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민선 기자] 최근 출시된 신약의 절반 이상이 기존 약들보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의 기술 평가 기관인 IQWiG는 최근 진행한 연구에서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독일 시장에 진출한 216개의 약물 중 약 125개(58 %)가 이미 기존 약물보다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분석했다.
Beate Wieseler IQWiG 약품 평가 부서 책임자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독일 시장에 진출한 200개 이상의 약을 조사했으며 이 중 많은 제품이 유럽 전역에서 승인됐다”며 “이들 중 4분의 1만이 기존 약물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비열등성만 입증하면 승인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약은 만들기 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럽 의약청(EMA)은 실험실 테스트 및 임상 시험에서 수집한 정보를 검토해 새로운 약을 평가한다.
만약 의약품의 효능이 위험보다 크다면 EMA는 유럽 연합과 EU27개국, 아이슬란드 및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 경제 지역을 대상으로 유럽위원회에 마케팅을 권고한다. 미국 식품의약국인 FDA도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1970년대 출시된 약들과 비교한 이 연구 결과 독일 시장에 진출한 216개의 약물 중 거의 모든 약이 EMA에 의해 유럽 전역에서 사용 승인됐으나, 54개인 약 25%만이 기존보다 나은 효과를 보였으며 이중 35개인 16%가 적응증이 추가된 약으로 정량화할 수 없는 효과를 나타냈다.
당뇨병 또한 24개(17%)의 신약 중 단 4개만이 더 나은 효과를 보였으며, 특히 정신병학과 신경학 분야에서는 승인된 18개 신약 중 단 1개만이 새로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승인된 암 치료제(항암제)를 조사한 결과 ‘환자의 병증에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비열등성만 입증하면 승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테판 에반스(Stephen Evans) 박사는 “마케팅에 앞서 반드시 대규모 임상 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분명한 해결책”이라며 “그러나 현재 약물 승인 시스템 하에서는 이를 시행하기 위해 약품 가격을 올리고 약물 사용을 늦추면 결과는 좋겠지만 그만큼 약가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건 정책 입안자들은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희망하고 있다. 제약사가 어떤 약물을 개발할 것인지 결정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 시스템의 필요성을 정의하고 그에 따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켄 패터슨(Ken Paterson) 교수는 "대부분의 신약은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임상적으로 이점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충분한 연구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많은 신약이 승인되고 있지만 기존 치료법보다 더 나은지 개별 환자에게 정확히 알릴 수 없으므로 결국 환자 및 의료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