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는 정말 좋은가?
포괄수가제는 정말 좋은가?
  • 공건영
  • 승인 2018.05.0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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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결론부터 말하자. 포괄수가제는 정부에게만 좋은 제도다.

아니, 환자에게도 좋다고 정부가 선전했는데 왜 환자에게 좋은 제도가 아니지? 이상하지 않나?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환자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제도다. 돈 얼마에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하니 좋은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제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왜 그러한지 찬찬히 들여다보자.

지금 현재 포괄수가제는 특정 몇몇의 의료행위에 국한돼 있다. 시범적으로 행하는 거다. 정부는 현재 내과계열까지 포괄수가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의료 전 영역으로 포괄수가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아직도 포괄수가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간략히 설명하겠다. 진료의 모든 비용을 포괄해서 얼마에 끝내는 것이다. 입원해서 수술하고 퇴원까지에 드는 비용을 모두 얼마에 확정한 것이다. 물론 정부의 일방적인 가격결정이지.

예를 들어 30평 주택은 건축비 얼마라고 일괄적으로 정한 것이다. 주택을 어떻게 짓던 정해진 비용만 지불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해도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겠지?

총 수입이 정해졌으므로 비용을 줄여야 이익을 최대로 할 수 있다. 그러니 모든 의료행위가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정된다. 하여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입원 기간도 최소로 해야하고, 약도 최소로 사고나지 않을 정도만 써야 하고, 수술에 들어가는 기구 및 재료도 제일 싼 걸로 해야 한다. 투입인원도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용해야 한다.

▲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모든 의료행위가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정된다. 하여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입원 기간도 최소로 해야하고, 약도 최소로 사고나지 않을 정도만 써야 하고, 수술에 들어가는 기구 및 재료도 제일 싼 걸로 해야 한다. 투입인원도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용해야 한다.

그러면 이렇게 반문할 수 있겠지.

‘아니 그러면 내가 내 돈 낼 테니까 추가분은 더 좋게 해줄 수 있지 않나?’

절대 안된다.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경우 어떠한 비급여(보험적용과 관련 없는 것들)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즉, 환자가 ‘내돈 더 낼 테니까 약 더 써 주세요, 좋은 실 써 주세요, 좋은 약 써주세요!’ 해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이라 환자를 수술하고 나서 유착방지제 하나 써 주지 못한다. 배 안쪽 장기를 수술하고 나서 가장 흔한 문제가 장기들끼리 달라붙는 것이다. 이걸 유착된다라고 말한다. 이런 장기들의 유착은 별 탈 없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적 복통을 유발하거나 장 마비 같은 기능 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난관이 유착돼 꼬이거나 막히면 바로 자연임신은 불가능하다. 이걸 막기 위해 모든 수술하는 의사들은 정성을 다해 수술한다. 그래도 유착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크다. 배를 여는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이 매우 좋다는 여러 이유들 중,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복강경은 유착되는 비율이 적다는 것이다.

이 유착을 막기 위해 많은 제약회사들이 유착방지제를 개발해서 시판했다. 개발비가 많이 들었으니 당연히 약품 가격도 비싸다. 얼마? 최소 20만원이상이다. 그런데 이걸 수술하고 사용했다면?

이전에는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청구가 불가능하다. 즉, 비용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쓰면 내가 돈을 내주는 상황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유착방지제를 써 주겠나? 만일 써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당신은 20만원씩 기부하는 기부천사일 것이다.

다국적 의료기회사에서 만들어낸 많은 편리한 수술도구들, 특히 1회용 수술도구들을 사용할 방법이 없다. 복강경 수술도구 하나에 20만원 이상 되는데, 어떻게 한번에 2-3개씩 쓰고 버릴 수 있겠나? 포괄수과제 이후 모두 재사용 가능한 무거운 구식기구로 교체된 상황이다. 그래서 수술시간도 길어지고, 피도 많이 나고.

좋은 회사의 좋은 실을 놔두고 웬만하면 녹지 않는 실크실로 대체하고 있다. 예전에 썼었지만 최근에는 쓰지 않는 녹는 실이 요즘은 구할 수가 없다. 왜? 몽땅 선주문 상태기 때문이다.

수술 후, 환자의 상태가 아주 심각하지 않으면 우선 퇴원하고 24시간 이후 응급실, 또는 외래로 재입원해 치료해야한다. 왜냐하면 포괄수가제의 상태를 종료하지 않으면 1주일 입원시켜 추가치료를 시행해도 그 돈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 그러니 끊고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담낭 이상으로 수술하려 했더니 난소에 이상한 혹이 발견됐을 경우에 이전에는 2종의 수술(담낭제거술 및 난소혹 제거술)을 같이 진행했다. 그런데 이제는 불가능하다.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수술이 있을 경우 포괄수가제 해당 수술 값만 받던지, 아니면 그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

국가에서 돈 안 준다고 그리 정했다. 위의 경우 난소 혹 수술로 퉁치던지, 아니면 수술 값을 포기하던지 해야 한다. 결국 난소 혹수술을 할 수 없다. 나중에 다시 수술해야 한다. 병원이 돈 많으면 해 주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못해준다. 그러니 환자가 다시 해 주는 병원을 찾아다니거나 아니면 두 번의 고생을 해야 한다.

물론 포괄수가제의 돈이 아주 많으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 했다. 복강경 난소 혹제거술의 경우 현재 포괄수가제 가격이 240만원 정도다. 환자가 입원해서 수술하고 퇴원하면 병원은 총 240만원을 받는 것이다.

매출 240만원. 왜 환자에게 20만원의 유착방지제를 사용할 수 없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같은 수술을 독일에서 포괄수가제로 하면 400만원 이상이다. 독일만 그럴까?

환자와 의사의 치료 결정권은 모두 막아놓고, 돈은 조금 지불해 각종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료 포괄수가제다.

그럼 이런 포괄수가제가 누구에게 좋은 것일까? 당연히 돈 주는 사람에게 좋은 제도다. 국가는 의료비용을 추산하고 계획하는데 있어 매우 편리하게 된다. 이것은 그대로 환자가 아닌 의료보험료를 부담하는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 왜? 적게 낼 수 있으니까.

결국 보건복지부 정책담당 공무원들과 환자가 아닌 국민들에게 좋은 제도인 것이다. 의사 및 의료인들과 보건의료 종사자, 그리고 환자들에게는 이득이 하나도 없는 제도가 대한민국의 포괄수가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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