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 트랜스젠더 “어디로 가나”
‘의료 사각지대’ 트랜스젠더 “어디로 가나”
트젠 진단 어려울 뿐더러 일반 진료조차 어려워 … 서울 외에는 더 힘들어
  • 현정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7.0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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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현정석 기자] 트랜스젠더들이 의료기관 이용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성(性, gender)이 태어날 당시 판별 받았던 육체적 성별과 다른 경우를 뜻하는 ‘트랜스젠더’는 국내서 약 10만명에서 1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정신적 성과 육체적 성을 일치시키기 위한 진료나 자신의 본래 성을 숨기고 살아가야 해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불안장애, 대인기피증 등의 정신질환을 갖는 경우가 많아 의료기관 이용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이름이 불리는 것도 불편 … 진단명 받기도 어려워”

그러나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의 의료기관 이용은 쉽지 않다. 트랜스젠더들은 성별 위화감의 정도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호르몬 요법, 수술 등 의료적 조치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에도 의료진의 이해 부족과 사회보장제도의 미비로 의료 접근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민등록번호 정정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들은 본인들의 호르몬 치료 외에 다른 일반적인 질환을 앓아도 병원에 가기보다 약국을 이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외모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수술을 했어도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본인의 이름이 불리거나 의료진의 시선이 불편하다는 트랜스젠더들도 많다.

그나마 트랜스젠더로 인정받아 의학적 처치를 받으려면 정신과에서 진단명을 받는 게 급선무인데 이같은 진단이 가능한 정신과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정신과에서 진단명을 받더라고 성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 영역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산부인과 등)을 찾기 어려워 비전문 분야인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관련 진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산부인과조차도 여성호르몬을 피임용으로만 처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성징이나 심리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맞을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곳이 드물어 관련 치료를 지속하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 트랜스젠더들이 의료기관 이용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스젠더들은 성별 위화감의 정도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호르몬 요법, 수술 등 의료적 조치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에도 의료진의 이해 부족과 사회보장제도의 미비로 의료 접근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기관들 “트젠 환자 받기 어려워” … 서울 외 지역은 더 힘들어

서울 청담동의 A성형외과원장은 “트랜스젠더는 요구조건도 많고 다른 환자 시선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잘 받지 않는다”며 “성형외과 중에서 몇 곳만이 환자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랜스젠더 B씨는 “트랜스젠더 한 명이 어느 산부인과에서 성별에 상관없이 호르몬 치료를 해준다고 하면 그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이비인후과 출신인 강남의 모 의원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혈액검사를 요청했는데 검사비만 받고 실제 검사는 안 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 때문에 불이익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털어 놓았다.

서울 외 지역에서 거주하는 트랜스젠더들은 더 힘들다. 이들은 “의료기관 이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털어놓는다.

서울 정신건강의학과 C 원장은 “트랜스젠더들이 진단서를 떼러 갈만한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거의 할 만한 곳이 없어서 대부분 서울로 와서 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고 있을 경우 하루 시간을 빼서 검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D씨는 “서울의 경우 그나마 일부 의원에서 선입견 없이 치료를 해주는 곳이 있지만 지방의 경우 힘들다”며 “호르몬을 서울에서 구해와 자가 주사를 놓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E씨는 “이태원 일부 의원에서 호르몬 치료나 일반적인 치료를 해주기 때문에 그나마 좀 편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트렌스젠더는 정신질환 아닌 지원대상”

다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 내에서 조금씩이나마 나오고 있다.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의료적으로 지원해줘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제적으로는 이미 선행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정신의학회는 2013년 편람 5판(DSM-V)에서 트랜스젠더 진단명을 성별 위화감(Gender Dysphoria)으로 바꿔 정체성 자체는 정신질환이 아니고 스트레스에 대한 진단과 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국제질병사인분류(The International Statistic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and Related Health Problems, ICD) 11판에서 성 주체성 장애를 성별 불일치(Gender Incongruence)로 변경하고 정신 및 행동 장애가 아닌 성 건강의 범주에 위치시킬 예정이다.

참고로 ICD-11은 내년 5월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소개되고, 2022년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동성애도 예전엔 정신과 질환이었지만 지금은 빠진 상태”라며 “추후 정신과 질환에서 (트랜스젠더가) 빠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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