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한독] 부친을 쏙 빼닮은 오너 2세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한독] 부친을 쏙 빼닮은 오너 2세
자체 신약개발 대신 외부 역량 기대어 기업 운영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7.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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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독 본사.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독 본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올해 창립 65주년을 맞이한 한독(옛 한독약품)은 연구개발을 통한 자체 신약 개발보다 선진 제약사와의 기술 제휴나 합작 등 주로 외부 역량을 이용해 오늘에 이른 제약사로 유명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도 2014년 2월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자사 제품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최근 바이오 우량주로 불리고 있는 ‘제넥신’은 2012년 한독이 약 33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곳이다. 한독은 제넥신이 비상장사였을 때부터 투자를 진행해 결국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한독과 제넥신은 차세대 의약품인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을 공동 개발하는 등 시너지를 극대화 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와의 기술 제휴 및 인수합병은 한독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오고 있는 생존 전략이다. 1957년 독일 제약사 훽스트와 기술 제휴를 맺은 한독은 1964년 업계 최초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제휴와 합작으로 점철된 역사라 할만하다.

한독의 전략에 대해 업계 안팎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오랜 기간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에 주력함으로써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자체 의약품 개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해외 제약사를 끌어들여 한국시장에서 도매상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을 시작한 지 60년이 넘도록 매출 실적 50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외부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왈가왈부 말이 많은 한독의 성장 전략의 중심에는 창업주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이 있었다.

 

제약업계 1세대 경영인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

고 김신권 명예회장은 제약업계 1세대 경영인으로 지금의 한독을 일군 인물이다.

1922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난 김신권 명예회장은 20살에 중국 만주에서 약방을 개업한 이래 약 70년간 제약업에 몸 담았다. 그는 1954년 서울 남대문로2가에 한독의 전신인 연합약품의 문을 열고 독일 제약사 훽스트 제품을 수입해 판매했다. 제약업의 시작을 해외 제약사의 도매상 역할에서 찾았던 것이다.

김 명예회장은 1957년 단순 판매 역할을 넘기 위해 훽스트와 기술 제휴를 맺고 이듬해 사명을 한독약품으로 변경했다. 1964년에는 훽스트가 한독의 지분 20%를 인수하는 형태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한독은 이때부터 훽스트의 원료를 도입해 국내에서 자체 상품화를 진행하며 비즈니스를 본격화했는데, 다국적제약사 도매상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는 못했다.

김 명예회장은 2006년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이후에는 본인의 아호인 ‘제석(濟石)’을 따 한독제석재단을 출범시켰고 재단을 통해 한독의약박물관과 한독장학회를 운영했다. 그는 2014년 4월 30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한독은 1976년 상장을 통한 기업 투명성 제고를 시작으로 1997년 전사적 관리 시스템(ERP) 도입, 2000년 감사위원회 자발적 설치 및 운영, 2007년 윤리헌장 제정과 함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본격 도입했다. 윤리경영 실천에 대한 공로로 다수의 상을 수상한 한독은 지난 4월 영국왕립표준협회(BSI)로부터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의 국제표준인 ‘ISO 3700’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체 신약개발 등 제약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보다 다국적 제약사 등 외부 역량에 기대어 기업을 운영해온 경영문화는 2세인 김영진 회장(63) 체제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아 제약사로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보유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마치 경영스타일까지 부친을 쏙 빼닮은 것처럼 보인다. 

 

2세 김영진 회장, 투자 포트폴리오 화려 ... 내실은?

한독 김영진 회장.
한독 김영진 회장.

1984년 독일 제약사 훽스트에서 2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김영진 회장은 투명경영과 M&A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김영진 회장은 1984년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부장으로 입사했다. 같은 해 합작사인 훽스트에서 2년간 파견근무를 하고 1991년 부사장, 1996년 사장, 2002년 부회장을 거쳐 2006년 회장으로 취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파트너사였던 훽스트는 이후 몇 차례 인수와 합병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사노피-아벤티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독은 2012년 10월 사노피-아벤티스가 보유한 한독의 지분을 인수해 오랜 합작관계를 정리하면서 사명을 지금의 한독으로 바꿨다.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다.

독립경영 이후 한독은 글로벌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바뀐 것은 크게 없었다.

한독은 사노피-아벤티스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2013년 이스라엘의 다국적 제약사 테바와 합작법인 한국테바를 설립했다. 똑같은 형태 안에 상대만 바꿔 넣은 셈이다.

이듬해에는 케토톱을 보유한 태평양제약 제약사업 부문을 635억원에 인수하며 일반의약품 부문을 강화했다. 2016년에는 바이오칩 전문기업 ‘엔비포스텍’과 미국 건강기능식품업체 ‘저스트시’(Just-C)에 지분 투자를 하고, 일본 원료의약품 업체인 ‘테라벨류즈’를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한독의 이러한 투자는 기대와 달리,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독-테바의 경우, 설립 이후 줄곧 영업이익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 들어 겨우 소폭 흑자(2억8170만원)로 돌아섰다.  

다만 제넥신에 대한 투자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넥신이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한독은 최근 제넥신을 통해 툴젠을 흡수·합병, 우수 기술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이밖에 한독은 지난 4월 미국 바이오벤처 ‘트리거 테라퓨틱스’에 5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10%)을 확보하고, 올해 초 제넥신과 미국 바이오의약품 개발사인 ‘레졸루트사’에 28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54%)로 올라서면서 미국 시장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포트폴리오 안에서 한독의 역할은 단순히 투자회사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분석도 나온다. 오랜 세월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지만 지금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은 자체 개발 신약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10년 만에 전문경영인 교체 ... 마케팅 전문가 조정열 사장 영입

한독은 지난해 10년 만에 전문경영인을 교체하며 새로운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독의 새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한 조정열 대표이사 사장(52)은 한독 설립 이래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으로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조 사장은 유니레버코리아, 로레알코리아에서 마케팅과 브랜드를 담당하고 K옥션과 갤러리현대, 쏘카 등에서 CEO로 활동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 제약업 경험은 2006년 미국 제약사 머크(MSD)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마케팅 상무를 역임한 정도다.

업계에서는 한독이 IT와 디지털 노하우를 가진 전문경영인을 영입함으로써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독 관계자는 “현재 사내 일부 부서에 디지털 혁신을 전담하는 TF팀을 구성하는 등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 3세 지분 승계 핵심은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

전문경영인 교체와 더불어 한독은 3세의 경영 승계 작업에도 변화를 보였다.

김영진 회장의 장남 김동한(35) 경영조정실 실장이 지난 3월 이사로 승진하면서 임원 대열에 합류한 것. 이를 시작으로 주식도 늘려가고 있다. 김동한 이사는 승진 직후인 지난 4월 초 동생인 김종환(33)씨와 사촌인 김경한(30)씨와 함께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섰다. 소액이긴 하지만 그동안 한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3세들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면서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김동한 이사는 2014년 한독 마케팅부로 입사해 2016년 경영조정실 팀장으로 이동한 이후 지난해 3월 실장, 올해 3월 이사로 승진했다. 경영조정실은 김영진 회장이 34년전 입사했던 부서이기도 하다.

김 회장의 차남 김종한씨는 2013년부터 비상장사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2001년 설립된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김 회장과 그의 동생 김석진(60)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비상장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기준 한독의 최대주주(17.59%)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업이다.

 

한독 지배구조.
한독 지배구조.

이 회사는 서류상으로는 종합무역업, 시장조사 및 경영상담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관련 매출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의 지분 대부분을 오너 3세가 보유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보아 향후 경영권 승계 시 우회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기준,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31.65%를 가지고 있는 김영진 회장의 장남 김동한 이사다. 이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진 회장 5.04%, 김석진 대표 2.52%, 김종한씨와 김경한씨가 포함된 기타 지분이 60.79%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지분 보유율이나 임원 대열 합류 순서로 볼 때 장남 승계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본격적인 시기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아직 3세 지분 보유율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3세들 사이에 지분 정리라는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 역시 “내부적으로 3세 경영과 관련한 이야기는 일절 없다”고 일축했다.

 

순망치한 ...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

사노피 결별 이후 영업실적 곤두박질 

한편 업계에서는 한독이 3세 경영으로 나아가기 전 실적 개선과 안정화를 먼저 이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독은 그동안 대규모 투자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지속적으로 실적에 대한 우려를 받아왔다.

영업실적은 2012년을 기점으로 곤두박질했다. 사노피와 결별하기 이전인 2010년 한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68억원과 205억원에 달했으나 이후 하락을 거듭,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로 돌아선 때도 있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순망치한/脣亡齒寒)고 했던가. 

사노피와의 합작관계 청산의 영향이 그만큼 컸던 셈이다. 그리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진행한 무리한 투자가 경영악화를 불렀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독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3210

3332

3146

3279

3483

3584

3961

4180

4467

영업이익

268

212

86

75

103

62

36

-19

221

당기순이익

205

166

58

123

97

-18

-74

35

71

R&D비용

133

161

132

179

159

189

182

223

211

R&D비율

4.1

4.8

4.2

5.5

4.6

5.3

4.6

5.4

4.7

이와관련 한독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제넥신, 태평양제약 인수 등 다양한 관계사들에 투자하다 보니 영업이익이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는 단순 수익을 위한 투자가 아닌 신제품 개발을 위한 R&D 투자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투자에 집중하다 보니 R&D 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오픈 이노베이션과 R&D는 분리할 수 없다”며 “처음부터 개발 및 서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망한 바이오 회사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신규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를 위한 투자는 없다. 모두 R&D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독은 과연 진정한 제약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자체 연구개발보다 외국약 도매상 역할을 해오다가 제약산업 환경이 급변한 근래에 들어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술제휴나 합작을 하는 것인데 그것이 신약 개발로 이어지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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