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쫓기는 의사들-①] 병원문 닫는 순간 빚쟁이 전락
[빚에 쫓기는 의사들-①] 병원문 닫는 순간 빚쟁이 전락
"와이프가 조무사 시험보고 데스크 보고 있어"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9.03.03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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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돈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전문직종 중 하나가 의사다. 하지만 적정수가를 요구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승하는 인건비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수가 정책이 결국 의료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항변이다. 이런 의사들을 두고 국민들은 ‘의료계가 자기들 배만 불리려 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개원의들의 상황이 어떤지 취재했다. 

[빚에 쫓기는 의사들-①] 병원문 닫는 순간 빚쟁이 전락

[빚에 쫓기는 의사들-②] “대학병원 나와서 직접 개원해보니”

개원가 동네병원 클리닉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진짜 부유한 집안 출신의 의사가 아니면 병원을 개원할 땐 어느 정도의 빚을 가지고 시작한다. 인테리어도 인테리어지만 중고라도 장비들이 고가인 경우가 많아 몇 대만 들여놔도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여기에 정착하기 전까지의 월세를 감안한다면 허리가 휜다.”

서울 중구에서 정형외과를 개원하고 있는 올해 19년차 의사 A원장은 "요즘 개원가 사정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짧은 한숨부터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의사라고 하면 돈을 엄청 잘 버는 직군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A원장의 설명이다.

A 원장은 “사람들 머릿속엔 ‘의사는 돈 잘 번다’는 인식이 박혀있다. 근데 지금 나는 우리 마누라가 앞에서 데스크를 보고 있다”며 “오늘만 해도 진료환자가 21명뿐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1시간30분 동안 찾아온 환자는 4명이 전부였다.

“처음 개원 준비를 할 때부터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거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게 하는 정도로 해서 비용을 최소화 했고, 장비의 경우도 정말 중요한 장비가 아니고는 중고를 구매했다. 그런데 장비 가격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월세까지 생각하면 어휴. 빚 1억5천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래서 인건비를 줄이고자 집사람이 간호조무사 시험을 본 거다. 그런데 아직도 빚이 1억이다. 이 정도 빚은 빚도 아니다.”

 

"동네병원 개원 10억은 기본 ... 모두 빚으로 시작"

A 원장에 따르면 외과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10억이 넘는 비용이 든다. 물론 중고 장비를 갖춘다는 전제이며 이마저도 입원실을 뺀 이야기다.

A 원장은 “판단을 해봤을 때 가격이나 외형 등 번지르르한 것으로 승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실속 있게 중고로 한다. 강남에서 개인의원을 한다고 해도 새 기계 놓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의들에게는 비싼 임대료도 큰 부담이다. 

그는 “친구가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데, 그곳은 임대료가 엄청나다고 하더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휘문고등학교 앞에 있는 30평대 병원인데 보증금 1억에 월세 500만원이고, 학동역에 있는 또 다른 친구는 보증금 2억에 월세 1000~1500만원을 낸다고 들었다”며 “이 친구들 모두 나와 같이 하꼬방처럼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소재 한 정형외과 B 원장은 빚이 8억이다.

B 원장은 “우리 병원이 삐까번쩍해서가 아니다. 장비를 중고 할 것은 하고 새 거 할 것은 했다. 개업한 지 거의 10년이 됐는데 원금은 손도 못대고 이자만 갚고 있다”며 “겨우겨우 기본적인 생활 정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잘됐다. 1년은 순수익이 페이닥터 했을 때의 2배 정도였다. 근데 지금은 거의 절반도 안된다. 처음엔 누구 소개로 왔다고 하면 이것저것 더 잘해주고 했는데 요즘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렇게 할 형편도 안된다.”

개원가의 빚잔치는 비단 정형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 소재 성형외과 C 원장도 빚이 3억3천 정도라고 했다.

C 원장은 “처음엔 욕심도 나고 해서 강남 역세권에 개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이 강남 한복판에 개원하는 건 힘들다. 대출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아야 하고, 잘된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기에 마음을 접었다. 섹터별로 보면 후미진 강남이 있다. 지금 내 병원도 후미진 강남”이라고 말했다.

후미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지하철과 가깝거나 조금이라도 역세권에 들면 임대료가 폭등해 힘들다는 것이 C 원장의 전언이다.

그는 “월세를 얼마낸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정말 비싸다. 최저임금까지 올라 직원들 월급도 부담될 때도 있다. 여기에 성형외과 홍보비용까지 들어간다면 비용이 불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의사를 왜 했을까? ... 보장성 강화정책 때문에 더 힘들어"

개원의들은 “의대에 진학해 미래를 생각하며 참고 공부한 것이 지금와서는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A 원장은 “나는 기본적으로 진료를 보는 의사다. 아프고 배탈 나면 오는 병원의 의사. 그런데 나같은 의사들이 힘들어하면 나머지는 뭐, 모르겠다. 보험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수액도 놓고 통증 치료도 한다. 근데 그마저도 이제 보험 안으로 넣으려고 한다”며 일명 문재인 케어에 대한 불만을 토했다. 

“수액 등 다른 진료를 보면서 경제적으로 보상 받았던 부분들이 보험 안으로 들어가면서 수입은 더 줄어들고 있다. 의사들이 수가이야기를 하면 ‘많이 버는 것들이 더 벌겠다’고 한다며 욕하지만, 우리도 정말 힘들어서 하는 이야기다. 괜히 볼멘소리 하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과 따지더라도 (우리나라 의사 수입은) 1/4 수준이고 아시아에서도 하위에 속한다.”

A 원장은 확실한 룰이 없는 보험진료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유방 양성종양절제술(맘모톰 절제술)을 예로 들었다.

그는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로 인해 20년간 도입된 진공흡인 유방생검 외과수술이 불법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 양성종양절제술이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실손보험사들이 그동안 맘모톰 절제술을 해오던 외과 개원가에 진료비 확인 및 부당이득금 반환 요구에 나서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곤란에 빠진 개원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등 실손보험사들은 유방외과 개원가를 대상으로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의 양성절제술 관련 소명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실손보험사들은 이 공문에서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의 양성종양절제술은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은 의료행위로 판단된다”며 “신의료기술 평가가 종료되기 이전 피보험자에게 시술 후 비급여를 산정, 수술비를 부담시킨 것으로 확인됐다”며 “소명 확인 후에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라는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개원가를 압박했다.

이들이 확인을 요청한 진료비 규모는 전체 약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막대한 금액이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외과 개원의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A 원장은 “경기도에 한 병원의 경우 부당이득금 반환 금액을 1억여원 넘게 청구받아 병원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일이 흔치는 않지만 이런 경우로도 병원이 폐업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원가 가장 힘들 게 하는 건 초기 투자비용"

대한의원협회 좌훈정 부회장은 “요즘 개원의들이 가장 힘든 이유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대도시 같은 경우 임대료가 고가다. 또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같은 경우도 장비가격 빼고 인테리어만 1억이 들었다”고 말했다.

좌 부회장은 “‘초기투자비용에 투자를 조금만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사람들은 반문하는데, 뺼 수가 없다”며 “의원들의 경쟁상대는 같은 의원들 보다는 오히려 상급·종합병원급하고 경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국민들 눈높이는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대학병원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에 가면 대리석 바닥에 첨단 의료장비 다 갖춰져 있다. 이런 환경을 접하고 동네 병원에 오면 기대감이 확 떨어진다. 동네병원에서 검사하자니 장비도 없고 이러니 사람들은 처음부터 큰 곳에 가기를 원한다.”

 

좌 부회장은 “이런 이유로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야 먹고 살 수가 있다. 시설투자를 안할 수가 없다. 근데 저수가 체계이기 때문에 투자한 비용을 벌어들이는 게 쉽지 않다. 먹고 살려니 오래 진료하고 많은 환자 진료해야 하고 비급여항목도 진료하고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의료제도 자체는 영국이나 일본처럼 사회주의적인 의료보험인데 모든 투자는 민간이 한다”며 “영국처럼 대학등록금도 무료인 나라가 아니고 병원도 내 돈으로 차려야 한다. 수가는 사회의료보험에 나오는 수가랑 비슷하니까 어떻게 먹고 살겠냐”고 반문했다.

“개원의들이 그렇다. 빚은 못갚고 그냥 유지만 하는 곳이 많다. 원금은 못 갚고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거다. 이러면 병원 접지도 못한다. 접는 순간 빚을 갚을 길이 없으니까. 그래서 폭탄돌리기랑 비슷하다는 말이 나온거다. 삐끗하면 터질 수 있어서. 물론 잘 돼서 빚 다 갚고 은퇴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게 안되는 것이 현실이니까. 또 이런 상황에 의료분쟁이 터졌다 이러면 그냥 망하는 거다. 의사들이라고 해서 돈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이게 진짜 우리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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