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직장 리베이트 사건으로 '무급휴직' 처분은 부당"
"前직장 리베이트 사건으로 '무급휴직' 처분은 부당"
법원, 중노위 결정 뒤집어 ... "전 직장 사건으로 현재 업무수행 문제 없어"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9.07.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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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전(前) 직장에서의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는 이유로 현 직장이 무급휴직 처분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회사 측의 무급휴직 처분이 정당하다는 기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뒤집는 내용이어서 눈길을 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다국적 제약사인 B사에 근무 중인 ㄱ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무급휴직구제재심판정취소'의 소에 대해 "무급휴직 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재심판정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B사의 바이러스성 질환 사업부 부서장을 맡아 일하던 ㄱ씨는 지난 2016년 8월 전 직장이었던 N사의 대표이사 및 각 부서장 등과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검찰측 공고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의약전문지 및 학술지 발행업체 등에 제품 광고 명목의 광고비를 집행한 후 해당 업체 등을 통해 좌담회 및 자문료 등을 빙자해 의료인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실을 접한 B사는 곧바로 ㄱ씨에게 유급 대기발령 명령을 내렸다. 

당시 B사는 "회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월급은 받으면서 회사에는 나오지 말고, 업무도 하지 않는 상태로 있으라"며 "이 처분은 징계나 대기발령 같은 페널티가 아니다. 현재 확인해야 할 것이 있으니 일단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고 ㄱ씨에게 구두로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유급 대기발령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종용했으며, 해당 유급 대기발령 처분은 'Garden Leave'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Garden Leave는 고용 관계 종료를 위한 사전 통지 기간에 직원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택에 머무르게 하면서 급여는 정상 지급하는 제도다. 처분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근로관계 종료가 예정돼 있다는 점 등에서 일반적인 '정직'과 구분된다.

ㄱ씨는 "이전 직장인 N사와 관련해 기소된 사실만으로 Garden Leave 통보를 받은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조사 결과가 저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취지의 메일을 회사 측에 보냈으나 해당 조치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B사는 경영상의 어려움, 조직 개편으로 인한 부서장 직제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ㄱ씨에게 '일정 기간 월급을 퇴직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제안했으나, ㄱ씨는 이를 거절하고 회사 측에 퇴사 권유 중지와 복직을 요청하는 문서를 발송했다.

ㄱ씨가 계속해서 근로계약 해지를 거부하자 B사는 지난 2017년 11월 무급휴직을 명령했다. 형사사건이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급 대기발령 조치를 계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당시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B사의 사직 권유는 무급휴직 명령 이후에도 계속됐다. 

법원에 따르면 회사의 대표이사는 사직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는 ㄱ씨를 찾아가 "대법원에서 판결이 날 때까지 복직시키지 않겠다. 회사랑 그렇게 싸워서 이겼다고 누가 반겨주겠느냐"며 "회사는 이런 선례를 남길 수 없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ㄱ씨는 같은 해 12월 B사의 무급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재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결국 ㄱ씨는 법원을 찾았고, 처음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아냈다.

 

法 "리베이트 사건 전 직장 일일 뿐"
"B사 내부 조사 결과 문제 발견되지 않아"
"무급휴직, 경영상 이유가 더 커"
"ㄱ씨 경력 단절 불이익 심각해"

1심 법원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이전 직장에서 있었던 것일 뿐, 현 직장에서는 ㄱ씨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이 B사에서 ㄱ씨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사는 제약업계에서 불법 리베이트 사건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하지만, ㄱ씨가 기소된 것은 이전 직장인 N사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라며 "B사는 기소 사실을 안 직후 ㄱ씨가 B사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문제 될 만한 일을 했는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조사했으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이전 직장에서 불법 리베이트 관련 문제로 기소됐다는 사정만으로 각종 제제 및 명성·신용훼손을 우려해 무급휴직을 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불법 리베이트와 연관된 직원이 업무를 할 경우, 의료인 등 고객과 신뢰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B사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ㄱ씨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개인적으로 알더라도 B사와 제품 거래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객들이 불법 리베이트 사건으로 기소된 ㄱ씨가 근무하는 B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증거도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오히려 ㄱ씨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제출한 진술서 및 증언을 토대로 "ㄱ씨가 기소됐다는 사실이 고객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회사 측의 무급휴직 처분이 ㄱ씨의 기소보다는 회사 측의 경영상 사정에 따른 것으로 취업규칙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재판부는 "B사는 2016년 8월부터 Garden Leave 조치를 취해오다가 2017년 7월 경영상 어려움 등의 이유를 들면서 사직을 권유했다"며 "조직구조 개편, 치료제 판매 중단과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 때문에 원고에 대해 사직을 권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B사는 'ㄱ씨가 리베이트 사건으로 기소됐다'라는 이유를 넘어 '경영상 고용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무급휴직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B사의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사유도 아니다.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무급휴직 처분을 해야 할 정도의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법원은 무급휴직에 따른 ㄱ씨의 경력 단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재판부는 "리베이트 사건의 성질상 1심 판결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기약 없는 이 사건 무급휴직 처분의 불이익은 상당한 수준이다"라며  "무급휴직 처분이 시작된 2017년 11월1일부터 벌써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력단절 측면에서 본다면, 2016년 8월 이뤄진 업무배제로 인해 ㄱ씨가 입을 경력단절 불이익은 더 커졌다"며 "그렇다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무급휴직 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와 B사는 1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8일과 10일 각각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현재 2심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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