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치료재료 공급 중단 사태 … 원인은?
잇따른 치료재료 공급 중단 사태 … 원인은?
  •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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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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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소아 심장수술과 관련해 고어사의 인공혈관 재고 부족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한국의 건강보험 치료재료 상한금액이 낮다보니, 치료재료의 수입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치료재료 공급 중단이라는 사태는 국내에서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소아 심장 수술에 필요한 소아용 인공혈관부터 인공심폐순환에 반드시 필요한 캐뉼라, 인공수정체, 인공관절 등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수술재료들이다. 

 

캐뉼라, 8개 제품 공급 중단 … 15년전 가격 그대로가 문제

지난 2016년 인공심폐순환에 반드시 필요한 치료재료인 ‘캐뉼라’의 8개 제품 공급이 중단됐었다.

인공심폐기는 심장병 수술에서 심장박동을 정지시키고, 심장이나 폐의 일을 대신하는 장치를 뜻한다. 이 인공심폐기의 대정맥에 캐뉼라를 삽입해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혈을 인공심폐기로 받고, 이 혈액을 인공폐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산소를 공급하고 동맥혈로 만들게 된다. 이후 캐뉼라는 혈액을 펌프의 힘으로 밀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인공심폐기를 사용하면 수술 중 심장이 정지해도 온몸에 동맥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해 주요 장기가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제품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수가로 인해 공급이 중단되면서 환자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 

캐뉼라의 국내 가격은 개당 2만원에서 최대 24만3345원까지 다양하다. 일본(44만3650원), 호주(35만2308원) 등 다른 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당시 업체들의 주장은 최고가 20%를 올려달라는 것이었으며, 학계에서도 그 정도 인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가격 20% 인상해 봐야 8억 정도 더 쓰는 건데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건당국에서 가격인상을) 안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한 바 있다.

 

카테터, 정관복원용 봉합사, 폴리카테터(소변줄) 등 일부 철수 

소변줄인 폴리카터테를 수입·판매하는 일부 업체의 경우, 수입원가 대비 상한가가 터무니 없이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또 다른 업체의 경우 고시된 상한금액을 초과한 금액으로 의료기관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A비뇨기과는 진료과 특성상 매번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폴리카테터(소변줄)를 급여상한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정부가 정한 상한금액은 3500원이지만 실제 구매가격은 5000원. 상한금액보다 더 비싸게 공급되는 치료재료는 폴리카테터를 비롯해 정관복원용 봉합사, 척추마취에 사용하는 카테터 등이다.

B비뇨기과도 척추마취 카테터를 보험상한가(9600원)의 두배(1만9000원)에 공급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환자 치료를 안할 수가 없다보니 비급여를 늘리거나 입원료를 더 받는 방법으로 손해를 벌충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업계는 불합리한 치료재료의 상한금액 산정기준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치료재료 비용을 실거래가 상환제에 따라 지불하되, 품목별로 상한금액을 정해놓고 있다.

동일 목적의 품목이 등재돼 있는 경우 동일 품목군에 대해 동일 상한금액을 책정하고 있으며, 신제품이 나올 경우 제품의 특장점과 임상효과 등 제품의 가치 평가를 통해 동일품목군 최고가의 10~50%를 가산해 최종 상한금액을 정한다.

 

 

고어사, 인공혈관 … 2년전 예고된 사태

고어사의 인공혈관도 다른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공급가격을 이유로 2017년 철수 결정을 내렸다. 

2017년 2월27일 고어사의 한국 대리점 고어메디컬은 한국 내 제품공급 종료를 결정, 그해 9월30일을 기점으로 대리점 계약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고어사의 철수사유는 ▲3년주기로 실시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등의 제조나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인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현지실사 ▲낮은 수가 및 원가조사를 통한 수가인하 등을 들었다.

당시 학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인공혈관의 경우 한국은 약 46만원인 반면 미국은 약82만원, 중국은 147만원으로 크게 차이가 벌어졌다.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공급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6년 6월과 12월 정부가 인공혈관 제품에 보험상한가를 인하 조치하면서 약 18~19% 삭감이 결정되자 결국 고어사는 한국 내 철수를 결정했다.

고어사의 인공혈관은 대체품목이 없다는 점에서 공급이 중단되면 수술을 하지 못한다. 

흉부외과학회 측은 지난해 2월 식약처에 공문을 보내 대체가 어려운 치료재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고어사 측이 자진취하했던 허가를 살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식약처는 신규 치료재료 등록을 위한 정식 절차를 밟아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고어사측에서 서류제출을 꺼리면서 식약처는 승인 불가결정을 내렸다.

이후 학회는 의료현장에서 바닥난 인공혈관 공급을 위해 식약처 해당 관계자를 만나 설득했고 결국 최소한의 요건을 제시하며 허가 승인 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학회는 고어사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급기야 보관하고 있던 인공혈관까지 바닥이 나면서 2019년 1월 수술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뒤늦게 식약처는 지난 2월 인공혈관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줬지만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된 후였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을 방문해 협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국내에 20개의 인공혈관이 긴급으로 들어왔다. 이들 인공혈관에 대한 보험가격은 기존보다 4배 인상된 137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20개의 제품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현재 고어사의 인공혈관 보험가는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치료재료 상한금액 현실화 필요

政 “최악의 상황 오지 않도록 시스템 마련하려고 검토 중”

이같은 상황에 의료계는 치료재료 상한금액 현실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는 더 이상 안된다.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수입단가 또는 제조단가 등 원가와 유통마진을 고려해 치료재료 상한가를 인상해야한다”며 “외국의 금액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여러차례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정부의 철저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인공혈관 부족사태를 겪었던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회장은 “현재로서는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우리가) 정부랑 고어랑 한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아직 (우리 단체의)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다음주 쯤 입장을 발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강석원 사무관은 25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공급적인 부분은 식품의약품약전처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복지부는 재료들이 국내에 공급이 돼서 보험에 등재 될 때 관여하고 있다”며 “그 외에 의료기기나 국내에 도입되는 건 식약처에서 희소필수의료기기법이 재정됐다. 그래서 그 부분은 식약처에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복지부에서도 식약처와 협의해서 의료계에서 어떤 재료들이 필요한지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 고대웅 사무관도 이날 통화에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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