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로 떠오른 방사성의약품②] “지원만 해주면 연구역량은 충분”
[대세로 떠오른 방사성의약품②] “지원만 해주면 연구역량은 충분”
[인터뷰] 윤미진 연세대학교 핵의학과 교수

“독일처럼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해야”

“방사성의약품 개발엔 다학제 연구 필수”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8.28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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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소재 원자력의학원은 지난 8월8일 국가 RI(방사성의약품) 신약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2013년 첫 삽을 뜬 지 6년만이다. 이 센터는 국내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할 수 있었던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안전성·유효성 검증작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게 된다.

안전성·유효성 검증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치료용 의약품의 개발이 더딘 그동안의 상황을 감안하면 일대 변화를 맞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센터 개소를 통해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단축,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앞선 선진국을 본격적으로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센터 개소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방사성의약품 연구역량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윤미진 연세대학교 핵의학과 교수
윤미진 연세대학교 핵의학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방사성의약품은 아직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게 많은 병증에 대한 진단·치료제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가치가 날로 인정받고 있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연구할 주제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관련된 각 영역의 연구 역량이 높아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과를 만들어 낼 역량도 충분합니다.”

윤미진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핵의학교실 교수는 세계 방사성의약품 개발 상황과 우리나라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갈수록 핵의학과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핵의학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줄어드는 등 인력 자체가 적다보니 연구와 개발 부문까지 추진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중심역할을 할 핵의학자가 더욱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8월 27일 오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4층 핵의학교실 윤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 방사성의약품 연구의 세계적 흐름과 우리나라의 현재 연구 역량에 대해 들어봤다.

 

방서성의약품 글로벌 시장 진단용이 90% 점유
치료용은 신경내분비종양과 전립선암 치료제 정도

현재 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진단용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치료용의 경우 진단용보다 품목별 시장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윤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일단 가장 시장도 크고 큰 제약사도 많은 미국이 새로운 연구·개발이 필요한 치료용 의약품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고 신약 개발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강력한 치료제가 이미 등장해서 시장성이 낮은 병증에 대해서는 개발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독일, 방사성의약품 개발 가장 앞서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봐도 치료용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신경내분비종양에 쓰는 ‘Lu-177 Dotato PRRT’(펩타이드 방사성핵종 의약품 방사선수용체치료)나 최근 독일 암연구소에서 개발해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병원에서 임상 시험 중인 전립선암 신약 ‘177Lu PSMA617’ 정도밖에 없다는 것이 윤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지금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유럽이며 그 중에서도 독일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최근 방사성의약품 연구의 주 관심 병증은 ‘전립선암’인데 이유는 (방사성의약품이 아닌) 다른 약물로는 진단이나 치료 모두 힘든 대표적인 병증이었는데 독일에서 개발된 새로운 약물이 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정도로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약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허가를 위한 임상 절차를 진행 중인데 윤 교수는 독일 측의 요청으로 현재 세브란스 병원 전립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물질에 진단용 동위원소를 붙여 임상시험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름을 가린 환자의 PET-CT 사진을 보여주며 “이전에는 병증 유무를 판단하기 힘든 조기단계에서 (이 신약을 사용하면) 이렇게 명확하게 전립선암의 위치까지 알아낼 수 있다”며 “이 약이 유럽집행이사회의 시판 승인을 받을 경우 세계적으로 방사성의약품 시장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역량 충분 ... 국가적 지원 플랫폼 절실

반면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아직 약 1500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방사성의약품은 약사법과 원자력안전법을 동시에 적용 받는데다가 생산을 위한 설비시설을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서라고 분석한다. 규모가 적을 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아직 기대만큼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 교수는 복잡한 관할부처의 인증절차 및 규제 그리고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중심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핵의학과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원을 원인으로 꼽았다. 개별 학자들의 역량은 어디에도 뒤쳐지지 않지만 이들을 묶어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없어서 아직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꽤 큰 우리병원만 해도 핵의학과 레지던트를 2년 째 뽑지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다른 치료법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 현대의학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의학이 다음 세대 연구자를 구하기도 힘든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윤 교수는 “특히 방사성 의약품 개발은 기업들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핵의학자가 중심이 되는 다학제 연구 플랫폼이 국가 정책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연구원(KIET) 통계에 따르면, 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2021년까지 진단용은 88억5000만 달러, 치료용은 27억7870만 달러 규모로 각각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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