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 유산 유도제 도입 허용될까?
낙태죄 폐지 ... 유산 유도제 도입 허용될까?
WHO "임신 12주까지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약물적 방법 권고"
  • 이민선 기자
  • 승인 2019.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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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Exelgyn 사의 미페진

[헬스코리아뉴스 / 이민선 기자] 지난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미프진' 등 유산 유도제 도입 이슈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헌재가 정한 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바로 폐지된다. 제약업계는 국내에 유산 유도제 시장이 새로이 형성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성분의 약물이다. 미페프리스톤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에 프로게스테론의 결합을 방해해 자궁 내 착상된 수정체에 영양공급을 차단하여 자궁과 수정체를 분리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소프로스톨은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로 자궁 내막 세포에 결합해 강한 자궁 내막 수축을 일으켜 분리된 수정체를 자궁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복용법은 미페프리스톤 1정(200mg)과 미소프로스톨 4정(800mcg) 총 5정을 복용한다. 복용 1~2주 후 병원 검사를 통해 분리된 수정체가 자궁 밖으로 확실히 배출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WHO "약물적 유산, 임신 12주까지는 가장 안전한 방법"

지난 2017년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도입'을 위한 청원에는 23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후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26일 '친절한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하다'를 발표했다. 그러나 유산 유도약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미프진은 미국에서는 미페프렉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1980년도에 개발됐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받아 필수의약품에 등록된 약물이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 등 전세계 67개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핀란드와 같은 국가에서는 임신중절 중 93%를 미프진을 이용한 약물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WHO는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초기인 12주까지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약물적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자연유산 유도약을 이용한 유산 성공률은 8주 이내의 경우 98~100%, 8주~9주 사이에는 96~100%, 9~10주 사이에는 93~100%에 달한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부작용으로는 복용 시 구토, 현기증, 심한 복통이 있을 수 있고 불완전 유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완전 유산의 경우 약을 복용한 이들의 1~2% 정도에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추가 약물을 통해 임신산물을 배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물유산이든 수술유산이든 응급실 방문이 필요할 정도의 합병증 발생 비율은 1% 미만이다.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다면 유산을 하는 것만으로 유방암 위험성을 높이거나, 미래의 가임력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인공유산 후 장기적인 정신적 문제는 굉장히 적은 편이고, 출산 후 산후우울증이나 산후정신병만큼이나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약물 유산 방법 ... 전공의 "배운 적도 없어"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미국과 세계 여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자연유산 유도약을 꺼리거나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지 못한 것은 낙태죄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낙인으로 임신중절수술법을 배우는 것 자체가 금기로 여겨져 의료진은 자연유산 유도약 사용과 관련된 지식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법으로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하더라도 의료진이 실습이나 수련과정에서 임신중절과 관련된 최신 기술을 습득하기는 어려웠다.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한 것도 합법적 인공유산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만 현행 건강보험 수가에는 '인공임신 중절수술'만 있지 '약물적 인공임신'은 항목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지약물로 사용한 약물의 약값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할 수도 없어 병원 입장에서도 수술적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는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해서라도 유산 유도제 등 임신중단권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한 임신중단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도입 논의 활발해져야"

시민사회단체와 여성단체 등은 "낙태죄가 폐지되면 검증되지 않은 중국 시판 약이 나돌거나 불법 유통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유산 유도제 도입이 빠른 시일 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에서 시판되는 약도 성분은 '미페프리스톤'이라서 소비자들이 깜빡 속을 가능성이 높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측은 12일 성명에서 "유산유도약 미페프리스톤은 여러 나라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었으며 충분한 사용례가 축적돼있다"며 "누구에게든 안전하고 접근가능한 임신중지 방법과 여성건강 향상을 위해 그간 '임신중지는 불법'이라는 명목 하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던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한시 빨리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도 이날 성명을 "현재 미프진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어 의약품의 상태가 확실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며, 불분명한 복용 정보와 복용 전 전문가의 적절한 감시나 복약지도 없이 복용하게 되어 여성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제약회사는 여성의 임신중절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시키기 위해 국내에 미페프리스톤 성분 의약품 허가 검토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한 제약사 관계자는 "미프진의 경우 식약처에서도 아직까지 국내에 시판을 시도한 제약회사나 관련 업체가 없어 안전성 검토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수술적 방법보다) 약물적 방법이 모체에 해가 없고 안전하다는 것이 검증된다면 의약품 허가 검토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부인과계는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오남용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도입을 하더라도 반드시 처방약으로 시판을 허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미프진은 FDA에서도 의사의 진찰과 처방, 복용 후 관찰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임신 7주 이내로 확진 받은 여성만 처방전으로 구입 가능하다"며 "미프진 복용 3일차와 14일차에는 반드시 산부인과를 방문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일반약이 아닌 전문약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입 검토 시 의료계, 제약업계와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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