 제품의 매출 증가와 2017년 1월부터 시행된 퇴장방지의약품 91% 상한가 제도, 수액백 제품 자동화 생산라인 투자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로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R&D 투자 ‘제로’에 가까워 ... 3세 경영 과제 

현재 대한약품 매출의 대부분은 포도당 주사액 등 수액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수액제가, 17% 이상을 앰플 및 바이알제품이 채웠다. 

제품 판매 경로는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1587억원 중 내수시장에서만 156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수출은 거의 없는 셈이다.  

대한약품이 국내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주력 제품인 기초수액제의 특성상 병원 입원 일수와 수요가 비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병원 입원일수가 증가할수록 그 수요도 늘어나는데 국내 병원 입원일수가 10년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품 포트폴리오와 유통망이 병·의원급에 집중되어 있는 덕분에 이 회사는 2012년 의약품 일괄 약가인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등 정책 변화의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향후 고령화에 따라 기초수액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공급 가격 변수가 없다면 대한약품은 수액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다변화되지 못한 수익구조는 이 회사의 한계로 지적된다. 업력 74년의 제약회사 매출이 아직도 2천억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 방증이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R&D)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제약회사의 R&D 투자는 국경없는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약품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은 0.30%. 2014년에는 0.07%였다. 감히 R&D라고 부르기에도 낯부끄러운 수준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상장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평균 R&D 투자액은 7% 내외이다. 일례로 대한약품보다 30여년이나 늦게 설립된 한미약품(1973년)의 경우 매출의 20% 내외를 R&D 분야에 집중 투자해 온 덕분에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수액제 하나로 운영되는 대한약품은 수십년전의 시공간에 멈춰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현재 국내 수액시장은 CJ제일제당, JW중외제약, 대한약품이 함께 과점하고 있는 형태로 피할 수 없는 경쟁관계에 있다. 대한약품이 오너 3세 경영에서 새로운 도약을 하려면 무엇보다 R&D에 대한 오너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관련 대한약품은 언론의 취재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D 투자뿐아니라, 기업 홍보 마인드 역시 ‘제로’에 가까운 인식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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