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가 대세? ... 케미컬 신약 죽지 않았다
바이오가 대세? ... 케미컬 신약 죽지 않았다
유한·한미·JW중외 등 신약 성과 줄줄이 … 美 신약 승인 케미컬 압도적 … "미충족 수요 충분"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11.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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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최근 바이오 의약품이 제약업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희귀질환 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해지고 기존 케미컬 의약품보다 효능·효과가 월등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각 제약사는 너나할 거 없이 바이오 신약을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케미컬 의약품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자체 개발한 케미컬 신약으로 주목받는 제약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JW중외제약이다. 이들 제약사는 바이오 신약만큼 우수한 케미컬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한양행 '레이저티닙' 1조4000억 가치 케미컬 신약

최근 업계에서 가장 이목이 쏠린 케미컬 신약은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이다.

유한양행은 이달 초 자사가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총계약 규모는 12억5500만달러(1조4030억원)에 달한다. 단일 품목 기준으로는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레이저티닙'은 국내 벤처기업인 오스코텍이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자회사 제노스코와 함께 3년여 동안 연구해 개발한 항암 신약후보 물질로 지난 2015년 유한양행이 사들였다.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T790M'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를 타깃으로 하는 3세대 EGFR 억제제다.

상업화에 성공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타깃이 동일하다. 타그리소는 작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9억5500만달러(약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레이저티닙'과 이 물질에 대한 특허권을 양수했다. 총계약 규모는 15억원으로 정액기술료로 10억원, 임상1상 승인 후 5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불과 15억원에 사들인 신약후보 물질의 가치가 3년 만에 1000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향후 개발에 성공하면 타그리소와 경쟁하는 글로벌 신약 지위도 넘볼 수 있게 된다.

 

한미약품 '포지오티닙' 글로벌 혁신신약 기대

미국 제약사인 스펙트럼은 최근 FDA에 한미약품이 개발한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의 혁신치료제 지정 신청을 완료했다.

FDA의 혁신치료제 지정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병의 치료가 기대되는 신약후보 물질을 우선 심사해 2상 임상 결과만으로도 신속히 허가를 부여하는 제도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 '포지오티닙'의 임상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으며, 해당 임상시험은 오는 2021년께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지오티닙'이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면 앞으로 4~5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셈이다.

케미컬 신약인 '포지오티닙'은 암세포 성장 수용체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및 EGFR과 같은 유형에 속하는 HER-2의 과발현 또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다.

유방암 및 폐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해당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나, 한미약품은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임상2상 시험을 지난 2016년 돌연 중단했다. 회사 측이 개발하던 3세대 폐암 치료제 '올리타'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폐암 치료제 개발이 좌초됐던 '포지오티닙'은 최근 다시 차세대 폐암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비소세포암 환자에서 뛰어난 효과가 발휘된다는 사실이 규명된 데 따른 것이다.

스펙트럼은 EGFR 엑손20 유전자가 변이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포지오티닙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포지오티닙을 유방암뿐 아니라 폐암 표적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관련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포지오티닙'의 미국 임상2상 시험을 진행한 MD앤더슨암센터 Dr. Heymach 교수는 "'포지오티닙'은 비소세포폐암 중 엑손20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 환자에서 기존 EGFR TKI(EGFR tyrosine kinase inhibitor) 치료제보다 약효가 우월했으며 중추신경계 전이 및 연수막(뇌척수액) 질병 환자에게서도 약효의 활발한 활성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약 10%는 엑손20 유전자에 변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만약 포지오티닙 개발이 성공하면 새로운 표적 폐암 치료제가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포지오티닙'은 효과 면에서도 기존 TKI 치료제를 압도했다.

Dr. Heymach 교수에 따르면 '포지오티닙'은 GEM모델(유전공학적 쥐)과 PDX모델(환자 유래 암조직 이종이식 모델)에서 기존 TKI 치료제보다 40배 이상의 효력과 80% 이상의 종양 크기 감소 효과를 보인 바 있다.

엑손20 유전자가 변이된 폐암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시험에서는 환자의 64%(11명 중 7명)에서 객관적 반응률(ORR)과 부분 반응률(PR)이 확인됐다. 이 발표로부터 반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도 환자들의 PFS(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이 도출되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JW중외제약 'JW1601' 바이오보다 우수한 케미컬 신약

JW중외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JW1601'에 대한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JW1601'은 JW중외제약이 개발한 케미컬 혁신 신약후보 물질이다.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다양한 급성 가려움 동물 모델 시험과 만성 아토피 동물 모델 시험에서 위약군과 대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우수한 효능을 나타냈으며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Good Laboratory Practice) 독성시험에서도 매우 높은 안전성을 보였다.

히스타민 H4 수용체는 염증유발, 가려움증 등에 주로 관여한다. 현재까지 H4에 작용하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JW1601'는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작용하는 첫 번째 혁신신약(First in Class)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다수 아토피 치료제가 출시됐으나, 대부분 연고제로 바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시간 및 공간적 제약이 있었다. 'JW1601'은 경구제로 개발되고 있어 이런 불편함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된 기저 염증의 유발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바이오 항체신약인 '듀피젠트'가 출시됐으나, 연간 치료비가 4000만원에 달해 환자들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JW1601'은 케미컬 의약품인만큼 이런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JW중외제약은 지난 8월 피부질환 치료 시장 글로벌 1위 기업인 덴마크 레오파마에 'JW1601'을 4억200만달러(약 4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참고로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아토피치료제 시장은 지난 2016년 45억7500만달러(약 5조1000억원)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73억달러(8조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바이오 의약품이 '붐'을 일으키고 있으나, 실제 신약 허가는 여전히 케미컬 의약품이 강세다.
제약업계에서는 바이오 의약품이 '붐'을 일으키고 있으나, 실제 신약 허가는 여전히 케미컬 의약품이 강세다.

 

신약 승인, 여전히 케미컬 신약 강세 … "바이오 대세론 안타까워"

제약업계에서는 바이오 의약품이 '붐'을 일으키고 있으나, 실제 신약 허가는 여전히 케미컬 의약품이 강세다.

미국 FDA에 따르면, 지난해 신약 승인은 케미컬 의약품이 34건, 바이오 의약품이 12건으로 케미컬 신약이 3배가량 많았다. 지난 2008년(케미컬 21, 바이오 3)보다는 바이오 신약 비중이 커졌으나, 여전히 케미컬 신약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10년 동안 FDA의 신약 허가 건수를 살펴보면 2008년 24건에서 2017년 46건으로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모두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출처 : FDA, CDER NME Drug & Original BLA Calender Year Approvals, 2008~2017
출처 : FDA, CDER NME Drug & Original BLA Calendar Year Approvals, 2008~2017

 

특히 케미컬 의약품의 경우, 환자 맞춤형 혁신형 신약 개발 시대가 도래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획기적인 화학합성 신약 창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한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바이오와 케미컬 의약품의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이다. 바이오 신약이 늘어난다고 케미컬 신약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케미컬과 바이오 신약은 6대4 정도의 비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분자 (케미컬) 화합물의 특징은 세포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바이오 의약품도 모든 환자에게 듣는 것은 아니다.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는 케미컬 의약품이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뭉뚱그려 약을 개발했다면 지금은 미충족 수요에 맞는 타게팅된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상황"이라며 "전통 제약사들은 꾸준히 케미컬 의약품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만 주목하는 시장 분위기에 안타까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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