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환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논평>환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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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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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벡 약가인하싸움에 당사자인 백혈병 환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어제 보건복지가족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는 현행 100mg 한정당 23,044원인 글리벡 약가를 14% 인하하여 19,818원으로 직권 결정하였다.

조정위는 글리벡 약가인하 요인이 있다는 것에는 긍정하면서도 지난 6년 동안 유지되었던 노바티스사의 글리벡 약가의 환자 본인부담금 10% 지원이 당장 철회될 경우 백혈병 환자들이 겪게 될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감안하여 24%가 아닌 14%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이 최종 제시한 37.5% 약가인하를 수용하지 않은 이유 또한 막대한 이윤 감소로 노바티스사가 자칫 공급거부 라는 위험한 카드를 꺼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작년 6월 4일 시민사회단체에서 글리벡 약가인하 조정신청을 한 지 1년만에 글리벡 약가는 19,818원으로 직권 조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노바티스사와 약가인하 조정신청을 한 시민사회단체가 조정위에서 직권 결정한 글리벡 약가를 수용할 것인가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약가인하 조정신청으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진행되었던 글리벡 약가 협상 및 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백혈병환우회(이하, 백혈병환우회)는 손발이 묶인 포로처럼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답답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약가조정신청을 한 목적은 글리벡 약가인하로 절약된 건강보험 재정을 다른 질환의 더 많은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혈병환우회는 시민사회단체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으며, 시종일관 침묵했었다.

2001년 7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백혈병 환자들은 노바티스사를 상대로 글리벡 약가인하를 주장하며 목숨 건 싸움을 했었다. 또한 2008년 2월부터 5월까지 백혈병 환자들은 다국적 제약회사 BMS를 상대로 글리벡 내성치료제 ‘스프라이셀’ 약가인하를 위해서도 4개월 동안 싸웠었다.

그런데, 왜 이번 글리벡 약가 협상 및 조정 과정 중에는 백혈병 환자들이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입을 막아야 했는가? 그것은 노바티스사가 글리벡 복용 환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환자 본인부담금 10% 때문이다. 만일, 글리벡 약가가 대폭 인하되어 노바티스사가 지원하고 있는 환자 본인부담금 10%가 철회되면 환자들은 매달 27만원~54만원의 높은 약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우회는 글리벡 약가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3월 30일 백혈병 환자들에게 <1안> 글리벡 환자 본인부담금 10% 지원을 유지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약가인하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2안> 글리벡 환자 본인부담금 10% 지원을 폐지하더라도 최대한의 약가인하를 요구할 것인가? 이 두가지 안을 가지고 의견청취를 한 후 백혈병환우회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의견청취 결과는 상당수의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 환자 본인부담금 10% 지원을 폐지하더라도 최대한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왜냐하면, 노바티스사의 환자 본인부담금 10% 지원은 글리벡 대체제가 나오거나 글리벡 특허가 만료되는 3~4년 내에 폐지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혈병환우회는 대외적으로 글리벡 약가에 관한 입장을 내지 못했다. 이는 당장에 매달 27만원~54만원이라는 고액의 약가를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는 상당수의 환자들은 환자 본인부담금 10% 지원을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다. 본인부담액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이들은 년간 200만원~400만원을 부담해야 하고 이들에겐 경제적으로 큰 부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2003년 2월, 1년 6개월 동안의 글리벡 약가싸움에도 불구하고,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백혈병 환자들은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으로 배수진을 쳤다. 그러자 노바티스사는 정부에 글리벡 약가를 23,045원을 인정해주면 환자 본인부담금 10%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하였고,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현행 글리벡 약가가 결정되었다.

이때의 환자 본인부담률은 20%였는데 2005년 9월 1일 중증질환등록제가 시행되면서 백혈병 등 증중질환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10%로 인하되었다. 이로 인해 현재와 같이 글리벡 복용 환자들은 환자 본인부담금 10%를 선납한 후 영수증 등을 희귀의약품센터에 보내면 사후 환급을 받게 되어 실질적으로 환자 본인부담금 없이 글리벡을 먹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백혈병 환자들은 노바티스사에 대해서는 글리벡 약가를 인하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부담률을 인하하라고만 요구하였지, 노바티스사에게 환자 본인부담금 10%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노바티스사는 세계 동일 약가정책 때문에 글리벡 약가를 인하하기가 싫었고, 정부는 통상압력 등으로 약가 인하할 자신도 없으니까 결국 노바티스사가 원하는 글리벡 약가를 인정해 주는 대신 환자 본인부담금 10%를 노바티스사가 대납하는 돌연변이 약가관행을 만든 것이다.

노바티스사와 정부의 절묘한 합작품인 글리벡 환자 본인부담금 10% 지원이 6년이 지난 지금 약가인하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였고, 글리벡 복용 환자들에게는 한달 약값 270만원~540만원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만들어 버렸다.

조정위의 글리벡 약가 19,818원 직권 결정에 대해 많은 언론, 방송 기자들이 백혈병환우회 입장을 물어 보았지만, 약가 협상 및 조정 기간 내내 침묵했던 백혈병환우회가 무슨 입장을 내겠는가? 글리벡 약가인하 싸움에 당사자인 백혈병 환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2009년6월9일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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