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형 백혈병 비밀 풀렸다
혼합형 백혈병 비밀 풀렸다
송지준 교수팀, 백혈병 유발 인자의 후성유전 코드 인식 기작과 유전체 불안정화 과정 규명
  • 임도이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4.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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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준 교수(KAIST)
송지준 교수(KAIST)

[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기자] 백혈병에서 발암유전자가 발현되기 쉬운 구조로 변형되는 핵심 기작이 드러났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송지준 교수와 장성민 박사과정 연구팀이 백혈병 유발 인자가 후성유전 코드를 인식하고, 이로 인해 DNA와 히스톤의 결합구조가 불안정하게 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혼합형 백혈병은 예후가 좋지 않고 재발률이 높으며, 특히 어린이 환자의 치료율이 낮은 악성 혈액 암이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DOT1L’이라는 단백질이 과활성화되면서 혼합형 백혈병이 발병한다고 알려지면서, DOT1L을 억제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백혈병을 일으키는 DOT1L이 후성유전적으로 DNA 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심도있게 연구했다. DOT1L은 유비퀴틴화된 히스톤에 결합해 DNA와 히스톤이 응축된 뉴클레오좀의 구조를 불안정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성민 박사과정(KIST)
장성민 박사과정(KAIST)

유비퀴틴화란 유비퀴틴이 결합해 다른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표지 역할을 하는 상태를 말한다. 뉴클레오좀이란 DNA가 히스톤 단백질을 감으며 바퀴 형태로 형성된, 유전체의 최소 단위를 가리킨다.

연구팀은 최신 기술인 초저온 전자 현미경을 통해 이를 관찰했다. DOT1L이 아미노산을 이용해 유비퀴틴화된 히스톤에 결합하면, DNA가 히스톤으로부터 분리되고, 응축되어 있던 유전체가 전체적으로 불안정해졌다.

송지준 교수는 “이 연구는 백혈병 유발 인자이며 메틸화 효소로 널리 알려진 DOT1L 단백질이 유비퀴틴 히스톤 코드를 인식하는 기작과 유전체를 불안정화하는 또 다른 기능을 규명한 것”이라며, “혼합형 백혈병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국제학술지 ‘유전자와 발달 (Genes & Development)’에 3월 29일자에 게재되었다.

 

(그림1) 초저온 전자 현미경으로 규명한 DOT1L–유비퀴틴 뉴클레오좀 복합체 구조.규명된 구조 분석 결과, DOT1L이 아르기닌 아미노산을 이용해 뉴클레오좀을 강하게 인식하고, 카르복시 말단의 비극성 아미노산으로 유비퀴틴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확인됨.* 히스톤 H3 79번 라이신 : DOT1L의 메틸화 타겟 부위* SAM : 메틸기 공여 물질
(그림1) 초저온 전자 현미경으로 규명한 DOT1L–유비퀴틴 뉴클레오좀 복합체 구조 .... 규명된 구조 분석 결과, DOT1L이 아르기닌 아미노산을 이용해 뉴클레오좀을 강하게 인식하고, 카르복시 말단의 비극성 아미노산으로 유비퀴틴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확인됐다. * 히스톤 H3 79번 라이신 : DOT1L의 메틸화 타겟 부위 * SAM : 메틸기 공여 물질.
(그림2) 복합체 구조에서 확인된 뉴클레오좀의 불안정화 현상.가. 정상적인 뉴클레오좀(파란색, 녹색)과 비교했을 때, DNA가 풀리고 히스톤 2차 구조가 손실되는 불안정화 현상이 관찰됨.나. 정상 뉴클레오좀과 DOT1L이 결합한 뉴클레오좀, 그리고 DOT1L이 결합한 유비퀴틴화 뉴클레오좀을 비교했을 때, 유비퀴틴화된 뉴클레오좀에서 불안정화 효과가 가장 강한 것이 확인됨.다. DOT1L에 의한 유전체 인식, 불안정화 모델. 유비퀴틴화가 DOT1L의 메틸화 기능은 물론, 불안정화 기능까지 강화시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함.
(그림2) 복합체 구조에서 확인된 뉴클레오좀의 불안정화 현상.

가. 정상적인 뉴클레오좀(파란색, 녹색)과 비교했을 때, DNA가 풀리고 히스톤 2차 구조가 손실되는 불안정화 현상이 관찰됐다.

나. 정상 뉴클레오좀과 DOT1L이 결합한 뉴클레오좀, 그리고 DOT1L이 결합한 유비퀴틴화 뉴클레오좀을 비교했을 때, 유비퀴틴화된 뉴클레오좀에서 불안정화 효과가 가장 강한 것이 확인됐다.
다. DOT1L에 의한 유전체 인식, 불안정화 모델. 유비퀴틴화가 DOT1L의 메틸화 기능은 물론, 불안정화 기능까지 강화시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의 주요내용]

1. 연구의 필요성

○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재배열로 인해 발병하는 혼합형 백혈병 (MLL - rearranged leukemia)은 여러 백혈병 분류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위험군에 속한다. 특히 소아 백혈병 환자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예후 인자면서도 그 치료율이 높지 않아 치료법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 혼합형 백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재배열은 MLL 유전자에서 발생한다. MLL 유전자는 AF4 유전자와 함께 재배열되어 MLL-AF4 융합 단백질을 형성하는데, 이 거대 단백질이 또 다른 단백질인 DOT1L 단백질을 유전체에 유도한다. 유도된 DOT1L은 DNA에 결합한 히스톤을 메틸화시켜 발암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이는 백혈병의 발병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또한, 히스톤에 부착된 유비퀴틴(ubiquitin) 코드가 DOT1L 단백질의 활성화에 중요하게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자세한 기작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 지금까지의 혼합형 백혈병 치료 연구는 MLL-AF4 융합 단백질, 혹은 DOT1L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시켜 결과적으로 발암유전자 활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실제 DOT1L 단백질의 기능이 저해되면 백혈병 세포의 발생이 억제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DOT1L 단백질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추가적인 치료법 연구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2. 연구내용

○ 연구팀은 DOT1L 단백질과 유전체의 최소 단위인 뉴클레오좀의 복합체를 만들고, 이 복합체의 구조를 초저온 전자 현미경(cryo-EM)을 이용해 규명하였다. 규명된 구조를 통해, DOT1L이 두 개의 아르기닌(arginine)을 이용해 뉴클레오좀의 산성 패치(acidic patch)와 강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DOT1L은 카르복시 말단(C-terminal)의 비극성 아미노산들을 이용해 뉴클레오좀 표면의 유비퀴틴과 강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 또한 구조 분석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뉴클레오좀의 불안정화 상태를 관찰할 수 있었다. 본래 여덟 개의 히스톤 옥타머(histone octamer)를 한 바퀴 반 감고 있는 DNA가 상당 부분 풀려나가 있으며, 이 DNA의 고정과 관계된 히스톤 단백질의 지지 구조들도 손상된 것이 확인되었다. 단분자 형광관찰기술(smFRET)을 적용한 결과, 실제 DOT1L이 뉴클레오좀의 DNA를 히스톤 옥타머(histone octamer)로부터 탈착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뉴클레오좀 표면에 유비퀴틴 코드가 있을 경우 불안정화가 더 심화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 연구팀은 초저온 전자 현미경을 통한 DOT1L 단백질과 뉴클레오좀 복합체의 구조 규명을 통해 DOT1L의 메틸화 기능에 중요한 유비퀴틴 코드 인식 부위를 최초로 규명하고, 이전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던 DOT1L의 유전체 불안정화 기능을 최초로 발견하여 보고하였다.

○ 이를 통해 DOT1L의 메틸화 기능 억제에 집중되어있던 기존 연구에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DOT1L에 의한 유전체 구조의 변형이라는 새로운 단서를 보임으로써 백혈병 치료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

아래는 송지준 교수 인터뷰다.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DOT1L 단백질은 백혈병과의 연관이 밝혀지고 관련된 의학, 약학적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왔음에도 단백질 그 자체에 대한 구조적 연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었음. 단백질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적다보니 결과적으로는 의학적인 접근 역시 속도가 더딘 시점이었다. 또한 DOT1L은 생화학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메틸화 단백질과는 공통점이 적어 흥미로운 면이 많은 연구주제였다. 그 때문에 단백질 그 자체에 대한 화학적 이해, 그리고 의학적 접근을 위한 새로운 단서를 제안하고자 DOT1L 단백질을 연구 주제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처음의 실험들은 단백질 구조 규명에 가장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X선 회절 분석법을 적용하였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그 후 새롭게 대두되고 있던 초저온 전자 현미경 실험법 (cryo-EM)을 도입해 구조를 규명할 수 있었다. 서울대 홍성철 교수 연구팀과 단분자 분광학을 이용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 했는지?

초저온 전자 현미경은 현재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써 단백질 구조 규명을 위해서는 놓쳐서는 안 될 핵심 기술로 떠올랐으며, 2017년의 노벨상 수상 이후로는 전 세계적으로 현미경 기술과 장비 선점 경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한국에도 오창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최첨단 Titan Krios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단일 장비를 전국적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데이터 획득에 충분한 실험 기간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데이터 수집에 앞서 현미경 촬영 조건을 최적화하기 위한 소규모 스크리닝용 현미경이 한국에 극소수만 존재했기 때문에, 이 연구의 모든 전자현미경 실험은 스웨덴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어야만 했다. 초 고가인 장비가격 때문에 국가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이 실험방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한국계 고급 인력들이 이미 외국에 존재함에도, 그들을 수용할 국내 인프라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필수적인 장비를 구축하고, 외국의 고급 인력들을 수용한다면 지금이라도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에 알려져 있던 DOT1L 단백질의 메틸화 기능을 더 깊게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유전체 구조의 불안정화 기능을 새롭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DOT1L의 메틸화 기능 억제에만 국한되어 있던 백혈병 치료법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이 연구는 기초 분야의 연구로 실제적인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DOT1L의 유전체, 유비퀴틴 코드 인식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DOT1L 억제 타깃을 제안했다는 의의가 있다. 지속적인 의학, 약학 분야와의 협력 연구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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